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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감 Apr 15. 2023

조직문화란 무엇일까 (3)

누구도 확실히 정의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하여




본 글은 2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climbthebooks/19









기업의 '좋은 조직문화'가 주목 받는 이유


여타 기업, 특히 괜찮은 기업을 표방하려 하는 곳들의 채용 홈페이지는 대부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우리는 이렇게 일해요'라는 소제목을 걸어 두고 우리들이 내세우고 있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상위 원칙에 기반하여 구성원들이 업무를 대하고 있는지 어필하는 식이다. 나름 괜찮은 문화를 구축해 놓았으며, 당신도 곧 이런 환경 아래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그러한 가치와 원칙이 하나의 판단 근거로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는 입사한 뒤 직접 겪어본 사람 외에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다만,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는 여러 구직자들에게 만큼은 말만이라도 달콤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심심찮게 언급되는 '좋은 조직문화'는 어째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걸까? 그 이유는 '일'과 '몰입'에서 찾을 수 있다.


내노라하는 기업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혁신을 위한 도전', '수직 성장', '무제한 지원', '최고의 복지는 좋은 동료' 등의 개념을 일종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일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다시 말해 구직자들로 하여금 '저 회사에 들어가면 자질구레한 거 신경 쓰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을 거야'와 같은 일종의 기대 심리를 유발하게 한다. 구직자들이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조직 생활이라는 것이 늘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어서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상처 받고 힘이 부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원인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잘한 관계 속에서 치이다 보면 일 외의 것에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하게 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통계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조직문화에 대한 오해


모두에게 100% 맞는 조직문화가 있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좋은 조직문화'는 구축되기만 하면 모든 유형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된장찌개보다 김치찌개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물막국수보다 비빔막국수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대중적인 입맛을 저격한 음식점이라고 한들한들 기대를 잔뜩 품고 방문한 누군가는 혹평이 담긴 후기를 남길 수도 있다. 조직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하면, 소위 괜찮은 환경이 구축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각자의 환경에 의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배양해 왔다. 당연하게도 업무상에서 추구하는 목표 또한 천차만별로, 비슷한 길은 있을지언정 정확히 들어맞을 수는 없다. 관념은 수리적 계산과 영역을 달리하는 바람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조직문화도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100%의 확률을 자랑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A에게 100이라면, B에게는 0이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갖는 다양한 변수에 의한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다양한 복리후생제도 = 좋은 조직문화(?)

조직문화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생각은 어떤가 싶어 "좋은 조직문화란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라며 물음을 건넨 적이 있다. 10명 중 2명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체계'를, 나머지 8명이 '짱짱한 복리후생제도'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복리후생제도를 언급한 직원들은 '직원들을 잘 챙겨 주는 것이 좋은 조직문화'라고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복리후생제도와 조직문화는 유의미한 상관관계에 있긴 하나 서로 필요충분의 관계에 있진 않다. 좋은 조직문화를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하는 업무 환경 제반'이라고 가정해 보자.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든가, 휴게실에 값비싼 안마의자가 있다든가, 생일자를 위해 휴가와 축하금을 지원한다든가, 간식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든가, 모든 사무실마다 가습기와 공기청정기가 비치되어 있다고 해서 조직 구성원들이 모두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일과 몰입에는 수도 없이 많은 요인(가령 구성원 간의 관계)이 영향을 미치고 있고, 단편적인 관계에 의하면 다양한 복리후생제도가 곧 좋은 조직문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반대로 좋은 조직문화가 구축된 곳은 복리후생제도가 조직 내부 상황에 걸맞게 구축된 경우가 많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먼저 '복리후생제도는 어떻게 기획되어야 하는가?'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어떤 제도를 운영한다고 해서 혹은 유명한 기업의 대표적인 복지라고 해서 무작정 우리의 조직에 대입할 수는 없다. 대표적인 예가 '자녀 학자금 지원 제도'다. 학자금 지원 제도가 모 기업의 직원들이 가장 만족하고 그들 일상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내부 구성원들의 대다수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제도가 20대 중후반의 구성원들로만 이루어진 조직에서 제대로 복지스러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즉, 복리후생제도는 외부에서 트렌드 등 정보를 얻되 내부 구성원의 개별적인 상황과 조직 현황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여 기획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복리후생제도가 내부 상황을 충분히 구축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구성원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이고, 또 그런 만큼 상호 간에 협업하고 작은 관계를 맺는 과정에 있어서 활발한 의사소통과 적절한 신뢰와 배려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구성원들끼리 친할수록 좋은 조직문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임을 명시하고 싶다. 내부 구성원들 간 의사소통이 활발할수록 업무 효율이 늘어나고 일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듯 너무 과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업무를 해 나가야 하는 관계에서 개인 감정이 지나치게 개입되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되는 경우라 대표적이다. 사업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친하다는 이유로 자기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핀잔을 듣기도 하고, 확실히 요구했음에도 친하다는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그렇다. 또, 퇴근 후에 개인적으로 자리를 갖게 되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면 특정 시점에 제동을 걸기도 어려워지기도 한다. <두려움 없는 조직>의 저자 에이미 에드먼슨도 언급했듯, '적당한 신뢰에 기반한 상호관계'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관계 구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직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전망


최근 모 사이트에서 '대표님이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어하는데 너무 막막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다니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경영진의 결단이겠으나, 조직문화라는 건 무엇이고 우리 기업이 지향하는 점은 무엇인지 확실히 정의내리지 않은 바람에 일어나는 일종의 괴리일 것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대하려면 먼저 추상을 추상으로서 바라보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곳곳에 조직문화 담당자를 채용한다는 공고가 많이 보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조직문화라는 게 중요한 것임을 깨닫고 조금씩 변화하려는 게 아닐까 싶다. 너무나 많은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에 정답을 내릴 수는 없겠으나 이러한 과정 또한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해야 본인들의 가치 실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생존해 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3편의 글에 걸쳐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는 것은 많으나 재주가 없어 보기 좋게 정리하지 못한 구석도 있다. 근거를 탄탄히 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좋은 내용을 접하게 하고 싶었으나 단순한 생각을 주장하는 것으로 대체한 부분도 있다. 이제 막 주체적으로 관념을 잡아 가고 있는 단계라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 또한 주체적으로 관념을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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