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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홀릭 Sep 19. 2023

임신 후기(~34주 2)


1. 34주 2일



이날은 보건소에서 산전 검사(일명 막달 검사)를 했다.


출발을 하기 전, 새벽 내내 잠을 거의 못 자서 혈액 검사가 잘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항상 공복 혈당이 높게 나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수면 부족이 다양한 혈액 수치들에 혹시나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나는 당뇨 환자도 아니고 임당 환자도 아니지만 임당 검사를 아슬하게 통과했기에 ㅠㅠ매일은 아니고 생각날 때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공복 혈당을 재고 있다.


근데 신기하게도 나의 혈당 수치는 전날에 먹은 음식들보다도, 수면 시간과 수면 질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역시 건강에는 수면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어쨌든 걱정이 되었으나 검사를 안 받을 수는 없기에 보건소에 가서 산전(막달) 검사를 받았다.



막달 검사는 산부인과에서도 진행되는데, 보건소에서 무료로 해주는 검사 외의 항목들만 검사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검사는 피검사와 심전도 검사로 이루어지기에 아주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검사를 끝내고 집에 오는 길에 또 좌골과 고관절 통증이 시작되었다.

이 통증은 대체 언제 사라지는 걸까?ㅠㅠ

고관절 스트레칭을 할 때도 배가 나오고 몸이 무거워서 고관절 스트레칭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이 든다. 통증이 생길 때마다 얼른 애를 낳고 싶다.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떡이 먹고 싶어서 떡집에 들러서 바람떡이랑 인절미를 사 왔다.

맛은 있었으나 또 금방 소화불량에 시달리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이날 저녁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고민을 해 보았는데 다음의 이유로 잠이 오지 않는 것 같다.



일단 몸이 불편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자세로 잠을 자더라도 다 불편하다.

옆으로 누우면 어깨와 골반이 아프고 정자로 누우면 배에 장기가 눌려서 숨이 턱턱 막힌다.

눈을 감고 잠이 오길 기다리며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지나있다.



두 번째는 소화불량이다.


나는 정말 임산부 치고 진짜 안 먹는 편인데도 매일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뭐 먹기만 하면 배가 터질 것 같고 위에 위액과 음식물이 남아있는 불쾌한 기분이 든다.



이 느낌이 싫어서 웬만하면 늦은 시간에는 음식을 안 먹으려고 하는데, 또 이상한 게 잠에 들려고 하면 내일 먹고 싶은 다양한 음식들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내가 배가 고픈가 싶어서 이때 일어나서 뭘 먹었는데, 얼마 먹지도 못하고 소화가 안 돼서 잠도 안 오고 ㅠㅠ그냥 최악이었다.



이날 새벽에도 잠은 오지 않고 내일 짜장면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좋아하는 삼겹살, 파스타 같은 맛있는 음식들이 떠올랐다.

(근데 다음날 짜장면 몇 입 먹고 소화도 안되고.... 괴로움 그 자체였다는... 이 아이러니함 무엇인가?!)



"소화가 안 되는 것은 나의 장기 구조상의 문제이지만 아이가 있기에 영양분이 필요해서 뇌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인가?" 등등 별생각을 다하면서 이날도 밤을 지새웠다 ㅠㅠㅠㅠ






2. 34주 3일



전날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누워있는데 오늘따라 배가 이상했다.


아이가 정말 평소보다 몇 배로 활발하게 움직이더니 내 방광을 계속 눌렀다.

뭔가 느낌적인 느낌으로 애가 내려온 것 같았다.

덜컥 겁이 났다.



튼튼이는 엄청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처음 느껴보는 아래로 내려온 느낌(?)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더 이상한 느낌이 들면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시간이 흐르니까 애가 서서히 안 움직이더니 다시 괜찮아졌다.



검색을 해보니 출혈이나 특이한 분비물이 나오지 않는 한 병원에 가도 별 소용이 없다고 해서 그냥 계속 쉬었다.


애가 배안에서 놀다가 내려왔던 것은 맞는 것 같다.



이제는 2kg가 훌쩍 넘기에 엄청난 타격감을 주며 내려왔으나 지금은 올라간 건지 아니면 거기에 자리를 잡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튼튼아 엄마 너무 무서웠어 ㅠㅠ안전하게 잘 있다가 39주 넘어서 만나자!



좀 괜찮아져서 전날부터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짜장면을 먹었다.


근데 진짜 한 세 젓가락? 먹고 나서부터 갑자기 소화도 안되고 맛도 없고...........

진짜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된다.

'이거 뭐지?' 싶었다.


짜장면 그거 조금 먹었다고 하루종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배 안에 있는 아이한테 미안해서 뭐라도 억지로 먹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진짜 먹을 수가 없었다.

먹다가 토할 것 같았다. 




약간 허한 거 같으면 그냥 우유나 마셨다. (다른 거 먹으면 소화가 안되고 배가 터질 것 같다.)

누가 보면 임산부가 아니라 다이어터의 삶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나도 내 신체가 이해가 안 된다. 남들은 너무 잘 먹어서 살찌는 거 걱정하던데 나는 볼살이 자꾸 빠지고 보는 사람마다 내 건강을 걱정한다.



어제 한 막달 검사 결과가 바로 나왔는데 (이게 한국인의 힘인가?! 진짜 초스피드의 결과 수령! 일주일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이렇게 금방 나오다니! 우리나라는 진짜 좋은 나라다.)



역시나 빈혈 수치는 매우 낮았다.


원래도 빈혈이 있었는데 이렇게 못 먹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철분제 진짜 열심히 먹는데도 수치가 더 떨어졌다.



우리 애한테 정말 미안해진다. 

오늘은 진짜 좀 제대로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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