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

by clavecin

*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2025.06.14.(토)) *


-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보통 여행을 가게 되면, 다른 기념품보다 그 나라의 접시나 쟁반 또는 포크나 수저를 구매한다. 아주 오래전 A 나라를 방문했을 때도 포크나 수저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첫날부터 들리는 상점마다 남몰래 이 코너 저 코너를 돌아보며 포크나 수저를 찾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B에게 말했다.


- 포크나 수저를 사서 학교에서 사용하고 싶은데, 도저히 찾지 못하겠어.


그래서 상점에 들릴 때마다 B도 함께 찾아봐 주었다. 아마도 8층까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C 건물에서는 점원에게 물어보고 찾아다니며 층마다 들려서 포크와 수저가 있는지 샅샅이 뒤져봐 주었다. 하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고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날은 비가 오는 데다 몹시 추운 날이었다. 모이기로 한 시간이 아직 남아서 D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B가 여기저기 상점에 들어갔다가 둘러보고 나오고는 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함께 있었는데, B가 이렇게 말했다.


- 여기도 없네.


이미 포크와 수저에 관한 생각은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서 나조차도 잊고 있었는데 B는 말도 없이 포크와 수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B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 가던 길을 멈추고 B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 설마, 지금 포크와 수저를 찾고 있었던 거야??

- 사고 싶다면서.

- B!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어느 해의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E가 부산스럽게 교무실 구도를 살펴보고 있었다. 다른 교무실에 있는 F를 불러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 제 책상을 저쪽에 놓으면 인터넷 선을 연결할 수 있을까요?

- 글쎄요.


새롭게 부장이 된 F가 기존에 있던 부장 책상을 반대쪽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말했다.


- 기존의 부장 책상 위치를 바꾸면 어떻게 해요. 앞으로도 생각해야죠.


(이상하게도)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E가 행정실에 이렇게 문의했다.


- 이쪽에 책상 2개를 붙일 수 있나요??


이런 E에게 G가 말했다.


- 책상은 그렇다고 쳐도 칸막이는 어떻게 할 건데?


칸막이를 구할 수 있는지를 또 물어보고 다니는 E에게 내가 말했다.


- 아,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


나를 보면서 E가 말했다.


- H 쪽에 앉고 싶다면서요.


나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되물었다.


- 그게 무슨 말인가요?

- 선생님(나)도 H 쪽에 앉고 싶다고 하고, I 선생님도 H 쪽에 앉고 싶다고 하시니, 두 사람을 같이 앉게 하려면 내 책상을 저쪽으로 옮겨서 어쩌고저쩌고~


나는 깜. 짝. 놀라서 되물었다.


- 지금 제 자리 때문에 교무실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었나요??

- 선생님이 앉고 싶은 대로 해 주려면 어쩌고저쩌고~


할 말을 잊은 내가 말했다.


- E~, 정말 좋은 사람이네요. 제가 그냥 J 쪽으로 갈게요.


몇 년 동안 같은 교무실에서 근무했던 K는 똑 부러질 뿐만 아니라 꼼꼼해서 무슨 일이든지 완벽하게 잘 해내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다정다감하기까지 해서 사람들이 다 좋아했는데 특히 어리바리한 나를 잘 돌보아(?) 주고 잘 챙겨주어서 내가 아주 좋아했다. K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왜 힘들어하는지도 잘 알고 있어서 특히 작년에 나를 더 안쓰러워했다. 그러던 K가 일신상의 이유로 갑자기 학교를 떠나 L 나라로 가게 되어서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K가 떠나기로 했던 3월 초 어느 날 저녁 7시, K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 선생님! 저 이제 떠나요. 선생님이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나는 이 말을 듣고 내가 뭔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잠깐 멍해졌다.


- 지금 공항인가요?

- 네! 5분 뒤에 출국해요.

- 그런데, 지금 저에게 전화한 거예요?

- 네! 선생님이 보고 싶더라고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 말에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는 것을 느꼈다. 전화를 끊고서 가족에게 말했다.


- 우리 교무실에 있던 선생님이 출국하기 5분 전이라는데 나에게 전화했어. 믿어져?

- 아니, 안 믿어지는데.

- 아, 이게 무슨 일이지?


이렇게 나를 놀라게 했던 K가 이번 주에 학교에 잠시 찾아왔다.


-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선생님이 걱정되더라고요. 잘 지내시는지. 저희 엄마도 걱정하셨어요.


다시 한번 나를 놀라게 하는 K. 울컥하며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면서 K를 잠시 바라보았다. 겨우 진정하고 K에게 말했다.


- 저를 걱정했어요? 선생님 어머님도 저를 걱정했다고요?

- 그러니깐요. 선생님이 걱정되더라고요.


살아가면서 ‘참 좋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품게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또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행동하는데, 그들은 이런 나를 위해서 본인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수고를 해 준다.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과 말들….

7시간 중 5시간이나 수업이 있었던 이번 주 화요일에 아주 잠깐 보게 된 K와 별말도 하지 못하고 헤어졌음을 안타까워하며, 내 삶에 찾아와 나를 흔들어 놓았던 그들을 잠시 생각해 본다.

포크와 수저를 찾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비가 오는 추운 겨울날을 함께 헤매어 주었던 B, 앉고 싶다는 자리에 나를 앉히게 하기 위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교무실 구조를 바꾸려 했던 E, 비행기 타기 5분 전에 내가 생각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전화하고, 내가 내내 걱정된다며 찾아와 준 K.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지? 나는 해 준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때 그 시절 차마 말하지 못했던 말을 지금이나마 해 본다.


- 비 오는 그 추운 겨울날, 너와 함께 걸었던 그 거리를 잊지 못해. 쏟아지는 비의 향내와 들었던 우산과 수많은 사람. 그리고 그 시간. 그 시간이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어. 아무 말 없이 포크와 수저를 찾아다녀 주어서, 정말 감동했던 거, 알고 있지?

- 나 때문에 교무실 구조를 바꾸려 하다니. 얼마나 놀랐는지 알고 있어?

- 작년에도 그렇게 나를 걱정해 주던 네가, 아직도 나를 걱정해 주다니. 너무 기쁘고 또 슬퍼서 눈물이 나. 기억할게. 그리고 잘살아 볼게.

-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고마웠어.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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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만에 담임 선생님을 하게 된다는 나를 걱정하며, 자기가 가지고 있던 학급 물품을 나에게 모두 전해주고 간 K.

지금 우리 반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K가 주었던 예쁜 자석들.


16. 너는 좋은 사람이야.jpg


#좋은_사람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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