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6]
악동뮤지션의 노래 중 시간과 낙엽이라는 노래가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곡인 만큼 나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고,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다.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로 시작하는 노래처럼, 상해에서 가장 많이 돌아다녔던 완샹청, 문화공원, 아이친하이의 분수대와 같이 감성팔이 편에 이어 생활과 밀접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곳들을 거닐었다.
일요일 날씨도 화창했고, 바람도 선선했다.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발걸음이 닿은 곳은 문화공원이었다. 대낮의 문화공원은 오랜만이었는데 밤에는 색을 내지 못했던 꽃들이 화려하게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호수에 떠다니는 나룻배들도 운치가 있었고,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아 활기가 찬 공원의 느낌이 들었다.
점심은 가장 많이 먹었던 중국식 라멘을 먹었다. 함정은 아직도 이름을 모른다는 것.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모르고 싶다.
앞선 여행지들은 나에게 새로움과, 여유로움과 여행이라는 좋은 시간을 제공해 줬다. 반면에 생활과 근접한 이곳은 좋은 것만이 아닌 때로는 슬픈 것도, 때로는 어려움과 같이 온전히 나에 대한 시간을 제공해 줬다. 기쁜 마음에 또는 슬픈 마음에 뛰고 싶을 때면 문화공원에 가서 러닝을 했고, 아이친하이의 분수쇼를 보고 있으면 가슴에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가장 많이 먹은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가장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객관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나의 가치관을 더 뚜렷하게 만들어주었다. 정신적으로 좀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진 느낌이랄까..?
월요일에는 직장 동료들이 송별회를 해주었다. 환영회 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송별회다. 평소에 양다리가 맛있었다고 하고 다녔는데, 내몽고식 양다리 식당에 데려가줬다.(감동 ㅠㅠ)
처음으로 맥주도 같이 한잔 하며, 두 달 반 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야경과 노래방은 덤!
화요일 아침부터 부장님이 사주시는 팀스 커피로 하루를 시작했다.
마지막 주까지 항저우로 출장을 가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사실 시간과 낙엽이라는 노래는 들었을 때 아직은 보내주지 못하는 그 무언가 또는 그 누군가를 이제는 보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해 자체는 빠른 미래에 또 올 수도 있는 곳이고, 사실 그만큼의 서글픔이 머문 곳이 아니기도 하다. 오히려 즐거운 추억들이 많이 묻어 있는 곳이다. 다만 여기서 지내는 동안에 힘들었을 때의 나를 돌아보았기에 이 노래가 와닿았나 보다. 남은 날들도 즐겁게 보내다가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