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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Apr 29. 2024

눈사람

컬러 테라피



그해에는 최고 2미터가 넘는 폭설이 왔다. 차량이나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눈을 밀어놨는데, 길 옆에 쌓인 길눈이 견고한 성곽이 되어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이내 코끝이 시렸지만, 달빛처럼 빛나는 촛불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촛불과의 거리는 사람간의 거리와 같다. 바짝 다가서면 화상을 입는다. 경미하지만 아주 오래가는 얼음에 갇힌 불빛은 따스한 기운으로 빛났다. 주변 사람들처럼 소박하고 은은하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아름다웠다. 






둥그런 몸을 기댄 눈사람 한 쌍이 서로 넘어지지 않게 의지하고 있다.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여 걷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사람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 기댄 존재들인 걸까. 누군가를 미워하다가 그들도 어릴 때 눈사람을 보며 좋아했을 걸 생각하면 더 미워할 수 없는 기분이다. 






고작 1시간 정도 지났을 뿐인데 코끝이 빨개지고, 고무 재질의 빨간색 장화를 신은 발끝이 시려왔다. 카페를 찾아가 작은 눈 조각 같은 하얀 마시멜로가 들어간 달콤한 핫초코 한잔을 마셨는데, 따뜻한 음료가 생각보다 대단한 역할을 해줬다. 동상에 걸릴 뻔한 가엾은 10개의 손가락과 10개의 발가락을 구원해줬으니.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모든 여행이 치유였어>



2024년 신간 <모든 색이 치유였어>



호림은? 

J컬러소통연구소 대표로 색채심리상담사 1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여행이 가진 색깔들로 테라피합니다.  <모든 여행이 치유였어1>, <모든 색이 치유였어2>를 썼습니다. 15년간 베테랑 기자로 일을 하면서 300명에 달하는 CEO들을 전문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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