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안 Dec 07. 2022

브런치 구독자님, 오프라인 첫 만남

10년 넘게 다닌 직장을 퇴사하고 몰타로 떠난 구독자님의 영어 이야기

동영상? 사진? ?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통해서 나의 영어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나눌  있을까?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브런치? 블로그? 어떤 종류의 플랫폼을 통해서 나의 영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있을까?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 혼자서  없이 많이 했던 고민이다.


20 때는 머리보다 손과 발이  빨리 움직여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30대가 되고  이후에는 손과 발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순간  나은 결정을 위해 머릿속에 뇌가  고민하고  오래 생각하면서 결국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There is no perfect start.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시작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은 시작,  화려한 시작,  찬란한 시작을 위해서  많은 시간과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 빠진 독에  붓기" 다름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시작도 하지 못한  포기한다.


완벽한 시작은 없다. 조금은 어설픈 시작, 조금은 미니멀한 시작, 조금은 검소한 시작을 위해서 상대적으로 보다 적은 시간과 적은 노력을 쏟아부어보자. 그렇게 먼저 작은 에너지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에너지로  무언가를 꾸준하게 해나가 보자. 사실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보다 꾸준하게 해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시작 이후에 뼈저리게 깨달을 것이다.


Fuck it, let's do it!

상대적으로 진정성을  깊이 느낄  있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브런치 통해서 나의 영어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로 결정하고 2021 8 4  글을 개시했다. 그동안  없이 했던 고민과 생각들이 무색할 정도로 차분한 음악과 함께 맥도널드 커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글을  내려갔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질문과 의심이 사라졌다. 대신, "나의 영어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는  순간들을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즐기고 있었다. 너무 행복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주제의 글을 매일 하나씩 쓰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날  있었다.


A cup of coffee is the best friend for good writing.

 

브런치 페이지에 구독자 숫자가 늘어가고, 구독자님들의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의 댓글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영어 이야기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았고, 영감을 받았다는 그 말을 듣는 그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마침내 사람들과 함께 나의 영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점점 쌓이면서, "퇴사하는 MZ세대, 그 이유는?" 글에서 하나의 소중한 댓글을 발견했다.



어쩌면 조금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용기 내어 댓글로 작성해주셨다. 댓글에는 "꼰대 부장", "퇴사", 그리고 "뭔가를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실제로 만나 뵌 적도 없고, 얼굴 한번 보지 못했지만, 그저 응원해 주고 싶었다. "혼자서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 끙끙 앓았던 과거의 나 자신이 생각났다. 단 한 명이라도 그 누군가가 "괜찮아", "잘 될 거야", "지금까지 앞만 보고 너무 열심히 달려왔으니까 조금은 쉬는 게 좋겠어"라고 말해주기를 그토록 간절하게 기다렸던 과거의 나.


해주고 싶은 위로도 이야기도 참 많았지만, 상기된 감정을 괜히 억누르고 침착하게 답글을 작성했다. 처음 댓글을 작성한 구독자님이 혹여나 너무 긴 답글을 보고 놀라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다행히도 그녀 또한 조심스레 건넨 위로와 이야기를 잘 이해해 주셨다. 그렇게 우리는 댓글창을 마치 메신저 창처럼 사용하면서 10개의 답글들을 작성했다. 글을 통해서 더 이상 한 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양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면서 왠지 모르게 서로 연결된 기분이 들었다.


구독자님은 10년 넘게 다닌 일본 외국계 회사를 퇴사하고 몰타 어학연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한 회사에서 10년 넘게 이어온 오랜 경력과 더 이상 일본어가 아닌 영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참 흥미로웠다. 퇴사라는 것이 사실 10년 이상의 오랜 경력자에게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회사 안에서 배우고, 버티고, 살아남기를 수 없이 반복하면서 지금의 실력과 자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포기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녀의 첫 댓글이 내게 더 큰 의미가 있었다.


A new chapter in a new place


구독자님과 매주 이메일을 교환하면서 그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10년 동안의 치열했던 인생에서 잠시 동안 휴식이 필요하고 말했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해외여행도 가보고 영어 배우기에도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언제나 꿈만 꾸던 것들, 수 없이 계획을 짜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던 것들을 이제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사실 앞으로가 더 두렵고, 긴장될 테지만, 애써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가 참 멋있었다.



새로운 나라에서 모든 것이 신나고 즐거운 단기간의 해외여행이 아닌, 3개월 이상의 해외 거주는 그저 모든 것이 신나고 즐겁지만은 않다. 날씨, 음식, 사람, 외로움, 문화, 그리고 제일  문제는 역시 커뮤니케이션이다.


사실 대부분 문제의 원인이 바로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비행기 표를 구입하고, 비행기를  때까지 머릿속에서는 알고 있지만, 막상 비행기가 착륙하고 현지에서 실제로  문제들이 접할 때는  영향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사실  영향 때문에 다시 고국으로 귀국하는 경우도 많다.


모구모구님,
6개월 몰타 어학연수
목표는 무엇이 나요?

"저의 목표는 10년간 직장생활에 털털 털려버린 정신건강을 다시 다독이는 것과 업무 중 영어 앞에 소심 해지는 자신이 싫어 영어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휴식영어 자신감이네요." 구독자님의 목표는 너무 간단하고 정확했다.


