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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청년들

삶을 선택하는 순간들

by 미리암


유쾌한 청년들, 삶을 선택하는 순간들


후덥지근한 오후 햇살이 서서히 물러가면, 더운 기운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저녁이 찾아온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같지만, 저마다의 삶을 꿈꾸며 나아가는 이들이 모이는 곳, 바로 이 작은 편의점이다.


며칠째 이어진 몸살로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쌓인 고지서를 마주하면 어쩐지 마음이 다잡힌다. 고지서 한 장 한 장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동력이라니, 우스갯소리로라도 그런 생각을 해본다. 테이블을 닦고, 전자레인지를 반짝이게 청소하고, 비어 있는 진열대를 채우며 담배를 가지런히 끼워 넣는다. 평범한 하루, 하지만 오늘은 세 명의 청년들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오늘 첫 번째 손님, 유쾌한 내기
교대 시간, 문이 열리며 젊은 청년 세 명이 요란스럽게 들어왔다. 웃음소리가 편의점을 채우고, 그들은 냉장 매대로 직행해 숙취 음료를 집어 들었다.


“이모, 신분증 세 개 드릴게요! 하나만 뽑아주세요. 뽑힌 사람이 계산할게요!”


청년 하나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제안했다. 나는 신분증을 카드처럼 펼쳐 들며 미소 지었다.


“호오, 이런 재미난 제안을 하다니. 자, 그럼 뽑아볼까?”


“민수가 말했으니까 민수 거 뽑히는 거 아니에요?” 친구들이 웃으며 놀렸다.
신분증 세 장을 손끝으로 훑으며 가운데 것을 집으려던 순간, 왠지 민수의 신분증이 손에 착 붙는 느낌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첫 번째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앗싸! 이모, 민수 꺼 뽑혔어요!”


친구들이 환호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민수는 장난스레 투덜대며 카드를 내밀었다.


“이모, 감사해요!”


음료를 마신 청년들은 싱글벙글 인사를 건넸다.


“이모, 복 많이 받으세요!”


그들은 문을 나서며 한껏 밝은 기운을 남기고 갔다.


살다보면 좋을수만도 없고, 나쁠수도만도 없는 하루


누군가의 유쾌함은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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