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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평리이평온 Sep 21. 2022

2-08. 세계 4대, 엉또폭포

불타버린 마흔 중년의 제주섬 치유기

08. 세계 4엉또폭포          



“그거 알아? 제주에 세계 4대 폭포가 있다는 거?”


“엥? 천지연 폭포가 그 정도로 스케일이 큰 건 아닐텐데? 정방폭포인가?”


“엉또폭포라고 암튼 있대. 내가 인터넷 블로그에서 봤어!”


“인터넷 글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지 마세요. 마눌님!”     


서귀포 여기저기를 쏘다니면서 제주 3대 폭포라는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를 몇 차례 보러 갔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상쾌해졌다. 특히 내를 이뤄 흐르다 높은 곳에서 낙하하여 바다로 빨리듯 사라지는 정방폭포는 내 최애 나들이 장소였다.




엉또폭포는 들어보지도 못한 곳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우스갯소리라지만 나이아가라 폭포, 빅토리아 폭포, 이과수 폭포와 비견되는 세계 4대 폭포라니...... 정말 이런 폭포가 있었나? 마음속 가득한 의구심 속에 호기심 역시 비례해 커져만 갔다.    

 

엉또폭포는 보고 싶다고 해서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폭포가 아니다. 그렇기에 제주를 짧게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엉또폭포의 장관을 마주할 기회를 얻기 힘들테다. 그래서 더 과장되고 신비의 베일에 싸여 ‘세계 4대 폭포’라는 어마무시한 타이틀을 얻었을 수도 있겠다.     


호기심에 이끌려 먼 서귀포까지 엉또폭포를 보러 갔다. 당연히 폭포를 볼 수 없었다. 뙤약볕만 가득 내리쬐는 인기척 없는 관람대에서 허탈하게 돌아섰다. 한라산에서 발원하는 제주 대부분의 내창들이 건천(乾川)인 것처럼 엉또폭포 역시 평상시에는 마른 절벽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꽤 많은 비가 내렸다 해서 다시 엉또폭포를 보러 갔다. 그날도 역시 꽝이었다. 몇 줄기 물줄기가 줄줄 흐르는 풍광은 내가 기대했던 엉또의 모습과 비교해서 꽤 실망스러웠다.      


그때야 알았다. 일년에 몇 차례, 뉴스에 나올법한 큰비가 한라산에 내린 후에야, 엉또폭포가 말 그대로 ‘터진다’는 것을. 태풍이 왔고 한라산에 엄청난 폭우가 내린 다음날, 비로소 ‘터진’ 엉또폭포 앞에 설 수 있었다.

‘터진’ 엉또폭포는 장관이었다. 우르릉 우르릉 굉음을 내며 지축을 울렸고 물보라가 일어 전망대까지 하얗게 밀려왔다. 폭포 앞으로 일곱색깔 무지개도 피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엉또폭포는 세계 4대 폭포의 위용을 과시했다. 온몸이 촉촉하게 젖었고 내 마음 역시 제주섬이 품고 있는 비경의 아름다움에 푹 젖어 버렸다.     


“정말 잘 왔어. 제주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을 보여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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