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사건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본업이 없는 날이면 저녁 아르바이트를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다리가 자주 쥐나는 탓에 벽에 다리를 올리고 종아리를 풀며 피로를 달랜다. 어느새 잠깐 졸았는지, 시간은 훌쩍 지나 편의점으로 향할 시간이다.
겨울이라 한산할 줄 알았던 시골 도시의 편의점은 예상외로 북적였다. 손님들이 끊임없이 오가며, 나의 머릿속은 "글로성장연구소"의 두 번째 공저 프로젝트와 아르바이트 비용 활용 고민으로 가득했다. 몇 년 전 외쳤던 "나만의 책 쓰기" 꿈이 현실로 다가오자, 투자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그러던 중, 밤 8시쯤 캡 모자를 눌러쓴 독특한 분위기의 여성이 들어왔다. 간단히 간식을 사고 나간 그녀는 10시쯤 다시 방문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직업이 궁금합니다. 시골에서 계속 지내시는 분 같진 않네요."
그녀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저는 무대 미술 팀장입니다."
"우와, 시골 도시에서 무슨 영화를 찍으시나요?"
"한센인의 자손들이 만들어가는 오케스트라를 다룬 영화예요."
순간, 나의 '거미줄 영업' 본능이 깨어났다. "아, 언제까지 촬영하세요? 간식은 더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살짝 당황한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프로듀서님이나 운영팀에 물어봐야겠네요!"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녀의 상품을 계산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는 내일 퇴근 시간에 운영팀을 보내 PPL(제품 간접 광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고 제안했다.
다음 날 저녁 8시, 편의점은 더 활기찼다. 시골이든 도시든 젊은이들의 에너지는 다르지 않지만, 어딘가 타지 사람 특유의 말투와 분위기가 느껴졌다. 무대 미술 팀장과 함께 남성 몇 명이 들어왔고, 그중 한 분이 말했다.
"어제 뵈었던 사장님이시죠? 낮에 왔더니 안 계시던데요."
"하하, 낮에는 본업으로 누룽지 굽고, 홍보하고, 영업하느라 바빠요. 저녁에만 여기 있죠."
서로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그들은 막걸리 두 병을 들고 계산대에 섰다. 무대 미술 팀장이 내 PPL 관심을 소개하며 한 분을 소개했다. 바로 신영철 PD였다.
신@@ PD는 영화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셨고, 우리는 PPL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 일주일 동안 영화 제작팀을 만나며 설렘과 기쁨이 넘쳤다. 출근할 때면 혹시 방송 관계자가 올까 싶어 메모지와 누룽지, 국수를 도시락처럼 챙겼다.
신@@ PD는 바쁜 와중에도 내 도전 문자에 친절히 답하며 부담 없는 선에서 협업을 제안해 주셨다.
하지만 회사 회의 끝에, 어려운 상황 탓에 PPL은 포기하기로 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 PD에게 정중히 문자로 전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저녁마다 편의점에서 제작팀과 마주칠 때면, 마치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중 한 연극배우분이 웃으며 말했다.
"누룽지는 출연배우 박철민씨가 좋아하는데! 내일이 이 시골 도시 마지막 촬영이에요. 그 친구 만나서 사진이라도 찍으면 좋았을 텐데…"
"괜찮아요. 언젠가 또 기회가 오겠죠. 대신 귀리 누룽지 잘 전달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아쉽게 끝났다. 하지만 이 순간들은 내 삶에 특별한 기록으로 남았다. 편의점의 일상 속, 고객과 판매자라는 관계를 넘어 보석 같은 순간을 발굴했다.
한센인의 자손들이 음악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영화처럼, 나도 내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성장시킨다.
추신 : PD 님 그리고 제작팀 여러분 짧은 시간였지만 문화계에서 일하시는분들을 만나서 저는 복권당첨같았습니다. 그때는 제조자, 영업사원, 라이브진행자, 그리고 편의점 알바생이었는데...지금은 브런치스토리 작가 라는 직업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때의 만남은 좋은 기록이 되는 선물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