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향수집가 Dec 24. 2023

영화<찰리와 초콜릿 공장>, 달콤 쌉싸름한 환상의 세계

<웡카>를 만나기 전,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 되었다. 포근한 스웨터 위로 푹신한 패딩을 껴입고는 조심스레 밖으로 나선다. 겨울바람에 볼이 아릴 정도로 춥다가도, 겨울밤을 밝히는 크리스마스 느낌의 전구들을 보고 있자면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 이래서 겨울이 좋단 말이지!’라는 생각도 잠시, 불어오는 찬 바람에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따끈한 핫초코에 달콤한 쿠키를 찾게 된다. 캐럴을 틀어놓고 크리스마스의 디저트들을 즐기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영화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린아이들의 환상과도 같은 초콜릿 공장에 감탄하고는 책까지 찾아 읽던 어릴 적을 추억하며 윌리 웡카 씨의 초콜릿 공장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한국 포스터 / 웡카 씨의 환상적인 초콜릿 공장 속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정원 © Warner Bros


새하얗게 눈이 내린 마을, 바람의 방향대로 기울어진 다 무너져가는 집 하나가 있다. 그곳에 네 명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어린아이 찰리가 산다. 이 가족은 양배추 외의 재료라고는 넣을 수 없는 수프로 끼니를 때우며 지낸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공장은 윌리 웡카 씨의 초콜릿 공장. 찰리의 할아버지는 젊을 적 윌리 웡카 씨의 가게에서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회사의 스파이들로 상처를 받은 웡카 씨는 이내 모든 직원을 해고하고 공장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초콜릿은 계속 만들어져 세계로 판매되고, 모두는 누가 초콜릿을 만드는 걸까 의아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웡카 씨가 다섯 명의 아이들을 자신의 공장으로 초대한다. 그 대상은 바로 자신이 판매하는 초콜릿에 숨겨진 황금 티켓을 발견한 아이들이다. 웡카 씨는 왜 갑작스레 다시 공장의 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한 걸까?

 

문이 열리고 들어간 웡카 씨의 초콜릿 공장은 그야말로 환상의 나라였다. 초콜릿 폭포와 강이 흐르고,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공원이 있었다. 바닥의 풀도, 나무와 꽃도 모두 초콜릿과 사탕, 감초, 마시멜로 등으로 이루어진 달콤한 디저트였다. 뒤이어 이어진 공간들 역시 모두 어린아이들의 환상을 그대로 공장으로 만들어 놓은 듯하다. 최상의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온갖 실험을 하는 실험실, 디저트에 들어가는 호두를 감별하고 껍질을 까기 위한 다람쥐들의 방, 티비에서 음식을 꺼낼 수 있도록 신문물의 발전을 실험하는 티비의 방까지. 아래위로만이 아니라 앞뒤 좌우로 모두 움직일 수 있는 투명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황금 티켓을 찾은 다섯 아이들과 각각의 특성을 잘 담아낸 캐릭터 포스터 © Warner Bros


네 개의 환상, 네 개의 시련

 

웡카 씨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공장으로 초대했다. 그러고는 한 명의 아이에게 특별상을 준다고 말한다. 다섯 명의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아우구스투스는 먹을 것을 과하게 좋아했으며, 버루카는 갖고 싶은 건 뭐든 가져야 직성이 풀렸다. 바이올렛은 무엇이든 경쟁에서의 승부욕으로 가득했고, 마이크 티비는 해킹으로 어른만큼 똑똑하나 폭력성이 넘쳤다. 그리고 우리의 찰리는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으나 심성이 착한 아이였다.

 

초대된 아이들은 환상적인 윌리 웡카 씨의 초콜릿 공장에서 각기 다른 시련을 맞이한다. 어쩌면 시련이 아니었을지도 모르는 네 개의 시련 앞에서 찰리를 제외한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네 가지 배경에서의 네 가지 시련은 정말 우연일까? 네 가지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켜 탈락하게 될 때 모두 움파룸파들은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뮤지컬의 한 장면 같은 움파룸파 족의 노래들은 모두 완벽하게 한 아이를 위해 짜여있다. 마치 웡카 씨가 아이들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고, 각각을 위한 덫을 준비해 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올렛 색상의 블루베리로 변해버리는 껌을 바이올렛 앞에 보여줬으며, 호두 쓰레기장으로 던지는 물건 중에는 버루카 엄마의 초상화가 있다. 줄어든 마이크를 늘리기 위해 물엿 기계로 보내고 일행이 밖으로 나서자 티비 방 안의 움파룸파들은 기계를 셧다운 하고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모든 아이 중 유일하게 찰리만이 부모님이 아닌 할아버지와 공장에 방문했다. 아이들 앞에 놓인 네 개의 환상과 네 개의 시련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좌 : 팀 버튼과 조니 뎁 / 우 : 움파룸파 족 모형 앞의 팀 버튼 감독  © Warner Bros


팀 버튼이 그려낸 쌉싸름한 달콤함

 

어릴 적 보았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단순히 아이들의 상상을 집약해 놓은 듯한 환상의 초콜릿 공장에서의 모험을 담은 달콤한 판타지 영화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는 환상의 달콤함과 동시에 감독 팀 버튼만이 전할 수 있는 오싹한 쌉싸름함을 맛볼 수 있었다.

