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늦은 밤 편의점, 꼬마 손님과 택시기사 할아버지

과연 꼬마손님의 할아버지의 정체는?

by 미리암

늦은 밤 편의점, 꼬마 손님과 택시기사 할아버지


금요일, 회사에서 퇴근한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다행히 상온 상품 입고 날이 아니라 일이 조금 여유로운 날이었다.


테이블을 닦고, 전자레인지 내부를 청소하고, 커피머신 물받이를 세척하며 순차적으로 할 일을 마무리했다.



밤 11시, 늦은 시간에 문이 열리며 꼬마 숙녀들이 들어왔다. 붉닭볶음면과 김밥을 계산한 뒤 창가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린아이들이 편의점에 있는 모습이 낯설어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친구들, 어른들께서 너희가 여기 있는 거 아시니?”


“네, 주말이라 읍내 할아버지 댁에 왔어요. 집에서 놀다가 배고파서 여기 온 거예요.”


“아, 그래? 다행이다. 이모가 걱정했네.”


아이들은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 저 집 옆 편의점에 있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묵직한 목소리. “오냐, 조금 있다 퇴근할 때 데리러 갈게.”


꼬마 손님들은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약 30분 뒤, 문이 열리며 선글라스를 낀 어르신이 들어오셨다.


“할아버지!”


꼬마 손님이 반갑게 할아버지 품에 안겼다.

그분은 바로 새벽 4시 30분, 졸음이 쏟아지는 시간에 어김없이 찾아오시는 단골 택시기사님이셨다.


“어머, 사장님 손녀였군요!” 내가 놀라며 말하자,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하셨다.


“시골에 사는데 주말이라 모처럼 읍내로 나왔지. 학교는 읍내로 다니니까 친구가 놀러 와서 간식이 필요하다고 여기 보냈어.”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간식 몇 개를 더 골라 계산한 뒤, 손녀와 친구를 태우고 가게를 떠나셨다.

다음 날 저녁 근무 시간, 꼬마 숙녀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든든한 후원자 할아버지와 다정히 손을 잡고 등장했다.


“먹고 싶은 과자 어서 골라!”


할아버지의 말에 손녀가 신나게 간식을 고르는 동안, 할아버지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셨다.


“이보게, 내가 가끔 담배랑 복숭아 아이스티, 삼각김밥 사잖아. 사실 담배만 내 거야. 나머진 다 이 녀석 간식이지.”


손녀는 과자 몇 개, 음료, 그리고 야구 선수 카드가 든 빵을 들고 왔다. 할아버지는 하루 동안 택시 운전으로 번 현금을 꺼내셨다. 손가락에 살짝 침을 묻혀 돈을 세며 계산을 마무리하셨다.


든든한 후원자를 옆에 둔 손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할아버지와 나란히 문을 열고 나갔다. 그 모습이 따뜻하고 정겨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