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광장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광장>의 작가 최인훈은 1961년판 서문에 이런 글을 남긴다.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표범의 가죽으로 만든 징이 울리는 원시인의 광장으로부터 한 사회에 살면서 끝내 동료인 줄도 모르고 생활하는 현대적 산업 구조의 미궁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는 수많은 광장이 있다"
회사에서 광장이 펼쳐지기 어렵게하는 경영철학
1. 단기 성과 우선주의
당장 생존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나 목표 달성이라도 중요한 것이 기업의 생리다. 이를 위해서는 군대처럼 신속한 의사결정과 빠른 실행을 중요시한다. 당연히 시간이 걸리는 광장에서의 교류와 소통은 남의 일이된다.
2. 수직적인 문화
좋은 광장이라면 수평적이고, 현장을 더 잘알고 있는 실무자로부터 관리자들에게 더 많은 의견이 자유롭게 전달되어야 한다. 강한 위계질서와 권위주의적 문화는 광장을 만들어도 권력자들을 위한 공간으로만 한계를 정하게 된다.
3. 비용문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광장을 조성하고 운영하려면, '시간과 돈'이라는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저해한다고 느껴서 굳이 광장을 운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4. 상호 불신과 두려움의 문화
서로를 믿지 못하면, 또 실수나 실패에 비판적이거나 처벌의 두려움이 있다면, 당연히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기 두려워한다. 이런 문화가 만연한 회사는 부정적인 의미에 정치판이 되기도 한다.
5. 변화에 대한 저항
광장은 권력구조를 해체한다. 소수가 의사결정을 내리던 방식이 도전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힘을 가진 소수가 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방식을 방해할 수 있다.
6. 성과측정의 어려움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지인이 한 때 토로했던 말이 있다. "소통이 잘되면 우리 수익이 얼마쯤 증가할 것 같은지 책정해서 사업계획을 작성해주세요"라는 리더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고.
광장을 성과지표로 측정할 수 있을까? 00원 증가 예상, 댓글 수 00개, 참여한 인원 00명과 같은 정량값은 효과적인 광장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광장의 중요성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7. 기술적 인프라 부족
과거에는 대체로 한 지역에서 이뤄졌던 경제활동이, 이제는 나라 전체 혹은 다른 국가까지로 확산됐다. 같은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이 효과적으로 소통하려면 기술적인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런 기술 부족이 광장의 활성화를 저해한다.
[장면 1] 삼진그룹은 직원들이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특히 고졸 여성 사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직원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부재하거나, 이를 억압하는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회사 광장의 문제점이다.
[장면 2] 영화의 주요 갈등 중 하나는 회사의 폐수 방출로 인한 환경 오염과 주변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문제였다. 하지만 회사는 이 사실을 덮으려만 한다. 이로 인해 조직 내부의 광장은 정보가 왜곡되거나 은폐되는 공간으로 변질된다.
[장면 3] 회사의 광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상사와 부하 간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일반 직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렵고, 상사들은 이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