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연애는 '안정감'이다.
바보 같은 연애를 한 적이 있다. 연애를 하는 동안 나는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빠져 있었고 나의 하루 24시간은 온통 ‘그’를 중심으로 돌아갔었다.
‘그’와의 연애가 지속될수록 이상하게도 나는 더 외로워져 갔다. 내가 그를 생각하고 좋아하는 크기만큼 나도 그에게 똑같은 크기의 사랑을 기대하고 원했었다. 조금이라도 내가 상처를 받는 게 싫었다. 문자의 답장이 느리거나, 연락의 빈도수가 줄어든 느낌이 들 때면 혼자 속상해하며 섭섭해했고, ‘나를 이제 안 좋아하나 보다.’라는 생각에 우울해지곤 했다. 나는 매번 누구의 마음이 더 큰지 크기를 재며 저울질했다.
‘그’의 행동과 표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고, 하루의 기분이 좌지우지되었다. 그렇다 보니 회사에서도, 친구를 만나서도 온전한 내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었다. 하루 종일 현관문 앞에서 주인만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 행복하려고 시작한 연애는 점점 외로워졌고, 오히려 혼자인 솔로의 삶보다 더 괴롭고 힘이 들었다. 상대방에 비해 내가 못나고 부족해 보였고, 나의 단점을 보이거나 밉보이는 행동을 하면 그만큼 나에 대한 애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했던 말이 있다. “내가 나를 예쁘게 안 봐서 그런 거야. 사람들이 예쁘게 안 보는 게 아니라.” 생각해 보면 그때 난 ‘나 자신’을 이쁘게 보지 않았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예쁘게 보지 못하는데 과연 어느 누가 나를 사랑하고 예쁘게 봐줄 수 있었을까.
몇 안 되는 연애를 거쳐가며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증거는 바로 ‘안정감’이다. 안정감이란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고요한 느낌’이라고 한다. 연애를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을 때 나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쪽의 감정이 불안한 연애는 절대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낼 수가 없다. 상대방을 떠올리며 자꾸 딴생각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안정감’은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믿음에서 나온다.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 내 시간과 나란 사람을 존중해 주고 나를 응원해 주는 마음이 느껴질 때, 비로소 연애를 하면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감정이 쉽게 올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믿음과 신뢰를 주는 상대방이 더욱 감사하고 소중해진다.
나 또한 그랬듯이 내 주변인들 중에서도 연애를 하면서 혼자인 시간을 불안해하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도, 예전의 나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때 비로소 더 나은,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다고.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비로소 진정한 연애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마이클 매서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입니다."라는 말처럼 건강한 연애란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할 때 시작될 수 있다. 내 마음이 불안하고, 외롭고, 괴로운 상태일 때 연애를 하면 상대에게 집착하게 되고, 바라게 되고, 사랑을 구걸하게 된다.
외로워서 시작한 연애의 끝은 더 큰 외로움을 남기게 되고, 괴로웠던 연애의 끝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만 남기게 될 뿐이다.
‘그’와 함께 있을 땐 진정으로 그 시간을 사랑하며 감사해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땐 온전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이제야 난 진정한 연애를 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불타게 사랑하고 철저히 혼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