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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 Oct 29. 2023

<코코>, 떠나간 이들이 전하는 노래

[계절영화 #그리움의 계절]

지난 뜨거운 여름의 햇살을 가득 머금고 붉게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의 향기를 맡으며 가을을 느낀다. 산책을 하기에는 이보다 완벽한 계절도 없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밖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즐긴다. 아름답게 물든 공원에 사람들이 오순도순 대화를 주고받는 소리가 평온하다. 그런데 이 계절에는 ‘가을 탄다’라는 말이 있다. 차가운 바람을 타고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알 수 없는 감정이 몰려온다.


그래서일까 가을과 겨울 사이, 멕시코에는 ‘죽은 자의 날’이라는 기념일이 있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약 3일의 시간 동안 멕시코 사람들은 고인이 된 가족과 친구를 추억하며 그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운 이들의 사진을 제단에 올려두고, 꽃과 음식으로 아름답게 장식하여 이승을 방문하는 영혼을 맞이한다.


2022년 이맘때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가슴에 그리움을 품어야만 했다. 다른 많은 이들도 기억에서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누군가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리움의 계절에 오늘은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를 추천하고자 한다.


* 본 게시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의 포스터와 기타를 연주하는 주인공 미구엘의 모습이 담긴 스틸컷 © Walt Disney Pictures


디즈니 픽사가 지난 2017년 공개한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에 주인공 미구엘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미구엘은 음악가가 되고 싶지만, 그 가족은 극단적일 정도로 음악을 금지한다. 음악을 하겠다며 가족을 떠난 고조할아버지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한 미구엘은 음악 경연 대회에 나가 가수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명 가수 델라크루즈의 무덤에서 기타를 훔치려 한다. 그러나 기타를 연주하는 순간 미구엘은 죽은 자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면 저승에서 가족의 축복을 받아야 하지만, 다시는 음악을 하지 말라는 조건을 거는 고조할머니. 이에 미구엘은 음악가였다는 고조할아버지의 축복을 찾기 위해 저승을 헤맨다. 그 여정에서 어떻게든 이승을 방문하려고 하는 헥터를 만나게 된다. <코코>는 그런 미구엘과 헥터가 이승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생기는 일을 담고 있다.


먼저 <코코>를 아직 감상하기 전이라면, 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준비물은 티슈 따위가 아닌 수건이다. 영화의 초반, 많은 이들이 뒤에 등장할 뻔한 반전을 눈치챈다. 그런데도 <코코>는 관객들로 하여금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미구엘과 치매에 걸린 증조할머니 코코 © Walt Disney Pictures


‘코코’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사랑


영화 제목의 ‘코코’는 미구엘의 증조할머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미구엘이지만, 이야기상 출연 비중이 매우 낮은 코코가 영화 제목이 되었다. 그 이유는 미구엘이 코코에게 길 잃은 헥터의 영혼을 이끌어주는 이야기가 <코코>이기 때문이다.


고조할아버지 헥터는 음악이라는 꿈을 위해 가족을 떠났지만, 이내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죽음으로 헥터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족에게는 ‘음악 때문에 가족을 버린 사람’으로 남게 된다. 그 때문에 가족들은 죽은 자의 날에도 헥터의 사진을 재단에 올리지 않고, 이승에 남은 헥터를 기억하는 사람은 치매에 걸린 코코가 전부가 된다. 기억하고 추모해 주는 이가 없다면 저승에서조차 존재가 사라지는 상황에 헥터는 코코의 마지막 기억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그런 헥터를 가족에게로 이끌어주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 영혼을 이끌어주는 길잡이 역할을 주인공 미구엘이 맡는다. 이승으로 돌아가 코코를 찾아 헥터가 그의 딸을 떠난 것이 아님을, 그의 사랑은 잊히지 않았음을 전해준다. 코코를 향한 아버지 헥터의 사랑을 전하기 위한 여정을 담았기에, 영화의 제목은 <코코>다.


