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6일
아침에 눈을 뜬 이솔이가 나에게 빨리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며 성화이다.
"엄마. 우리 집에 태극기 있어? 내일은 우리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사람들을 위한 날 이래. 태극기는 아래로 달아야 하고, 삐 소리가 울리면 눈을 감고 있어야 한대." 유치원에서 현충일에 대해서 배웠는지 현충일 전날 하원길에 종알 종알 나에게 현충일의 의미에 대해서 말해주는 이솔이. 급하게 쿠팡에서 태극기를 주문하고 잠에 들었다. 아이 덕분에 무심코 지나갈 일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태극기를 들고 어디에 달아야 할지 이리저리 대보는 이솔이. 태극기를 펼친 김에 이솔이에게 태극기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의 뜻' 분명 학교 다닐 때 배운 것 같은데 그 뜻이나 모양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컨닝페이퍼를 외우듯이 얼른 그 뜻이랑 의미를 찾아서 외우고 이솔이에게 알려주었다. 아빠와 나가서 태극기까지 달고 돌아온 이솔이. 돌아오자마자 삐~ 소리는 언제 울리냐고 묻는다. 10시가 되어 사이렌이 울리고 묵념까지 하고 나자 할 일을 다 끝내 개운한 표정의 이솔이. 아이 덕분에 나도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현충일을 보내는 느낌이다.
느긋한 오후 네 가족이 마트로 출동했다. 카트 위에 해솔이를 앉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데, 중년 부부에게 인기 폭발인 해솔이.
야채 코너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해솔이가 너무 귀엽다며 화장실 간 남편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며 기다려달라고 하신다. 남편분이 야채코너에 오자마자 다급하게 불러서는 해솔이의 나이, 해솔이 이름을 알려주며 너무 귀여운 아기라고 내 대신 소개(?)시켜 주셨다. 계산하기 전까지 돌아다니며 만날 때마다 연신 인사를 해주셨다. 이번엔 우유 코너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다른 중년 부부께서 다가와 해솔이를 예뻐하시며 '오늘 내가 한 번도 안 웃었는데, 네 덕분에 한 번 웃고 지나간다. 아이고 귀여워라.' 하면서 다정한 말을 건네주신다. 해솔이 덕분에 내가 함께 유명인사가 된 느낌이었다.
두 부부 모두 해솔이 덕에 웃는다며 좋아해 주셨는데, 오히려 나는 다정하게 인사해 주시고 따뜻한 말을 걸어주시는 그분들 덕분에 장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이가 아니었으면 현충일도 그냥 휴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고, 마트에서도 그냥 장만 보고 갔을 텐데. 아이들로 인해 평범한 일상이 더 의미가 있고 더 따뜻하게 채워지는 느낌이다. 육아는 힘들지만 육아 덕분에 배우고 얻는 것들이 더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