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하게 쓰이지 않았다
아마 무용했을 것이다
찬란한 빛깔은
찰나에 빛나고 무용했다
찰나가 지나기 전에도 무용했고
찰나가 지난 후에도 물론 무용했다
어디 좋은 볕 피해 너른 그늘 아래서
꽃은 서벅서벅 말라가고 바스러져간다
그 때의 사랑스러움과 화려함
한 때 바람에 발라놓은 그 향기도
시간에 닦이어 흔적을 남겨놓지 못했다
차마 말해두지 못했다
화려했더랬다
근데 쓸모가 없더라
그런 것이 사라져간다
무용한 것이 더 무용해져간다
사랑스러운 것이 더 사랑스럽게
가지런히도 쉬고 있다
오래 사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