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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미나리 Apr 15. 2018

#3. 출 퇴근 지옥

출근길 지하철 전쟁

아직도 첫 직장 첫 출근하는 날의 출근길을 잊을 수 없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 1일, 1호선 급행을 타기 위해 서둘렀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급행열차의 가장 마지막 칸인 10-4에 꾸역꾸역 나의 몸을 밀어 넣었다.

사람들에게 밀리다 보니 어느새 나는 마지막 칸 벽 쪽에 등을 고 서있었고, 땀을 뻘뻘 흘리던 낯선 남자가 나를 가운데 두고 양 옆에 벽을 짚으며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분도 그분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인지.. 서로 민망하여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그 자세로 사람들 사이에 껴서 20분을 가면서 출퇴근 지옥이 시작됨을 깨달았다.

실제로 2011년에 내가 찍은 아침 출근길

회사가 강남역이라 인천에 사는 나는 신도림에서 갈아타야 했다. 1호선 급행도 물론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지만 출근 시간의 신도림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갈아타기 위해 1호선에서 내리자마자 달리는 것은 기본이었다.(달리지 않아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에 떠밀려 앞으로 가게 된다.)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선 항상 차 하나를 보내고 타야 했고 발 밟히는 건 하루의 통과의례요, 사람들에게 밀려 한 발을 들었다가 발 디딜 공간이 없어 한 발로 서서 가는 날도 다반사였다. (사람들이 꽉 차서 넘어질 틈도 없다.)

남자분의 하얀 셔츠 위에 여자분의 파운데이션이나 빨간 립스틱이 묻은 광경도 여러 번 보았다. 내가 봐도 집에 들어가서 오해받기 딱 좋았다. 한 번은 문 앞에 있다 사당역에서 사람이 너무 많이 내려 떠밀려 내렸다가 다시 못 타고 다음 열차를 타서 지각한 적도 있다. 그렇게 지옥철에 몸을 맡기고 출근을 하니 업무 시작 전부터 지쳤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항상 야근으로 퇴근시간이 늦어져 지옥철을 피하는 날이 많았다.


ⓒKBC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050976)
2015년도 기준 서울 지하철 혼잡 순위는 9호선이 1~5위를 차지했다. 특히 9호선 급행열차는 지옥철로 악명이 높다. 비교적 최근에 생겼지만 애초에 수요예측이 잘못된 데다 연장 개통까지 됐는데, 증차는 안되니... 죽어나는 건 출근길 직장인들이다.
6~10위는 모두 강남 쪽으로 가는 2호선으로 나타났다. 경기남부 쪽에서 4호선 환승역인 사당 전후로 가장 혼잡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혼잡도는 2년마다 조사한다고 한다. (지하철 혼잡도 통계 확인 ▶)


매일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던 어느 날 신도림 출발열차가 있다는 고급 정보를 접했다.

2호선은 순환 열차라 항상 사람이 꽉꽉 차 있는데 신도림 출발열차는 텅텅 빈 차를 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출근 시간대에만 운영하는 열차로 한 시간에 서너 대밖에 없는 레어템(?)이었다.

신도림 출발열차를 타기 위해 매일 1호선에서 내리자마자 우다다다 뛰어가서 스크린 도어에 코를 박을 것처럼 줄을 서 있었다. 열차 문이 열리면 재빨리 빈자리에 뛰어 들어가서 앉았다. 그 와중에 사람들이 넘어지기도 하고, 어느 날은 이미 자리에 앉은 남자 무릎 위에 남자분이 털썩 앉기도 한다.

강남까지 눈을 붙이고 갈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 생겨서 너무나 좋았다.


강남으로의 출퇴근은 내가 치를 전쟁의 서막이었다. 

내일도 치열하게 살아 남기 위해 만원 열차에 몸을 구겨 넣고 하루를 버티는 직장인들 모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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