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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3만원의 유혹

by 미리암

3만 원의 유혹
요즘 편의점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 휴가철을 틈타 친인척 집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매장은 늘 활기차다. 오늘도 손님들은 하하 호호 웃으며 과자, 맥주, 마른안주를 골라 담는다.


어떤 손님은 담배 한 보루를 사거나, 누군가에게 인심 쓰듯 선물로 계산하기도 한다. 계산을 마치고 나면 나는 창가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책을 필사한다. 마음에 관한 이야기라 꾹꾹 눌러쓰며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여학생 세 명이 매장에 들어왔다. 나는 카운터로 돌아가 1+1 생수를 계산해 주고, 그들은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테이블로 자리를 잡는다. 학생들은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한 손님은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 친구가 불러 나왔다며 피곤하다고 투덜거린다. 나는 그들 옆 테이블에서 조용히 필사를 이어간다.
학생들은 가끔 힐끔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개의치 않고 페이지를 넘기며 글을 썼다. 한참 떠들던 그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한 손님이 말한다.
“우리 너무 떠들어서 블랙리스트 고객 되겠다.”
“야, 그만 가자.”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먹다 남은 생수병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인사한다.
“떠들어서 죄송해요. 다음엔 조용히 할게요.”


나는 조용히 해달라고 한 적 없었는데, 그들이 스스로 민망했던 모양이다. 미소로 배웅하며 다시 필사를 이어갔다.
30분쯤 지났을까, 체격이 우람한 손님이 매장으로 들어왔다. 약간 취한 듯 보였다. 그 손님이 내게 말을 걸었다.


“저 좀 도와주세요. 인출기에서 돈 좀 뽑아주세요.”


“그건 손님께서 직접 하셔야 하는데요.”


“취해서 자꾸 에러가 나니까 도와주세요.”


마침 매장에 다른 손님이 없어 조심스레 인출기 옆으로 갔다. 편의점 옆 인출기는 나도 생소했다.


“그럼 조금 도와드릴게요. 하지만 손님이 오시면 바로 돌아가야 해요.”
20만 원씩 두 번을 인출해 드렸다. 세 번째를 시작하려던 찰나, 다행히 담배를 사러 온 손님이 들어왔다. 담배를 판매한 뒤 카운터 옆에 잠시 서 있었다. 잠시 후, 그 체격 큰 손님이 다시 내 앞에 섰다.


“던힐 하나 주세요.”


“네.”


담배를 건네고 거스름돈을 드리려는데, 손님이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덕분에 돈 잘 뽑았어요. 이건 수고비예요.”


나는 받을 이유가 없다며 사양했다. 다른 손님의 물건을 계산하는 사이, 그 손님은 담배를 들고 매장을 나갔다. 나는 재빨리 계산을 마치고 뛰쳐나갔다.


“손님, 이거 가져가세요!”


다행히 멀리 가지 않아 금방 따라잡았다.
“저는 이거 못 받아요. 힘들게 번 돈인데 제가 왜 가져가겠습니까?”
하며 손님의 가방에 돈을 넣었다.

그리고 성큼 매장으로 돌아왔다.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다음의 나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3만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나는 나 자신과 약속했다.


성실하자.
친절하자.
한눈팔지 말자.
복장을 단정히 하자.
틈날 때마다 내 꿈을 홍보하자.
열심히 나를 키워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자.
오늘도 나는 이 작은 매장에서 나만의 약속을 지키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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