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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그 출발앞에서

내게 베풀어준 선행의 주인공을 마주 하게 된 날

by 미리암

내게 베풀어준 선행의 주인공을 마주 하게 된 날


편의점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바닷가로 출장 온 사람들, 태양광 설치를 위해 온 기술자, 영화 촬영팀, 그리고 퇴근 후 동료들과 술 한 잔을 나눈 뒤 숙취 해소 음료를 사러 들르는 직장인들까지.


밤 10시쯤, 한 남자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한눈에 그가 누군지 알아챘다. 그는 디스플러스 담배를 달라고 했다.
담배를 꺼내 계산하려는 순간,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와 계산대 앞에 나란히 섰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더니 대화를 시작했다.


“형님, 이제 퇴근하세요?”


“이것저것 하다 보니 이제야 퇴근하네.”


“저는 1차로 술 한 잔 하고 바나나 우유랑 담배 사러 왔어요.”


“어서 사. 내가 계산할게.”


“아니에요, 제가 사드려야죠!”


먼저 온 남자는 아는 동생의 물건까지 함께 계산해 주었다.
그러다 나는 그 고객에게 질문했다.
“혹시 중고 타이어 전문점 사장님 아니세요?”


“맞아요.”


“작년에 제가 해남에 기계 대여하러 가다 타이어 펑크 나서 들렀었죠. 그때 타이어 마모가 심하다며 교체하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으셨잖아요.”


“아, 생각났네! 그때 국수도 가져다주셨던 분.”


“맞아요. 저는 이 편의점에서 저녁에만 일해요.”

옆에 있는 사장님의 아는 동생도 칭찬을 붙였다.


“형님, 워낙 사람이 좋아서 여기저기 칭찬이 자자하시던데요.”


남자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동생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재빠르게 박카스 몇 병을 집어 와 계산을 했다.
“사장님, 이거 받으세요. 그때 현금 분할로 타이어 바꿀 수 있게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다녀왔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중고 타이어 사장님이 내게 베푼 선행은 작은 도움일지 몰라도, 나는 타이어로 인해 안전한 영업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어떤 선행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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