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1년 동안 내가 얻은 것
이번 연도 초에 무작정 퇴사를 했다.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회의감이 들었고, 앞으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나중에의 취업이 걱정되긴 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의 ‘나’였기에 퇴사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나는 소소한 행복 따위는 몰랐다. 돈이 많은 게 가장 큰 행복인 줄 알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또래의 친구들보다 앞서 나가는 줄 알았다. 일주일 중에 술 먹는 시간을 제일 좋아했고,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편에 가까웠다.
남을 많이 의식해서 보이는 모습에 집착했다. 여행, 옷, 신발 등등 내 월급 수준을 넘는 쇼핑으로 내 카드는 1월부터 12월까지 할부로 가득 찼다. 어쩌면 나는 할부를 끊으며 회사를 다니기 위한 명분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퇴사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나는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과 소소한 행복들을 알아가게 되면서, 1년 전의 ‘나’보다 긍정적이고 성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여유롭고 느긋한 아침, 잔잔한 햇빛을 받으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카페인이 아닌 오늘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마음가짐’이 되었다.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 아닌 교정 목적으로 시작한 필라테스는 그동안 내 마음처럼 뻣뻣하고 딱딱하게 굳어있던 나의 몸을 점점 단단하고 유연하게 만들었다. 부정적인 생각들과 마음들은 땀과 호흡들로 내보내고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내 몸에 채워지면서 몸의 고통도, 마음의 고통도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어느 날은 제일 편한 추리닝 차림으로 집 앞 산책을 나섰다. 하얀 뭉게구름들이 떠있는 화창한 날씨에 팝송을 들으며 걷고 있는데, 문득 행복하다고 느껴졌다. 행복을 느끼는 게 이렇게도 쉬웠던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뭉클해지기도 했다.
점점 내가 아끼는 물건들이 변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아닌 커피 머신, 블루투스 스피커, 책 리더기 등등 현재의 나, 오늘의 나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마음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물건들로 변해갔다.
행복을 사전에 검색해보면 “인간에게 있어서 인생의 궁극적인 것은 행복이며, 즐거움이기보다는 오히려 특별히 사건이 없는 편안한 상태”라고 한다. 행복은 기쁜 일이 생길 때 얻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하루에서 느끼는 것이어야 한다.
‘나’와 시간을 보내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게 되고, 풍성해지고, 그것들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갈수록 나는 조금 더 살고 싶고, 건강해지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살면서 오늘의 행복은 왜 무시하고 지나칠까. 지금 가까이 있는 행복도 느끼지 못한다면, 과연 앞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알고 보니 행복이란 건 매일매일 내 곁에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걸 깨닫기 위해 1년의 시간을 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