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8]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 이제 가는구나”
항상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데 무언가 느낌이, 감정이 어색하다. 아침마다 나를 맞이해 주던 서 기사님은 오늘도 여김 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고 계신다. 다만 목적지가 다를 뿐. 창밖의 마지막 풍경을 눈으로 담으면서, 서 기사님과 마지막까지 중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푸동공항에 닿았다. 술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들 다 사간 다는 몽지란 고량주 한 병을 손에 들고 대한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른다. 주변에는 중국어보다 한국어가 훨씬 많이 들린다. 이 또한 굉장히 어색하다.
80일간의 상해 일주였다.
처음 왔을 때 맞았던 불편함과 새로움은 80일이 지난 현재 오히려 편리함과 그리움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던 사람들과 헤어짐의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정이 들었다. 주말마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 곳곳으로 떠난 모험은 한 장면 한 장면이 모여 추억이라는 앨범이 되었다.
항상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있다. 그것이 잠깐의 이별일지 영원한 이별일지는 알 수 없으나 삶도 그렇듯이 종점은 정해져 있다. 사실 이번 상해일지는 쓰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마지막 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끝이 없는 글을 쓸 때면 어느 순간 헤이 해졌다. 귀찮아졌다. 결국 흐지부지 중간에서 끊어진 글로 남아버렸다. 다른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이면 페이드아웃처럼 점점 희미해질 뿐 아름다운 잔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렇기에 상해일지는 처음과 끝을 보고 싶었다. 상해일지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이 컸고 나중에는 시간에 쫓겨 쓰기도 했다. 나다운 글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써보기도 했고, 블로그의 취지에 맞게 정보성 글을 추가해 보기도 했다. 글을 쓰며 재미를 느꼈고 또 글을 쓰며 압박감을 느꼈다. 결과적으로 80일의 시간 동안 약 50편에 가까운 글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지금까지 상해일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