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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주년 광복절 , 그날의 손님

편의점에서 만난 특별한 손님

by 미리암

80주년 광복절, 편의점에서 만난 특별한 손님


2025년 8월 15일, 80주년을 맞이한 광복절. 가을의 문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폭염 재난 문자가 끊임없이 울리는 날이었다. 낮에는 누룽지를 성형 포장하느라 땀을 흘렸지만, 여전히 더위가 가시지 않는 기분이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뜻밖의 특별한 업체로부터 제안이 들어와 심장이 한동안 쿵쾅거렸다. 거래처에 제출할 계약서를 준비하며 알차게 보낸 휴일, 남편의 도움으로 출근 시간 5분을 남기고 간신히 편의점에 도착했다.


교대 시간, 사장님의 친구인 전 근무자와 인사를 나누며 카운터에 섰다. 그런데 어쩌다 사오정처럼 잘못 알아들은 대화 덕분에 딸기 웨하스가 덤으로 생겼다. 밀린 필사를 열심히 하던 중, 문이 열리며 군복을 입은 청년이 들어왔다. 80주년 광복절에 편의점에 나타난 군인. 왠지 모르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청년은 식사 대용 상품을 고르며 처음 듣는 이름의 담배를 찾았다.


“어… 폐가 건강하셔야 할 텐데요.”


“예, 알겠습니다.”


청년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호기심에 “어디서 복무하시나요?”

하고 물었더니, 청년은 “인근 근처”라고 짧게 답했다.


“와, 정말 복받으셨네요! 집과 가까운 곳에서 복무하시다니!”


순간 정적이 흘렀다.


“저… 집은 경기도입니다. 이제 복귀하려고요. 여기서 저녁 먹고 가려 합니다.”


순간 내가 섣불리 짐작했던 게 민망해졌다.


“에고, 멀리서 오셨군요. 저는 여기 계신 분들이 다 근처에서 복무하시는 줄 알았어요. 자, 이거 받으세요.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줘서 감사합니다.”


내가 건넨 딸기웨하스를 청년은 사양했지만,


“깜깜한 밤에도 우리가 평안히 잘 수 있는 건 당신들 덕분이에요”


라고 말하자 미소를 지으며 받아들였다.


그는 떡볶이와 삼각김밥을 들고 테이블로 이동해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고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몇 번 바뀌는 동안 청년은 식사를 마치고 카운터로 성큼 다가왔다.


“저, 화장지 좀 사용해도 될까요?”


화장지를 들고 전자레인지 안을 말끔히 닦는 모습에 내가 말했다.


“괜찮은데, 제가 닦을게요.”


“아닙니다. 사용한 자리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청년은 깔끔하게 정리한 뒤 인사를 하고 매장을 떠났다. 나는 젖은 행주를 들고 테이블과 전자레인지를 다시 닦았다. 이미 청년이 말끔히 정리해놓은 상태였다.


80주년 광복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었다. 낮에는 유튜브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군인의 자세를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고, 저녁에는 편의점에서 군인을 만났다. 우리 회사는 6.25 참전용사분들에게 작은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 같은 날, 독립운동가분들께도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이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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