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미역국, 전복 미역국, 홍합 미역국, 된장 미역국, 들깨 미역국, 우럭 미역국, 황태 미역국, 사골 미역국, 소꼬리 미역국 등 무얼 넣고 끓여도 맛있는 미역국. 많은 종류의 미역국이 있어 일 년 열두 달 생일이 있다고 해도 매달 먹을 수 있는 미역국.
엄마의 엄마가 엄마를 낳고 잡수셨을 미역국, 나를 낳고 할머니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으며 ‘우리 엄마도 이렇게 엄마가 되었겠구나.’ 눈물 반, 미안함 반, 감사 반의 마음으로 잡수셨을 미역국, 금비와 효자 아들을 낳고 한 사발씩 비웠던,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미역으로 끓여준 미역국.
정신이 혼미하고 쇼크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어도 아가 먹을 젖이 잘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땅의 모든 엄마가 한 입 뜨던 미역국,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생일이 되면 어김없이 먹는 미역국.
이제는 금비와 효자 아들이 내 생일이 되면 끓여주는 고마운 미역국. 집집마다 참기름으로 끓이기도 하고 들기름을 넣기도 하지만 담백한 고소함은 어디 가지 않는 미역국.
대접에 밥을 한 주걱 푸고 그 위에 미역국을 듬뿍 담는다. 미역 줄기도 거절하지 않는다. 미역 줄기는 오독오독한 것이 씹는 맛이 있어서 부들부들하고 야들야들한 미역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다.
미역국에 다른 반찬은 없어도 된다. 김치 하나만 있어도 좋지만 낙지 젓갈이나 오징어 젓갈을 곁들여 먹으면 바다가 밀려온다. 소라 껍데기에 귀를 대면 바다 소리가 나듯, 바다가 입안으로 들어온다.
◉ 묻고 더블로 가는 음식 3. 뷔페
이성을 마비시키는 뷔페를 조심해야 한다. 뷔페를 가면 최소 두 접시는 기본이다. 두 접시만 먹으면 다행이다. 세 접시, 네 접시, 디저트까지 접시가 쌓여간다.
뷔페를 가면 어째서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되는지 의아하다. 아무리 위가 큰 사람이라도 이 많은 음식을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한 끼에 이렇게 잔뜩 먹어봐야 남는 것이 없어 허무하다는 것을 알면서, 뷔페를 가면 어째서 많이 먹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옆 테이블의 커플은 대게만 공략하기로 작정한 모양인지 테이블에 대게가 작은 동산처럼 쌓여있다. 이렇게 산해진미가 많은데 한 가지 음식만 먹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커플은 식사를 하는 내내 와인만 마시고 있다. 이달 말까지 와인과 맥주가 무제한이다. 산해진미를 눈앞에 둔 뷔페식당에서조차 사람들의 생존 전략은 제각각 다르다.
나는 대게만 먹는 커플과 와인만 먹는 커플과온갖 음식을 다 맞보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뷔페식당의 매출과 마진은 어떻게 되는 걸까, 가늠해 보았지만 온갖 산해진미를 맛보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집중이 되지 않아 곧 매출과 마진 따위 파악하는 것은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즐겼다.
편식을 하지 않는 나에게 뷔페에 차려진 모든 음식은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다. 모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다. 맛없는 게 하나도 없는 모두 맛있는 음식이다.
다이어트할 때는 뷔페를 조심해야 한다. 오늘 저녁만 해도 당분간 뷔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먹어버렸다. 어이쿠.
그런데 신기한 점은 식당에 앉아 있을 때는 배가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당에서 배가 불렀다면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뷔페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더구나 나는 지금 다이어트 중이니까.)
집에 오니 배가 몹시 불렀다. 그제야 이런, 큰일이군, 어제까지만 해도 64.4kg이었는데. 너무 먹어버렸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많은 음식을 먹어버린 뒤였다.
