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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dovico Aug 27. 2024

행정은 원래 광장이랑 한 세트에요(2)

③광장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행행정은 원래 광장이랑 한 세트에요(1)

행정은 원래 광장이랑 한 세트에요(2)정은 원래 광장이랑 한 세트에요(1)

행정은 원래 광장이랑 한 세트에요(1)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3. 주요이해관계자그룹

우리나라에서 가장 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재개봉 하기도 했지만 무려 5,576,451명의 관객이 봤다. 사회재난을 다루는 주제라 무거울 수도 있지만, 판타지적 감성과 현실의 모습을 기가막히게 다루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다. 주인공은 '이와토 스즈메'와 '무나카타 소타'라는 두 명의 인물인데,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문을 닫기 위해 노력하는 소타와 우연히 함께하게 되는 스즈메의 에피소드가 주된 스토리다.

스즈메는 구슈의 미야자키현에 거주하고 있는데, 일본의 여러 지역을 따라 계속 이동한다. 그런데 이 곳들은 사실 일본에서 발생했던 주요 재난지역들다. 그리고 최종 도착지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2011년 발생한 '도호쿠 대지진' 피해지역이다.

두 주인공의 영화 속 첫 만남(자료 :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동일본 지역에 궤멸적인 피해를 입힌 재앙을 이후의 젊은 세대에게도 알려 주고 싶었다'고 얘기하는데, 분명히 다루고 기억해야하는 일본의 기억이지만, 사람들이 아픈 기억을 볼 것인가에 대해서, 상처입은 사람들이 더 아픔을 격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한다. 그런 감독의 걱정이 영화 제작에 잘 스며들은 덕분인지, 앞서 얘기한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적인 흥행과 많은 의미를 남겼다. 특히 재난을 그저 잊으려고만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기억하려 노력하는 그 모습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나간 오래된 재난들을 기억하는 것은 광장의 역할이기도 하다. 현재의 우리 후손들이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중요한 공동체의 의식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가장 의미있던 것 중 하나가 지역에 발생한 재난이란 문제와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 소외되기 쉬운 이해관계자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재난의 겉모습과 다르게 재난 이후에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행정과 함께 업무를 하다보면, 주요이해관계자그룹이라는 것이 사실 여러 절차로 인해 딱딱함이 있지만, 핵심은 지역의 문제를 단순히 행정이나 전문가가 해결하는게 아니라, 현실에서 겪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다뤄져야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화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다뤄야하지 않을까 싶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라는 것이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 달성해야하는 인류의 공동 목표이다. 이 프로젝트는 유엔 회원국 모두가 달성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이 SDGs를 바탕으로 주요이해관계자그룹을 만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란?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 환경문제(기후위기,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사회⠂경제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등) 등을 해결하기 위한 유엔회원국 공동의 목표이다.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로 구성되어 있고, 이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어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북한 조차도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BTS가 유엔총회에서 "미래세대와 현세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지속가능발전목표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 간의 균형을 맞추고, 모두가 공평한 혜택을 누리기 위한 공동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17개 목표 중 인종차별과 혐오 목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SNS에 의사를 표명하고 발언을 하고 있다"라고 연셜하며 지속가능발전목표가 더 알려지기도 했다.
2019년 유엔총회에서 SDG를 이야기하는 BTS의 갓한 모습

UN은 SDGs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주요이해관계자그룹을 구성하여 그들이 목표의 수립과 달성에 주요한 역할을 하도록 권고한다. 이는 회원국마다 국가와 지역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지역의 문제에 이해관계자를 소외시키며 문제가 더욱 커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처한 지속불가능성 이슈가 다채롭게 존재한다. 이런 이슈들은 단순히 문헌이나 설문조사,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도출하기 힘들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가 처한 상황과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이 엮이며 현실에 존재하나,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면모를 목도하게 된다.

우리나라만해도 지역마다 처한 문제에 따라 주요이해관계자가 다르다. 예컨대 서해에 인접한 한 지역에서는 발전소가 많아 정의로운전환이 중요한 문제였기에 산업계나 노동계의 참여가 중요했다. 또 한 지역은 대학이 밀집되어 있어서 지역에 발생하는 1인가구 문제에 20대 청년들의 참여가 중요했다. UN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지역의 주요이해관계자를 정책 설계 등에 참여시키라고 권고한 것이다.   


주요이해관계자그룹은 대체로 약 10~12명 내외의 지역사회 주요이해관계자와 FGI 방식으로 공론장을 운영한다. 가장 최근에 운영했던 충청북도의 모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를 6개 그룹으로 지역의 필요에 따라 분류하고, 그룹마다 목표별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지역전문가, 일반시민(공개모집), 교수, 통장, 주요위원회, 시민사회단체 등의 사람들을 10~12명씩 구성하여 논의했다.


