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탐독하여 현재를 살아가기
이 글은 10년 전에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적막함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자주 접한다면 충분히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때론 조용한 환경과 분위기도 젊은 날을 살아감에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숨이 턱 막힐 것만 같은 더위가 주위를 감싸는 아침이다.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다. 덥고 더운 거리를 거닐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게 무엇일까? 그것은 돈도, 명예도, 환경도 아니다. 바로 자기자신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거리를 지나가고 있는데 중간에 어떤 사건이 터져서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그 사람들을 따라가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간다면 그 사람은 분명 자기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 없다. 평소에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자기보다 남에게 관심이 많거나 혹은 어떤 사건, 사고에 있어 그것을 분석하고 본인이 판단하며 밝히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위 사례를 통해 우리의 행동 그리고 생각의 씨앗이 자라난 결과물이 주변의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과 성장배경으로 행동한다. 지난 번에 있었던 일이나 상황을 기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누구나 다 똑같다. 누군가에 의해 살아왔는지 아니면 자기자신을 생각하며 살아왔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적응하려고 노력하는지를 지켜보면 된다.
최근에 무의식적으로 뭔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짐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한편으로는 뭔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삶을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의 나는 지금보다 가진 것도 없었지만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자신을 온전히 믿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었는데 어째서 내 스스로에 의지하며 나아갈 길을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었을까?
가끔 10년 전의 나를 보면 부럽기도 하다. 저 당시만 해도 세상 무서울 게 없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많이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충만한 때였다. 취업은 안중에도 없었고 평생 책읽고 글쓰면서 살기로 결심한 사람마냥 살아갔으니 말이다. 공대생이 책과 글에 빠지다니... 복학한 이후 전공에 대한 관심은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고 개발 역시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10년 전의 나는 뭔가를 주도적으로 한다는 느낌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라가면서 하염없이 공부하고, 멍때리고, 일탈하며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복학을 하기 몇 달 전부터 책과 글에 빠져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 날들이 늘어나면서 내 삶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뭔가를 주도적으로 한다는 느낌을 말이다.
어쩌면 그러한 느낌을 계속 가져가고 싶은 마음에 지금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뭔가 정신적으로 독립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필사와 초서를 하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여러 지식과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니 예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 읽었던 책들이 결과적으로는 지금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엄청난 밑거름이 되었다. 세상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 수 있었고 훌륭한 사람들의 업적과 통찰을 통해 개인의 삶에 대한 고찰도 할 수 있었다.
글을 다듬으며 10년 전의 나와 마주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나는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앞뒤가 뒤섞이고 온갖 표현들로 복잡하게 얽힌 문장들 사이로 느껴지는 10년 전의 감정과 경험을 눈과 머리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자기자신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요즘 살면서 느끼는 게 있다. 나다움을 지키며 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거나 깔끔하고 보기 좋은 것을 나다움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딱딱하고 재미없을까? 뭔가 어설프고, 낯설고, 미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군가를 따라하지 않고 복사된 것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로 옷을 입힌 글과 생각들이 한데 모인 일상이 더 재미있고 기대되지 않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는 커지고 매뉴얼적인 사고방식과 업무패턴으로 인해 건조한 날들, 그런 날들이 모이고 모이면 번아웃이라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녀석을 만나게 된다. 살아가기 위한 힘, 다시 일어서기 위한 힘은 자기자신이 가진 개성에서 나온다. 경제적 독립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독립도 중요하다. 돈은 개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정신적 독립은 당장의 돈을 벌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준다. 나다움, 나답게 사는 것, 정신적 독립 어떻게 보면 다 같은 말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이 개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0년 전의 나는 타인보다 내 자신에 집중했다. 비록 현실 감각도 없이 그저 책과 글에 빠져 하루를 살아가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느꼈던 10년 전의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근거 없는 자신감, 간섭 없는 자유로움에 빠져 살아갔던 그 날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배움을 토대로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독립, 그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주도하는 나를 몸소 체험하고 싶다면 독립을 해야 한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