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테라피
그해에는 최고 2미터가 넘는 폭설이 왔다. 차량이나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눈을 밀어놨는데, 길 옆에 쌓인 길눈이 견고한 성곽이 되어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이내 코끝이 시렸지만, 달빛처럼 빛나는 촛불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촛불과의 거리는 사람간의 거리와 같다. 바짝 다가서면 화상을 입는다. 경미하지만 아주 오래가는 얼음에 갇힌 불빛은 따스한 기운으로 빛났다. 주변 사람들처럼 소박하고 은은하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아름다웠다.
둥그런 몸을 기댄 눈사람 한 쌍이 서로 넘어지지 않게 의지하고 있다.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여 걷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사람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 기댄 존재들인 걸까. 누군가를 미워하다가 그들도 어릴 때 눈사람을 보며 좋아했을 걸 생각하면 더 미워할 수 없는 기분이다.
고작 1시간 정도 지났을 뿐인데 코끝이 빨개지고, 고무 재질의 빨간색 장화를 신은 발끝이 시려왔다. 카페를 찾아가 작은 눈 조각 같은 하얀 마시멜로가 들어간 달콤한 핫초코 한잔을 마셨는데, 따뜻한 음료가 생각보다 대단한 역할을 해줬다. 동상에 걸릴 뻔한 가엾은 10개의 손가락과 10개의 발가락을 구원해줬으니.
호림은?
J컬러소통연구소 대표로 색채심리상담사 1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여행이 가진 색깔들로 테라피합니다. <모든 여행이 치유였어1>, <모든 색이 치유였어2>를 썼습니다. 15년간 베테랑 기자로 일을 하면서 300명에 달하는 CEO들을 전문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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