◩ 7월 11일 목요일
간다, 단탄지 아침:
소고기 미역 국밥,
아이스 아메리카노
간다, 단탄지 점심:
열무 무생채 비빔밥+계란프라이,
망고 크림 케이크
저녁:
안 먹음
소고기 미역 국밥
열무 무생채 비빔밥+계란프라이, 망고 크림 케이크
운동 1. 도보 30분
운동 2. 모닝 스트레칭(체조)
운동 3. 헬스
러닝머신 30분, 125kcal
아침 공복 체중.. 66.7kg
◉ 이 순간 필요한 건 나에게 건네는 위로와 따스한 믿음
어제 많이 먹어서 아침은 안 먹어도 될 줄 알았는데 자는 동안 소화가 됐는지 아침이 되자 배고픔을 느낀다. 일주 일치쯤은 한 번에 먹은 듯한 어제 먹은 음식의 양을 의식하며 작은 아침을 먹었다.
어제 뷔페에서 몇 킬로그램을 먹은 걸까. 잘 빠지고 있던 체중이 66.7킬로그램이 되었다. 불과 엊그제 아침만 해도 10월까지 다이어트해서 60킬로그램보다 더 뺄까, 아니면 60킬로가 되면 9월이라도 다이어트 종료할까 고민했는데,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이런 이벤트, 이런 변수가 다이어트 중간중간 특급 장애 요소로 작동한다.
◎ 살을 빼려면 역시 굶어야 하는 걸까.
비록 먹는 걸 좋아하고 잘 먹지만 내가 아주 많이 먹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삼시 세끼를 다 먹고 있긴 하지만, 세 끼마다 소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식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 과자를 먹기도 하지만, 달달한 커피를 하루 한 잔 이상 마시기도 하지만, 샐러드만 먹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을 꽤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몹시 평범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살이 쪘다.
다이어트를 위해 며칠씩 쫄쫄 굶는 사람들이 있다. 삼일, 일주일씩 굶는 대단한 의지가 부러울 지경이다. 일주일은커녕 삼일은커녕 하루 종일도 쫄쫄 굶어본 적이 없어 단식의 상태가 가늠이 안되니 시도를 해볼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살 어떻게 빼지?
다이어트를 하고 있음에도, 식사량을 조절하고,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도 하고 있음에도, 살 어떻게 빼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체중이 잘 줄고 있는가 싶다가도 한 끼만 과식해도, 하루만 잘 먹어도, 빠졌던 체중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거나, 뱃살이 그대로 거나, 여전히 바지가 맞지 않을 때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다이어트는 며칠씩 쫄쫄 굶어서 빼는 것이 아니라 움직여서 빼는 것이다,는 걸 알면서 며칠 내리 굶어볼까? 유혹을 받는다. 움직이는 것보다 굶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가족 이벤트, 친구와의 저녁 약속, 회식 등 생각지 못한 변수로 인한 일시적인 체중 증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시적으로 증가한 숫자일 뿐 루틴대로 운동하고 저녁 금식하면, 일시적으로 증가한 체중은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시간은 좀 걸린다.)
한 번 먹었다고, 체중이 증가했다고, 다이어트를 포기할 필요 없다. 살 진짜 되게 안 빠지는 체질이라고 자신을 위축되게 할 필요도 없다. 다이어트한다면서 잔뜩 먹은 나를 한심하다며 몰아세우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 필요한 건 ‘괜찮아. 곧 다시 좋아질 거야.’라는 누구도 아닌 내가 나에게 건네는 위로다. 타인에게는 그 무엇도 의지하거나 기대하거나 바랄 것이 없다. 용기, 믿음, 사랑, 위로, 동기, 이런 것들은 나에게 있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내가 나에게 북돋아 주는 용기, 내가 나에게 보여주는 진심 어린 사랑, 내가 나에게 보여주는 따스한 믿음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
잠깐 이탈했어도, 잠깐 딴짓했어도, 다이어트는 계속된다. 먹으면서 뺄 수 있다고 믿는다. 아침, 점심 든든히 챙겨 먹고 저녁 금식하고 운동하면서 살이 찌는 체질을 살 빠지는 체질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한번 틀어졌지만 다시 할 거니까. 잠시 삐끗했지만 하던 대로 할 거니까. 우린 아직 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