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청년의 식대는 만원이다.
도시 청년의 식대는 만원이다.
며칠 전부터 매일 저녁 8시쯤 키다리 청년이 편의점을 찾았다.
그는 삼각김밥, 컵라면, 음료를 골랐고, 가끔 과자를 추가하려다 만원을 넘기면 내려놓곤 했다.
“음료를 더하시면 만원이 넘어요.”
“아, 그럼 음료는 뺄게요.”
청년은 만원 안에서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을 받아 출입문을 나섰다.
어느 날, 청년이 다시 저녁을 사러 왔다.
“오랜만에 뵙네요.”
“아, 서울 좀 다녀왔어요.”
서울 출장 이야기를 하며 그는 저녁 대용 식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상온 상품을 정리하며 1+1 과일촌 사과음료를 하나 마시고 있었다. 빨대를 깊이 꽂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셨다.
청년이 고른 물건을 들고 카운터로 왔다. 역시 만원을 넘지 않았다.
“만원 조금 넘어도 괜찮지 않나요? 저녁인데 든든히 드셔야죠.”
“서울에서 출장 왔어요. 만원이 넘으면 안 돼요.”
그 말을 듣자 내 경험이 떠올랐다. 박람회 출장 때 식대가 만원으로 제한된 적이 있었다. 요즘 식당은 12,000~15,000원 하는 곳이 많아 외곽 지역에선 저렴한 식사를 찾기 쉽지 않았다.
나는 청년에게 사과음료 하나를 건넸다.
“이거 드세요. 별거 아니지만 달달한 음료로 피로 풀어요.”
“아,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청년은 쑥스러운 듯 계산을 마치고 빠르게 나갔다.
다음 날, 회사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따 와 출근했다. 소비기한 지난 삼각김밥이나 1,100원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다 보니 물렸다.
‘오늘은 토마토로 저녁을 해결해야지.’
저녁, 시골 읍내에 어둠이 깔렸다. 청년이 다시 저녁을 사러 왔다. 만원을 넘지 않으려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카운터에서 방울토마토 한 봉지를 건넸다.
“사장님 드시려고 가져온 거 아니에요? 저 주시면 안 되죠.”
“괜찮아요. 회사에 아직 많아요. 그리고 저 사장 아니에요, 알바예요. 저녁 맛있게 드세요.”
청년은 미소와 함께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날, 더위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제 그 청년이 일찍 찾아왔다. 흰 비닐봉지를 들고 카운터로 다가왔다.
“사장님, 이거 받으세요. 오늘 복숭아가 생겨서요. 몇 개 가져왔어요.”
교대를 기다리던 민식 삼촌 옆에서 당황했지만, 나는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청년은 복숭아를 건네고 갔다. 그러다 저녁 9시쯤, 등에 ‘Staff’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다시 나타났다. 과자와 음료를 사 들고 유유히 떠났다.
‘도대체 무슨 스태프일까?’ 궁금했다. 다음에 만나면 꼭 직업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