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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May 05. 2023

기억

구석에 처박아 둔 운동화가 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해질 대로 해진 운동화는 주기적으로 눈에 띄어 신경을 거슬렀다. 버리지 못하고 빨아 다시 구석에 던져둔 게 수십 번은 되었다. 너무 박박, 너무 많이 빤 운동화는 이제 본래의 색도 형태도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이다. 운동화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나는 이제 그게 어떤 색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희미하게 남은 빛깔로 추측하는 색이 본래의 색인지 알 수 없다. 운동화이긴 할까? 내가 눈을 뜨고 있기는 한 걸까? 다가가면 어느새 발이 축축하다. 운동화는 가까워지지 않고 찰박거리는 물은 점점 깊어진다. 그래도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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