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드는 엔꼬
이 카드는 엔꼬
토요일 저녁, 편의점 문이 열리며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어왔다. 늘 밝게 웃는 부부였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다정히 말을 걸며 필요한 물건을 골랐다.
바구니에는 저녁 메뉴로 정한 라면과 생수 몇 병이 담겨 있었다.
“자기야, 오늘 라면은 뭐로 할까?”
아내의 물음에 남편은 망설임 없이 평소 즐겨 먹던 컵라면을 골라 담았다. 두 사람은 물건을 고르는 내내 작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이 어쩐지 편의점의 형광등 불빛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 부부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초기에 몇 번 실수를 했던 손님 중 한 분이었다. 작년 10월, 남편분이 좋아하는 도시락을 카운터로 가져왔지만, 유통기한이 지나 구매할 수 없었다.
“이거 진짜 좋아하는데, 아쉽네요…”
그가 마지막 남은 도시락을 아쉬운 눈으로 내려다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한 번은 늦은 밤, 직장 생활로 지친 모습으로 생수를 사러 오셨던 기억도 있다. 그때마다 부부는 늘 밝고 따뜻한 기운을 남기고 갔다.
오늘, 물건을 계산하려고 카운터로 온 부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사실 며칠 전 담배를 사러 왔었는데, 사장님 오시기 전에 계셨던 분이 제가 원하는 담배를 찾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그냥 다른 데서 샀어요.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남편분의 말에 살짝 당황했지만, 나는 차분히 설명했다.
“아, 그분은 사장님께서 어려울 때 도와주시는 분이라 상품 찾는 데는 조금 서툴지만, 대체 인원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말씀 주셔서 감사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부는 언제나처럼 이해심 깊은 태도로 상황을 받아들였다.
계산을 시작하려는 순간, 아내가 갑자기 아이스크림 하나를 추가로 집어 들었다. 남편은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여보, 그 카드 잔고 없다고 했잖아. 괜찮아?”
아내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남편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게. 근데 이 카드, 사실 엔꼬야. 한 번 써보자고!”
그는 호기롭게 카드를 투입구에 밀어 넣었다. 잠시 후, 기계에서 맑은 소리가 울렸다.
“결제가 정상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어? 여보, 엔꼬 카드인데 결제됐어!”
남편의 놀란 목소리에 아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웃음이 편의점 안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