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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튼튼한 토마토 Apr 07. 2021

기프티콘으로 사먹은 햄버거

기프티콘처럼 간단하고 편리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만나지 못해도 시간을 내지 못해도 마음을 쉽고 빠르게 전할 수 있다. 사실 그만큼 직접 만나서 무언가를 축하하는 자리는 줄어든 것도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 압도적인 편리함을 부정할 수 없다.


삼 남매 중 가장 살가운 편에 속하는 나는 남매들 중 가장 자주 아빠랑 연락을 한다. 어렸을 때는 아빠랑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둘 다 유해졌는지 지금은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아빠의 불같은 성격과 엄마의 시니컬함을 사이좋게 물려받은 나는 자주 가족들과 싸웠는데 많은 시간이 흘러 마침내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가정이 평화로워야 인생이 평화로워진다고 했던가. 치열한 싸움과 다툼 끝에 꽃 피운 평화는 귀중했다.


요즘 아빠는 뜬금없이 나에게 기프티콘을 보낸다. 아무런 설명과 내용 없이 기프티콘만 문자로 툭 보내 놓는다. 도넛, 햄버거, 커피, 케이크 다양한 종류의 기프티콘을 심심치 않게 보내 준다. 그리고 내가 잘 먹겠다는 대답을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아니 생각해보면 따로 답장을 받아 본 기억이 없다. 딸의 문자에 대답을 할 정도로 섬세하지는 않지만 기프티콘을 보내 줄 정도로 딸을 생각하는 우리 아빠. 대답이 없는 문자를 기다리다 느지막이 전화를 걸면 아빠는 기프티콘이 생겼는데 아빠는 이런 거 안 먹고 딸이 좋아할 것 같아서 보냈다고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화를 마무리한다. 나는 핸드폰 넘어의 부드러워진 아빠의 목소를 들으며 그의 무거운 삶을 지탱하는 왜소한 어깨를 떠올린다. 작아진 어깨와 굳은살이 가득한 거친 손 그리고 숨길 수 없는 흰머리와 벗겨지기 시작한 이마. 나의 슬픔은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는 아빠의 찬란하고 고달팠을 젊은 시절을 상상하게 만든다. 젊은 시절의 아빠와 나는 친구가 될 수 없었겠지만 아마도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다음 주 까지 써야 하는 선물 받은 햄버거 기프티콘을 사용하기 위해 15분 거리의 햄버거 가게로 걸어갔다. 이제 카디건 조차 입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날씨가 더워졌다. 좋아하는 얇은 긴팔을 입고, 편안한 흰색 스니커즈를 챙겨 신고 봄의 끝을 걸었다. 벚꽃은 만개하다 못해 약한 바람에 휘청거려 이곳저곳에 흩날렸다. 평소에 잘 먹지 않는 햄버거지만 아빠가 보내준 기프티콘을 버릴 순 없었다. 감자튀김, 한우 불고기 버거, 콜라를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순간에 딸을 떠올리는 부모의 마음을 나는 이해 할 수 없다. 하지만 햄버거를 먹으면서 앞으로는 전화를 더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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