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위해 특별히 다이어트 식단을 구상하지는 않지만 간소한 식사를 하되 의식적으로 다양한 식단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저녁엔 몇 가지 간단한 요리(반찬)를 한다. 미리 만들어두지 않는다. 절임이나 장아찌를 제외하곤 며칠씩 먹을 밑반찬을 만들어 두지 않는다. 식사 시간이 되면 그날, 그때 먹을 음식을 바로바로 요리해서 먹는다. 식사 때마다 요리를 하다 보니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많은 가짓수를 차리지 못하지만 먹는 사람의 심신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한다.
가장 맛있는 밥은 갓 지은 밥이다. 갓 지은 밥과 방금 만든 반찬엔 평가할 수 없는 감칠맛이 있다. 갓 지은 밥은 잘 익은 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맛을 꿀맛으로 만들고, 따스한 온기가 스며 있는 방금 만든 반찬은 찬이 적거나, 부족한 손맛마저 포근하게 감싸 안아버린다.
◎ 살이 찔 때는 내가 만든 음식도 맛있다.
살이 찔 때는 내가 만든 음식도 맛있다. 요리가 잘 됐든, 요리를 망쳤든, 내가 만든 요리는 내가 다 먹는다.
음식 남기면 남긴 음식 지옥 가서 다 먹는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던 나는,
쌀 한 톨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던 나는,
농부들이 얼마나 고생하며 농사짓는지 아느냐는 말을 밥상에 놓인 흰쌀밥을 먹는 내내 들었던 나는 음식을 버리기보단 먹어버린다. 망친 것 같은 요리도 아깝다고 먹고, 음식 남기면 지옥 가서 먹는다니 지옥 가서 배 터지기 전에 미리 먹어두자고 다 먹는다. 음식을 버리는 것이 께름직한 기분이 들어 먹을 만큼만 요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 내 점심은 잔반 처리지만.
아침은 간단하게 먹는다. 저녁에 먹고 남은 음식은 다음날 점심에 내가 처리한다.(언제나 먹을 만큼 그릇에 덜어 먹기 때문에 더럽지는 않다.)
식구들의 식사량은 컨디션에 따라, 날씨에 따라, 기온에 따라, 그날의 사정에 따라 그날그날 다르기 때문에 적정량의 음식을 해도 음식이 남기도 한다. 남은 반찬과 남은 음식은 다음날 점심에 내가 먹어 치운다. 조금씩 남겨진 냉장고 속의 음식들을 날을 잡아 처리하기도 한다. 남은 반찬들을 활용해 비벼 먹고 볶아 먹는다. 반찬이 없거나, 점심을 같이 먹을 누군가가 있으면 간단하게 점심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간단하고 소박한 식사를 차리지만 단백질을 많이 먹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조금의 단백질이라도 단백질을 꼭 먹겠다는 의미의 단탄지 만큼은 신경 쓴다. 찬이 너무 없으면 혼자 먹더라도 계란 프라이라도 해먹는다. 비타민과 무기질을 포함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저녁이 되면 또다시 새로운 몇 가지의 요리를 한다. 단조로운 삶이 반복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 뭘 자꾸 먹으라는데.
뭘 자꾸 먹어야 한다고 하는 시대다. 노화를 멈추려면 뭘 자꾸 먹으라는 시대, 살 빼려면 뭘 자꾸 먹으라는 시대, 동안으로 보이려면 뭘 자꾸 먹으라는 시대, 당뇨를 예방하려면 뭘 자꾸 먹으라는 시대, 혈압을 낮추려면 뭘 자꾸 먹으라는 시대,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려면 뭘 자꾸 먹으라는 시대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터질 것 같고 소화불량에 걸리는 것 같다.
◎ 뭘 자꾸 하라는데.
뭘 자꾸 해야 한다고 하는 시대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으라 더니,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라는 시대다. 열정 과잉의 시대에서 잠들지 않는 불나방처럼 고막 보다 얇은 날개를 찢어질 듯 파닥 거리며 불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는 시대다. 듣기만 해도 정신이 혼미해진다.
◎ 한 그릇의 낭만에 담긴 안도
간단하게 먹는 식사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다. 이상하게도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으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산뜻하게 디톡스 되는 기분이다.
정보의 홍수 시대, 욕망 과잉의 시대에 홀로 앉아 간단한 한 그릇의 식사를 하고 있으면 쫓기고 당겨지고 밀쳐지는 어지러운 기분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든다. 혼을 쏙 빼놓는 욕망과 과잉이 소용돌이치는 한복판의 소박한 식사가 나를 지켜준다. 몇 가지 되지 않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는 고요 속, 불안과 우울과 실망과 좌절과 분노와 후회와 욕망으로 뿌옇게 채워졌던 혼란스럽기만 한 대혼돈의 시간이 멈춘 자리에 안개가 걷히고 한 그릇의 평안함이 대신한다.
간단한 한 그릇의 식사를 하며 삶을 디톡스 한다.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맑아지는 간단하고 소박한 한 끼를 챙겨 먹으며 안도한다. 나 홀로, 때로는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때로는 넷이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명상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