음악을 사랑하는 미구엘은 음악을 금지하는 가족 몰래 직접 기타를 만들어 음악가로의 꿈을 꿨다 © Walt Disney Pictures


<코코>가 전하는 가족의 의미


영화 <코코>는 가족의 의미를 전한다. 먼저, 가족이란 서로를 응원하고 보살펴주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미구엘은 자신의 꿈을 극단적으로 반대하고,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하는 가족들에 마음 아파한다. 그렇기에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처럼 음악을 사랑했다는 고조할아버지를 만나고자 모험을 한다. 가족이 반대하지 않아도 세상은 충분히 차갑고 어렵다. 그렇다면 가족이란 꿈을 위해 애정과 열정을 갖고 노력하는 가족을 따뜻하게 응원해 주고 보살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구엘 “음악을 싫어한다면서요”
고조할머니 “한땐 사랑했었어. (중략) 난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었어. 하지만 남편은 가수가 되고 싶었지. 우리는 각자 원하는 걸 위해 한 가지씩을 포기한 거야.”
미구엘 “저는 한쪽을 고르고 싶지 않아요. 그냥 제 편이 되어주면 안 돼요? 그게 가족이잖아요. 응원해 주는 존재 말이에요.”


가족은 혈연을 넘어선 관계라는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죽은 자의 세계에서 잊혀 버린 이들은 서로를 삼촌, 동생이라며 가족으로 부른다. 가족이 없는 이들이 모여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추억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다. 그렇기에 같은 피가 흐르지 않은 가족 또한 가족임을, 가족이란 서로를 응원하고 보살펴주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딸 코코를 위해 만든 노래를 불러주는 헥터 © Walt Disney Pictures


코코, “나를 기억해 줘 Remember Me”


영화 <코코>를 떠난 이들이 전하는 노래라고 부르고픈 이유는 영화의 주제곡인 <나를 기억해 줘 Remember Me> 때문이다. 영화에서 이 노래는 음악이라는 꿈을 위해 떠나는 헥터가 딸 코코를 위해 만든 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는 떠나는 이의 메시지이기도 하면서, 떠나버린 이가 전하기 못한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억해 줘, 비록 안녕을 말해야 하지만… 이별에 울지 마, 멀리 헤어져 있어도 너는 항상 내 가슴속에 있어… 기억해 줘, 내가 멀리 떠나더라도… 알아줘 우린 언제나 함께한다는 걸

떠나는 헥터가 코코에게 불러주는 노래에는 분명 그 제목처럼 ‘나를 기억해 줘, 잊지 말아 줘’라는 가슴 아픈 의미도 있다. 하지만 딸에게 헥터가 전하고자 한 진정한 메시지는 ‘내가 언제나 너를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말아 줘’다. 떠나갈 이가 남겨질 이에게 전하는 사랑이 노래 <Remember Me>에 담겨 있다. 이는 미처 마지막 인사를 전하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던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말과도 같다. 헥터가 그토록 이승을 방문하고자 했던 이유 또한 딸 코코를 만나 그는 변함없이 그녀를 사랑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그리운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될 그날을 위해 들려줄 이야기를 가득 만들자 © Walt Disney Pictures


영화 속에서 죽은 자의 날을 가득 채우는 주황색 꽃, 메리골드의 꽃말은 ‘헤어진 이에게 보내는 마음, 이별의 슬픔’이자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죽은 자의 날, 메리골드 꽃잎을 바닥에 흩뿌려 찾아올 그리운 영혼들을 위한 길을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헥터는 딸 코코와 저승에서 재회하여 이승의 가족을 만나러 오기 위해 함께 메리골드 길을 걷는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그리운 이에게 만나지 못했던 지난 시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들려주려면, 매년 죽은 자의 날에 우리 곁을 찾아올 그리운 이들이 슬퍼하지 않게끔 우리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보여주려면, 우리는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까.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그날을 위해.



영화 <코코 Coco> (2017)

제작  디즈니 픽사

감독  에이드리언 몰리나, 리 언크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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