파씨의 펌브와즈 (Framboise crêperie)
비 오는 날, 숙소 근처의 크레페 집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보통 갈레트나 크레페는 달달한 사과주인 시흐드와 함께 먹는다고 한다. 술이지만 저도수라 술맛은 거의 안 나고, 거의 사과주스와 비슷한 맛이었다.
사과주가 나름 술이라 비쌀 줄 알았는데 4유로로, 과일주스와 비슷한 가격 수준이었다.
오히려 의외로 샐러드가 가장 비쌌다. 14유로로 한화로 18,000원 정도에 해당한다. 아마 염소치즈 때문에 비싼 게 아닐까 싶다.
다양한 녹색채소와 신선한 토마토, 훈제연어, 구운 염소치즈 2개, 오일 식초 드레싱, 레몬이 곁들여져 나오며 상당히 푸짐하다. 사이드 메뉴라기보다는 한 끼 식사에 가까운 양이다. 가격은 비쌌지만 염소치즈라는 걸 한국에서 먹어보기 힘들고, 맛있기까지 했으므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었다.
그건 그렇고 가끔 파리에서 화장실 냄새 같은 묘한 향을 맡을 때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어떤 녹색채소의 냄새였다! 샐러드를 먹다 보니 어떤 풀에서 그 향을 맡았다. 썩 기분 좋은 채소는 아니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갈레트를 먹어볼 차례였다. 나는 갈레트가 과자처럼 생겼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크레페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꼭 우리나라의 부침개 같다. 갈레트와 크레페의 차이는 메밀 유무라고 한다. 메밀이 들어간 게 갈레트인데, 그래서인지 색깔이 살짝 검다. 봉평에서 메밀 전병 먹는 것 같았다.
풍부한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가 있고, 가운데엔 계란 노른자가 있다. 아마 모든 갈레트엔 계란 노른자가 들어가는 것 같다. 맛은 괜찮았다. 크레페는 크림이 듬뿍 들어간 달달한 디저트인 것 같은데, 난 단 음식보다는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크레페는 시키지 않았다.
음식은 맛있었으나 총 26.9유로로 한화 35,000원 상당의 거금이 나왔다. 양도 많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이번에도 ‘양을 줄이고 가격을 내리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하나만 시키면 됐을걸 두 종류를 시킨 나의 탓도 있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 이곳에 다시 또 오지 못할 것 같아 이것저것 시켜보게 된다.
그러나 보통 아침은 숙소에서 챙겨 먹고, 점심 겸 저녁으로 한 끼만 먹었기 때문에 이 식사는 그날의 처음이자 마지막 외식이었다. 점심을 못 먹어 배가 고팠기 때문에 저 많은 양의 음식을 거의 다 먹어버렸다.
이 가게가 좀 아쉬웠던 건 위생적인 부분이다. 컵엔 먼지가 쌓여 있어서 먼지를 털어내고 사용해야 했으며, 모직 의자엔 얼룩과 먼지가 많았다. 구글맵 리뷰에 의하면 화장실이 좁고 더럽다고 한다.
그러나 직원들의 친절함만큼은 불친절한 파리 내에서 돋보였다. 모든 직원들이 항상 웃는 얼굴로 음식 맛이 어떤지 물었고, 영어가 유창해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느낄 일이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관광지가 아닌 동네 크레페 가게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인, 중국인 등의 외국 손님이 많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