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혈소군(5)

계속되는 암살 시도

by 최재효



[중편소설]




고려 제8대 황제, 현종(顯宗 : 재위 1009~1031). 불륜으로 태어나 황제가 되기

까지 수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긴답니다. 본 소설은 고려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꼽히는 대량원군 왕순(王詢)이 이모인 천추태후의 온갖 음해를 극복하고 황제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작품화했습니다.

- 저자 최재효








계속되는 암살 시도









중화 시간이 약간 지나서 한 떼거리의 사람들이 신혈암에 도착했다. 나인 두 명과 호위 무사 열 명이 말을 타고 나타난 것이었다. 차림새로 보아 궁에서 나온 사람들이 분명했다. 진관은 암자 입구에서 말 울음소리가 들리자 대량원군을 수미단 아래로 몸을 숨기도록 했다. 암자 마당으로 들어선 호위 무사가 진관을 째려보며 소리쳤다.



“아미타불. 원군께서는 출타하셨습니다.”

“나는 천추태후 님의 지시를 받고 다과를 가져온 김상궁이라 합니다. 신혈소군께서 언제쯤 오십니까? 소군께서 태후님이 보낸 다과를 감사한 마음으로 젓수시는 것을 보고 돌아가야 합니다.”



이번에는 중년 여인이 진관에게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조쌀해 보이는 김상궁은 보통내기가 아닌 듯했다. 눈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보통 사람은 그녀와 시선이 마주쳐도 압도당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사(世事)에 도통한 진관에게 그녀의 살기 띤 눈빛은 통하지 않았다.



“대량원군께서는 산에 오르면 밤늦게나 돌아오십니다. 어떤 날은 인근의 암자에서 주무시고 다음 날 새벽녘에 오실 때도 있습니다.”

김상궁은 기가 막혔다.



‘소군을 오늘 중으로 죽여야 한다. 어서 가서 그 다과를 먹이고 그놈이 피를 토하고 자빠지는 꼴을 보고 오너라.’

김상궁의 뇌리에 노여움 가득한 천추태후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김무관님, 군사들을 풀어서 삼각산 일대를 뒤져 소군을 찾아보시지요. 오늘 중으로 일을 매듭짓고 결과를 태후님께 고해야 합니다.”

김상궁이 김무관이라는 자에게 귓속말로 속닥거렸다.



“알겠습니다.”

무사들은 말을 암자에 매어 두고 모두 산으로 흩어져 대량원군을 찾아 나섰다. 그제 내린 눈이 산과 계곡에 쌓여 삼각산은 아아한 설산으로 우뚝 서 있었다. 군사들이 산속으로 흩어지고 두 나인은 요사채에 들어 수다를 떨었다.



[폐하, 대량원군 왕순이 아뢰옵니다. 어제 새벽에도 소신을 죽이려는 자객이 신혈암에 난입하였습니다. 다행히 주지승의 기지(奇智)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달 들어 벌써 네 번씩이나 소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찾아오니, 두렵고 황망하옵니다. 속히 소신을 구명해 주소서.]



황제는 대량원군의 서신을 받고 가슴을 쳤다. 사실 대량원군이 황제에게 서신을 보낸 것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서신이 황제의 손에 닿기도 전에 유행간이 먼저 보고 없애버리는 바람에 황제는 대량원군의 현재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행히 유충정에게 대량원군의 서신이 들어가 황제에게 전달되었다.



‘대량원군의 목숨이 위험에 처했구나. 그 애를 죽이려고 자객을 보낸 사람은 분명 김치양이 아니면 어머니일 것이다. 나의 건강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내가 갑자기 세상을 뜨면 대량원군이 보위(寶位)를 이어받아야 한다. 어머니와 김치양 사이에 태어난 김은이 보위에 앉는다면 왕건 할아버님께서 세운 고려는 그날로 끝장나게 될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황위(皇位)가 김씨에게 넘어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



무자식인 황제는 몸이 점차 쇠약해지자, 자신의 후계를 당숙(堂叔) 뻘이며 동시에 이종사촌 동생인 대량원군 왕순(王詢)에게 양위하려고 했다. 황제는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미리 손을 쓰기 전에 대량원군에게 양위할 것을 결심하고 신임하는 중신들을 불렀다.



“*합문사인과 *좌사낭중은 대량원군을 어찌 생각하오?”

황제는 최측근인 유행간과 유충정을 불렀다.



황제가 유행간과 유충정이 김치양과 가깝게 지내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황제의 모든 전교나 어지(御旨)가 두 사람의 손을 거쳐 시달되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keyword
이전 04화신혈소군(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