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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길을 찾아보자-13] 불안

과거를 탐독하여 현재를 살아가기

by BeWrite

10년 전의 나 그리고 10년 후의 나

이 글은 10년 전에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2015. 12. 10 ==

여기 한 장의 종이. 내가 몸담을 수 있는 자유의 공간. 도망치듯이 달려온 듯 나의 마음은 조급함으로 가득하다. 내가 편하게 있어도 되는 곳마저 나에게 불안한 곳으로 변한 것일까?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고독한 모습이 점점 내 살을 뚫고 온몸으로 퍼져있듯이 보이지 않는 내면의 변화는 '나'와 '사람들' 사이의 간격을 더욱더 넓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알고 싶은 무언가로 인해 사람들과의 소통을 등한시한다면 그것을 통해 얻는 외로움은 내게 있어 별거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일까? 사람이 싫은 것도 아닌데 사람을 피하는 이유가 뭘까?




사회속 밀림은 내가 가야 할 길에 죄다 선을 그어놓았다. 심지어 나의 언어마저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내가 전진할 수 있는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내 생각에 머물고 싶다. 수동적으로 알게 된 용어들, 개념들, 진로에 머물고 싶지 않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불안감... 대체 그 불안감은 무엇일까? 당연한 것이라고 느껴지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의 그 불안감도 내가 성장하는 모습 중에 하나인 것일까?




내 삶의 지지대는 그동안 어디에 있었나? 학교에서는 매일같이 답만 찾았다. 계산을 통해 혹은 개념을 통해 답을 얻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인생은 수학 문제가 아니었다. 학교에서 답만 찾다가 인생의 답을 찾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사회를 나가면 답이 있는 상황보다 답이 없는 상황이 훨씬 많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것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스물다섯, 내 인생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가만히 있으면 꼴두기 신세만 될 뿐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의 작별을 지금부터 천천히 시작하면 된다.



== 2025. 03. 27 ==

10년 전, 내 인생은 큰 고민을 만났다. 지금도 기억난다. 당시 나는 내가 살아왔던 날들과 더불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까지의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면서 좌절에 빠졌다. 그동안 답만 찾는 인생을 살다 보니 답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에 대한 행동을 한 경험이 거의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난 내가 모르는 것에 있어 철저하게 의존적이었다. 내 스스로 뭔가를 알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근데 그런 나의 모습이 무의식적으로 훈련되었다는 생각에 많이 당황했고 혼란스러웠다. 이제까지 내 스스로의 의지로 뭔가를 행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인데 진정 나의 삶을 살아온 것인가 하는 비관적인 생각으로 이어졌고 갑자기 불안에 빠졌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내 스스로가 너무나도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인생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고, 대학을 들어왔지만 진정 내 의지로 그것을 행했는지 몇 번이고 되묻고 또 되물었다. 그렇게 되물어보니 내 의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학점을 잘 받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고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나갈 수 있었는데 단지 학점을 잘 받아서 콘크리트 정글로 나간다는 게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 인생, 결국 취업을 위한 것이었고 직장에서 돈벌며 하루를 연명하기 위한 인생에 불과한 것이란 말인가... 지금이야 취업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를 잘 알고 취업에 대한 관점도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는 진짜 심각했다. 고작 취업할려고 이 고생을 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10년 전, 내 생각은 혼란 그 자체였다. 사회가 나의 언어마저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활이 어려워서 겪는 불안보다 진로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이 10년 전의 연말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렇다. 그때 나는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10년 후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회사에 취업하여 돈을 버는 사람도 있지만 창업을 하여 돈을 벌거나 아니면 콘텐츠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경제활동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취업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사람들이 유리천장을 깨고 자유를 향해 살아가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난 10년 전에 그것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을 보면 역설적이다. 엄연히 경력이 있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나의 상황을 10년 전의 나는 예상이나 했을까?




10년 전에 내가 가졌던 불안감. 과연 그 불안감은 나에게 약일까 독일까? 나는 약이라고 생각한다. 10년 전의 나는 여러 가지로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지만 그 시행착오가 결국 내가 스스로 살아가는 데 있어 불안감을 잠재우고 독립심을 키우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돈을 많이 벌어도 소용이 없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돈을 적게 벌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인생이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 독립할 수 있는 역량, 자기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젊은 날부터 차근차근 쌓아왔다면 30살, 40살, 50살이 된다고 하더라도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부분 이외에 정신적, 영적인 부분까지 포함하는 범위의 역량을 의미한다. 살다 보면 답이 있는 상황보다 답이 없는 상황이 훨씬 많다. 인생을 뭔가에 의존하는 형태로 유지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불안이 머무를 수 있는 최적의 인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고정관념과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변화에 무뎌지면 무뎌질수록 불안을 먹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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