새로운 시작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가끔 목표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힘들거나 어려움을 느끼면 방향을 쉽게 잃고 결국 포기한다. 따라서, 여정이 길면 길수록 "내가 왜 시작했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끊임없이 초심을 상기시켜야 한다. 그녀 또한 6개월 동안의 몰타 어학연수를 코 앞에 두고 다시금 휴식과 영어 자신감이라는 목표를 상기했다.


모구모구님!
영어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세요!

6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으면 짧고, 또 길다면 긴 시간이다. 물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영어 실력을 늘리는데 6개월이라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물론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영어에 더 많이 노출되고, 해외 어학원에서 영어 교육도 받고, 생존을 위해서 영어 연습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영어 사용에 조금은 편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영어 실력에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영어 실력을 늘리는데 너무 큰 기대와 목표를 갖기보다는 해외에 거주하는 6개월 동안 해외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해외 생활을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영어 실력을 늘리는데 도움 될 수 있다.


구독자님이 처음 몰타에 도착하고 적응하는 시기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너무 더운 날씨, 너무 다른 입맛, 대화가 어려운 어학원 친구들, 홀로 방 안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슬금슬금 찾아오는 향수병, 적응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화 등 수많은 문제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점점 더 많이 쌓아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심각하게 귀국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메일을 보내왔다.  


Homesickness comes at least once when you live abroad.


몰타 생활 3개월이 지나면서 그동안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버린 수많은 문제들과 아무리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도 쉽게 늘지 않는 영어 실력 때문에 구독자님은 많이 지쳐있었다. 그녀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위기의 순간들이 반드시 한 번쯤은 올 거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 스스로가 그러한 위기의 순간들을 직접 경험하고, 앞으로의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포기를 하든, 계속 나아가든 자신이 직접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


영어 공부는 조금 내려놓고,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면서
몰타 생활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10년 동안의 회사 생활 때문에 하루라도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이 어색했던 그녀. 처음에는 그저 휴식과 영어공부 2가지만 목표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몸이 먼저 움직였다. 결국 무엇이라도 열심히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과거의 자신을 다시 발견했다. 어학원에서는 자신과 다른 외국인의 영어 실력을 비교하여 스트레스까지 받으면서 결국 늦은 밤까지 방 안에서 혼자 영어 공부를 했다. 보이지 않는 무게감과 부담감이 그녀를 더 벼랑 끝으로 몰아놓고 있었다. 그 순간, 아무렇지 않게 건넨 힘을 좀 빼라는 이야기가 마침내 그녀를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Her wonderful efforts


마침내 구독자님은 보이지 않았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동네 주변의 아름다운 곳을 산책하고, 어학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방과 후에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면서 함께 파티도 즐겼다. 위기의 순간, 당장의 포기가 아닌, "한번 더 해보자!"를 선택한 그녀의 결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더 큰 자신감이 생긴 그녀는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영국을 방문하면서 솔로 유럽 여행까지 무사하게 마쳤다! 비가 지나가고 햇살이 비추는 것처럼 그녀 또한 앞으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었다.


She was in Malta.


She was in England.


She was in Germany


길고 길었던 6개월 동안의 몰타 어학연수를 마치고 구독자님은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했다. 몰타에 있을 때부터 이메일을 통해서 이야기했던 만두와 맥주를 함께 즐기기 위해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전화번호도 카카오톡도 모른 체 온전히 이메일에만 의지하면서 서울 홍대역 3번 출구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쯤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첫 번째 브런치 구독자님이셨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너무 반가웠다. 그동안 교환했던 44개 이메일의 내용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너무 편하고 반가웠다. 그녀는 바로 내게 선물을 건네주면서 "그때의 작가님 메일이 제게 너무 큰 위로가 되었어요."라는 말을 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말은 내게 너무 커다란 격려와 응원이었다.


나 또한 홀로 힘들고, 외롭고, 방향을 잃었던 시간들이 많았다. 나의 배경이 아닌, 순수한 나를 위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무런 편견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대화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다행히도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아무런 편견 없이 듣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힘들었을 당시에 나의 이야기가 커다란 위로와 응원이 되었다는 사실이 참 놀랍고 기뻤다.


이 넓은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도 많지만,
나이스한 사람들도 많죠!

Thank you for your gift!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선택할지 고민만 했다면? 어떤 종류의 플랫폼을 선택할지 고민만 했다면?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동영상이든, 사진이든, 글이든 내게 잘 맞는 콘텐츠 종류를 선택하고, 유튜브든, 인스타그램이든, 페이스북이든, 브런치든, 블로그든 내가 선호하는 플랫폼을 찾아서 하루빨리 나만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나눠보자. "누가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할까?"라는 질문보다는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거야!"라고 생각해보자.


브런치를 시작할 때, 구독자 숫자가 올라가는 것도, 구독자님들이 정성 어린 댓글을 작성해주는 것도, 구독자님을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만나 뵙게 될 줄도 상상하지 못했다. 일단 작게 시작하고 매일 꾸준하게 해 나가면서 나와 취향이 비슷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비숫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에서 만나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악수를 하고, 눈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이러한 아날로그 감성도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영어라는 공통의 콘텐츠를 통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이번 경험 역시 너무 행복했다. 몰타 어학연수 6개월 동안 언제나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이해해주시고,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셨던 @모구모구 님에게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앞으로도 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더 즐겁고 더 재밌게 콘텐츠를 만들어보자!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행동이 말보다 더 중요합니다.



함께 읽기 좋은 글

매거진의 이전글 한 달 먼저 시작하는 새해 영어공부 목표, 계획,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