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없는 신혼집에서 그와 찍은 웨딩 사진을 보며
행복했던 추억에 젖어들었다.
사진을 보니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
신혼집에서 혼자 지내며 그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그와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그는 내게 큰 안식처였다.
그가 보고 싶었다.
퇴근하는데 텅 빈 집에 괜히 들어가기 싫었다.
조용한 집에 들어가기 싫어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한참을 앉아있다가
집에 들어가곤 했다.
본가에서 지내는 그는 매일 밤,
혼자 심심하지 않냐 내게 안부를 물어보았다.
2주 뒤, 그는 재검사를 받으러 대학병원에 들렸다. 호전이 잘 되고 있다고 했고 고용량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했다.
싑게 말해 먹는 약으로하는 항암 치료라 3일 정도 입원하면 된다고 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다른 대학 병원으로 가야했다.
타 대학병원에 진료를 예약해서 같이 들렸다.
나와 단 둘이 진료받으러간 건 처음이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은 진료 차트를 꼼꼼하게 보시고나서 "전이가 많이 됐네" 말씀하시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해주시면서 "혹시 결혼은 했나요?"라고 물어보셨다.
"원래는 내일이 결혼하는 날인데.. 취소했어요."
그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상태라 내가 대신 대답했다.
말하면서 스스로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예정대로였다면, 다음주에는 그와 따뜻한 나라로 신혼 여행을 떠났겠지...
지금 상황에서는 신혼 여행은 사치였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환자와 무슨 관계냐 물어보셨고, 여자친구라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은 방사선 치료 이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피임을 꼭 잘 하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내 나이를 물어보셨다. 나이를 말씀드리니 의사 선생님께서 놀라셨다. 사회적으로 말하는 노산이라는 나이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이를 갖고 싶다면 계획을 잘 세우라고 하셨다.
아이를 너무 갖고 싶었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닮은 아기라면 얼마나 예쁠까 상상을 하곤 했는데... 아이를 갖는 쉽지 않은 여정이 될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방사선 치료 안내문을 받으니 치료 후에는 조수석 뒷편 좌석에 앉아 귀가하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2주간 따로 지내야했다. 식기도 따로 쓰고, 만약 같은 공간에 있어야한다면 1m 이내로는 접근하면 안 되며, 같이 있는 시간이 1시간이 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치료 받기 전에 식단 조절도 해야했고, 지켜야할 사항이 많았다.
자연 치유를 하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러다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상황을 많이 보았기에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지 싶었다.
밥을 먹을 때에도 시원하게 삼키지 못하고
체력이 좋던 그가 외출해서 몇시간이 지나면 목이 부어 힘들어하는 걸 보니
수술 잘 끝나고 퇴원만 하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