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의 웃픈 하루
이번 주는 정말 숨 가쁜 한 주였다. 상온 상품 입고 날이라 워터 음료와 공산품을 정리하느라 정신없던 와중에, 편의점 문이 열리며 한 어르신이 들어오셨다. 이 순간부터, 내 하루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르신은 치킨 코너로 성큼성큼 걸어가시더니 "숯불 통다리 두 마리 주세요!"라고 하셨다. 그러더니 살짝 웃으며 덧붙이셨다.
"밖에서 일하다 너무 더워서 들어왔어요. 혹시 치킨에 막걸리 한 잔 하고 가도 될까요?"
편의점 규정상 매장 내 주류 섭취는 절대 금지다. 교육 때 영업정지 사유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기에 단호히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매장 내에서 주류를 드시는 건 규정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분위기가 묘해졌다. 어르신이 살짝 언성을 높이며 말씀하셨다.
"아니, 오후에 근무하는 나이 드신 분은 괜찮다고 했는데, 왜 아줌마는 안 된다고 그래요?"
교대 근무라 이전 직원이 정말 허락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규정은 규정이다.
나는 차분히 다시 설명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아르바이트 직원일 뿐이고, 교육받은 대로 매장 내 음주는 영업정지 대상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은 물러서지 않으셨다.
"사람도 없는데, 뭐. 한쪽 구석에서 막걸리 한 모금만 치킨이랑 먹고 갈게요!"
"죄송합니다, 손님. 매장 내에서 드시는 걸 허락하면 저는 퇴사해야 합니다. 규정을 어길 상황이 아니에요."
결국 어르신은 "아줌마, 참 융통성 없다!"며 짜증을 내시더니 치킨도 안 사겠다고 하셨다.
"치킨은 안주로 사는 건데, 먹을 수 없다면 뭐 하러 사나?"
그러더니 갑자기 군대에서 비밀근무를 했고, 보훈병원에서 치료받는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나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별 반응 없는 내 얼굴을 보시더니 "잘 있어요!"라며 매장을 떠나셨다.
사흘 뒤, 주말 이른 출근 날이었다. 테이블을 닦고 전자레인지를 청소한 뒤 잠깐 숨을 고르고 있는데, 놀랍게도 그 어르신이 또 오셨다. 이번엔 모기퇴치제를 찾으셨다.
"들에서 일하다 보니 모기가 물려서 불편해요."
약품 진열대로 안내드렸고, 어르신은 모기퇴치제를 집어 들며 물으셨다.
"이거 얼마예요? 확인 좀 해줘요."
바코드 스캔기로 확인해 보니 1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그 순간 어르신의 표정이 굳어지셨다.
"아니, 보훈병원 근처 곰이소에서는 5,000원인데, 여기선 1만 원이 넘다니! 너무 비싸잖아요!"
또다시 심오한 대화의 시작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설명했다.
"손님, 제가 스캔한 가격을 안내드린 겁니다. 곰이소와 상품이 다를 수 있고, 매장마다 입고 전략이 다를 수 있어서 특별히 할인해 드릴 권한은 없습니다."
그때 다른 손님이 도시락 코너로 들어오셨지만, 어르신은 계속 말씀하셨다.
"이런 가게는 융통성이 있어야지! 다른 데서 5,000원인 걸 왜 여기서 1만 원 넘게 주고 사?"
"손님, 가격에 대한 문의는 편의점 고객센터로 연락하시면 자세한 답변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저는 가격을 책정하는 직원이 아니라서요."
내 유니폼 이름표를 보시며 어르신이 한마디 더 하셨다.
"아니, 편의점 말고 다른 영업도 한다며! 좀 알려줘요!"
"죄송하지만, 이미 정해진 상품 가격을 제가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어르신은 "1만 원에 두 개 살 수 있는 데 하나만 사는 건 속는 기분이라 안 사겠소!"라며 모기퇴치제를 내려놓으셨다. 계속 말을 잇고 싶어 하셨지만, 도시락 손님이 계산대에 물건을 올리자 손인사를 하시고 매장을 떠나셨다.
도시락을 계산하던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참 별사람 많죠. 수고하세요!"
그 한마디가 그나마 위로가 됐다. 오늘은 힘 빠지고 황당한 하루였 다. 규정을 지키려다 욕 얻어먹고, 가격에 대해 따지시는 손님과 씨름하며 보낸 시간. 묵묵히 계산대를 지키며, 다음 손님은 좀 더 평화롭길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