 

팀 버튼 감독은 환상 속에 오싹함을 담아 선사하는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공장으로 들어가기 전 마당에서 펼쳐진 인형극에서 그 쌉싸름한 매력이 두드러진다. 차가운 눈에 쌓인 삭막한 검은색 공장 앞에 서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 웅장한 공장의 분위기에 진지함과 긴장감이 감도는 와중 갑작스레 등장한 형형색색의 인형들과 함께 활기찬 노래가 시작된다. 하지만 어딘가 기괴하고도 부조화가 느껴지는 인형들. 거기에 무대 연출인 폭죽의 불이 옮겨 붙어 인형들이 녹아내리며 장면은 더욱 기괴해진다. 해당 장면 외에도 영화 곳곳에서 팀 버튼 감독의 기묘하고 오싹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움파룸파 족은 특히 아이들이 사고를 당할 때마다 신명 나게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묘한 분위기를 하는데, 이 캐릭터는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모두가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듯하다.


웡카 씨의 상처 또한 영화 속에서 두드러지는 쌉싸름함이다. 웡카 씨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가득하다. 행복하게 환상적인 디저트를 만들던 그의 레시피를 훔쳐 가는 산업 스파이들 때문에 그는 공장의 문을 닫아야 했다. 그래서 자신의 공장에서 일했다는 찰리의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도 ‘당신도 스파이었나요?’라는 질문 먼저 던진다. 웡카 씨는 ‘부모’라는 단어에 트라우마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초콜릿을 좋아하는 어린 웡카에게 치과의사 아버지는 몸에 안 좋다는 이유로 모든 간식을 금지한다. 하지만 어린 웡카에게 초콜릿은 꿈이자 삶의 즐거움이었다. 그가 꿈을 찾아 집을 떠난다고 하자, 아버지는 먼저 그를 버리고 떠난다. 그렇기에 웡카 씨는 자신의 상처를 달콤한 초콜릿으로 포장해 영원한 동심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좌 : 웡카 씨의 아버지가 금지한 것은 초콜릿이 아닌 꿈이었다 / 우 : 초콜릿 하나도 함께 나눠먹는 찰리와 가족들 © Warner Bros


현실과 환상, 현실과 꿈 사이

 

그렇다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답은 우리의 착하디착한 찰리에게 있다. 찰리는 지붕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다 무너져가는 집에서 살며 불평 하나 하지 않는다. 생일 선물로 1년에 겨우 한 번 받을 수 있는 초콜릿도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는다. 하지만 욕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찰리에게도 작은 꿈은 있었다. 황금 티켓을 찾아 윌리 웡카 씨의 초콜릿 공장에 들어가 보는 것. 그러나 두 차례의 도전에서 황금 티켓 찾기를 실패한 찰리는 마음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길가의 더러운 눈 더미 속에 파묻힌 돈을 줍는다. 그러고 가장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가게에서 산 첫 초콜릿에서 황금 티켓을 찾게 된다. 하지만 찰리는 티켓을 팔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찰리는 가족을 위해 초콜릿보다는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너무도 빨리 깨달아버렸다. 그런 그에게 평소 부정적인 말만 잔뜩 하던 할아버지가 입을 연다.


“돈은 세상에서 제일 흔해. 매일 찍어낸다고. 하지만 이 티켓은 세상에 딱 다섯 장뿐이야. 앞으로도 영원히 말이지! 돈처럼 흔한 것 때문에 이 귀한 걸 포기해? 너 바보냐?”


그렇게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던 찰리는 할아버지 덕분에 환상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게 된다. 환상의 초콜릿 공장 속 욕심에 가득 차 하나둘 탈락해가는 아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남은 아이가 된 찰리는 초콜릿 공장을 받게 된다. 그리고 찰리는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웡카 씨가 가족을 되찾게 해주고, 찰리의 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 또한 만나게 해준다.


현실은 쌉싸름하다. 하지만 달콤하기도 하다. 팀 버튼 감독이 그려낸 세계처럼 말이다. 많은 이들은 달콤함을 얻기 위해 애를 쓴다. 그 과정에서 네 명의 아이들처럼 남과 경쟁하고 서로를 시기하는가 하면, 달콤함에 중독되기도, 자신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고통 끝에 얻어낸 달콤함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 과거의 웡카 씨처럼 달콤함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나만이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찰리처럼 세상에는 쌉싸름함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 잔혹한 현실에 파묻히지 않고, 자신이 꿈꾸는 달콤함을 위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해지지 않을까?


좌 : 원작 소설의 표지 / 중앙 : 영화 <초콜릿 천국>의 포스터 © Paramount Picture / 우 : 영화 <웡카>의 포스터 © Warner Bros.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며, 해당 소설은 지난 1971년에 <초콜릿 천국>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한차례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세 번째 영화화 작품이 오는 2024년 1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 배우 주연의 <윙카>로 우리를 달콤한 환상의 세계로 데려갈 예정이다. <웡카>를 만나기에 앞서 쌉싸름하고 달콤했던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만나면 어떨까 추천해 보며, 오늘도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을 즐겨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감독  팀 버튼

주연  조니 뎁, 프레디 하이모어

배급  워너 브라더스


매거진의 이전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10년만의 지브리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