일반적으로는 질문 리스트를 쭉 만들어서 답변을 듣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단순히 일문일답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 담소를 나누도록 촉진해야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회의진행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17개 목표별로 세계적 흐름, 국내 제도화 및 추진 현황, 타 지역의 사례 등을 전체적으로 섭렵해야만 원활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슈가 미래세대를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이다. 만날 수 있는 시간부터 대화의 정도까지 성인들과 청소년들이 직접 소통을 하는데 있어서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요이해관계자그룹 FGI의 의사결정 내용의 결을 다르게해서 서로 보완이 가능하게, 단계적으로 공론장을 진행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계속 고민하며 진화를 하려한다.

주요이해관계자그룹이 잘 이뤄진 사례
공론장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1인가구의 주거와 안전사회망 조사를 하며, 인간관계가 단절된 지역의 20대를 알게되어 공유했다. 그러자 직접 주민을 만나는 통장 등으로 부터 개인주의문화에 대한 우려, 여성의 안전문제 등의 이슈가 추가로 도출되었고,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지역전문가에 의해 현재에 수행하고 있는 다행한 정책지원과 다른 지역에서 수행했던 정책이 공유되며 대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공론장 논의를 통해 지역사회 전반에 지속가능발전 가치가 알려지고, 행정계획에 참여한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계획을 수립했으므로 행정의 추진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추진력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공론장에 참여했던 지역사회 구성원간 관계형성과 소통에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주요이해관계자그룹은 단순히 우리 호모사피엔스만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하는 자연도 주요이해관계자그룹에 포함할 수 있다. 물론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에콰도르는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였고 볼리비아에서는 어머니 지구법을 제정했다. 뉴질랜드는 강이 법적으로 인간과 동일한 위상을 갖는 법이 통과됐고 독일은 동물 보호를 국가책임으로 규정했으며 스위스는 동물의 존엄성을 헌법에 명시했다. 프랑스는 헌법 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에 막혀 국민투표에는 실패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시도가 있어왔지만 모두 법적인 지위로 만드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에는 스즈메의 문단속의 주인공 '무나카타 소타'가 재난을 일으키는 미미즈라는 존재를 잠재우며 자연의 힘을 빌리는 기도처럼, 우리도 자연을 인격과 같은 존재들로 인정하여 주요이해관계자그룹에서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가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아뢰옵기도 송구한 히미즈의 신이시여. 머나먼 선조의 고향 땅이여. 오래도록 배령받은 산과 하천이여. 경외하고 경외하오며, 삼가 돌려드리옵나이다.




행정은 변화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광장(숙의공론장)을 운영하며 시민이 참여하는 소통의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특히 이제는 이런 과정이 법으로 보장되어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는 지속가능발전 기본법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서는 행정계획의 수립과 모니터링, 평가까지도 국민이 참여하도록 촉진한다.


법이 아니더라도 여러 기관에서 행정계획을 수립하거나, 어떤 의제를 풀어가기 위해 숙의공론화장을 운영하며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정말 쉽지 않다. 특히 행정의 입장에서는 열려있는 광장을 만들 때 맞이하게 될 각종 어려움이 필히 발생하기 때문에 손사레를 치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는 대부분의 행정에서 다수의 시민참여자 N 대상으로 1~2차례의 공론장을 운영하여 지역의 이슈 키워드 등을 도출하고는 한다. 이 대규모 공론장도 초기에는 쉬운게 아니었는데, 이제는 일반화되어 확산된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공론장의 방식이 계속 진화하고 확산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세상은 이미 과거와 같지 않다. 더 복잡해지고 특히 재난에 가까운 일들은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른다.

얼마 전 TV에서 낙타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영상을 봤다. 두바이에서 1년치 비가 하루에 왔다고 했다.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낙타의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두바이에서 발생한 홍수와 물에 잠긴 낙타들(자료 : 유튜브채널 Pakistamnikichen 영상 캡쳐)


북대서양은 세계에서도 가장 복잡한 항로로 꼽힌다. 그런데 이 곳에서 심각한 수준의 난기의 연간 총 지속시간이 1979년 17.7시간에서 2020년 27.4시간으로 약 55%, 보통 난기류와 가벼운 난기류도 37%와 17%씩 증가했다고 한다. 얼마 전 영국에서 싱가폴로 향하던 비행기가 이 난기류에 추락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구의 기후가 기존의 예측가능한 기후환경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화된다는걸 점차 느끼게 된다.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화의 시대이자 기후붕괴에 돌입한 것 같다." 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안그래도 복잡한 현대사회의 문제들이 기후변화로 더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함으로 점철되고 있다. 우리 인간은 늘 어떤 문제에 대응했고 해결해왔지만, 지금에 비하면 비교적 간단했던 문제같다. 환경-사회-경제의 급격한 변화와 이에 따른 문제들, 이를 해결해달라는 사람들의 요구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증가하고 다양화하고 있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협력해야만 지역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 할 수 있다. 행정은 지역의 문제해결에 오래전부터 역할을 해오던 우리 공동의 자산이다.

조선시대의 관아와 그 마당이란 공간은 의미가 있었지만 시대적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행정과 시민이 만나는 그 광장을 더 많이, 더 수평적이고, 더 쉽게 열려있도록 만들어서, 모든 시민이 행정과 광장을 한 세트로 이해하게 될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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