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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비루코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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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코집사 Sep 16. 2022

오늘부터 1일

비루코 9화


기나긴 하루의 밤이 드디어 찾아왔다.

남편까지 퇴근해서 온 식구들이 다 있으니 고양이가 무서운 것도 어느정도 덜해졌다.

하지만 모두가 잠이 드는 밤이 찾아오자 밤중에 저 고양이가 어떻게 또 돌변하지 않을까,

혹시 돌발행동을 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등. 이런 자잘한 걱정들과 함께 설레임도 찾아왔다.


어제 밤만 해도 내일 밤에 낯선 존재와 잠을 잘 거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이제까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그 존재와 이렇게 같은 침대에서 잠을 청하게 될줄이야 또 누가 알았겠는가.

꼭 낯선 집에 온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나인것처럼 밤이 깊어질수록 내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고양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업어가도 모를정도로 정신없이 잤다.

안그래도 더운 날씨에 고양이의 뜨끈한 체온이 바로 옆에서 느껴지니 나는 더 잠이 오지 않았다.

행여나 자다가 애를 깔리게 하지는 않을까, 잠결에 또 이 아이가 날 물지 않을까....

이 작은 고양이의 숨소리 하나가 이렇게 크게 들리다니... 잠이 올 수가 없다.

밤새 여러가지 생각들과 감정들이 한꺼번에 떠오르고 솟아나서 나는 어디 한 군데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감정과 생각의 소용돌이에 이리저리 쓸려다녔다.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겠는데 아침이 되었다.

고양이는 어느새 남편의 팔을 베개 삼아 곤히 자고 있었다. 둘이 언제 그런 사이가 됬을까.

아침에 보니 고양이는 더 여위었다. 서 있었을때는 몰랐는데 누워있으니 빈 뱃가죽이 더 잘 보였다.


도대체 길생활이 얼마나 힘들었길래 이렇게 잠이라는 걸 처음 자보는 고양이처럼 잠만 잘까.

너무 잠만 자서 가끔 가까이 다가가 숨소리가 들리는지, 배가 움직이는지를 체크했다.

우리가족이 모두 일어나 돌아다닐때도 고양이는 잠만 잤다.


아이들도, 남편도, 그리고 솔직히 나 역시도 집에 손님이라도 온냥 들떠 있었다.

설레는 마음,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 등을 감출수 없어 온종일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날부터 나의 무한 검색이 시작되었다.

고양이는 물론, 고양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이 세상의 모든 정보들이 필요했다.

학교 다닐때부터 이상하게 과제를 하든, 무엇을 사든 나는 뭐든 자료를 충분히 모아야만 그제서야 그것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고 선택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입양을 계획 한 것도 아닌 지금 당장 우리집에, 내 눈 앞에 고양이가 있으니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가능한 많은 정보들이 필요했다.

내 앞에 떨어진 이 과제를 얼른 해야한다!


집에 길고양이를 들였을 경우 가장 처음 해야 할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를 기생충이나 세균을 없애기 위해서

씻기거나 꼭 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전염병의 유무와 고양이의 현재상태를 정밀히 체크하기 위해 동물병원에 데려가야한다고 한다.


당장 해야할 것이 정해져 있기에 고양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어제처럼 고양이를 안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어제와 달리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제도 분명 고양이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어색한 느낌이 든다. 고양이가 무방비로 있다는 느낌? 분명 어제도 그대로 안고 탔는데?

그래서 집에서 담요를 가지고 나와 고양이를 둘 둘 감았다. 그런데도 가만히 안겨 있는 고양이.

이제는 진짜 궁금하다. 도대체 정체가 뭐니? 고양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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