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간 피해자들과 함께 하면서, 정말 다양한 이유로 돈을 벌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리하게 개업한 병원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 함께 있으면 죽을 것 같은 상사 때문에 퇴사하기 위해서, 암으로 치료받는 엄마 병원비를 마련 하기 위해서, 유학자금을 벌기 위해서, 스포츠카를 사고 싶어서, 몸이 아파 육체노동을 더 이상 할 수 없어서...
나도 물론 돈을 벌고자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간호사로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어하는 와이프의 퇴사, 주택담보대출상환,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삶... 가장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딸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켈리황의 리딩으로 매일매일이 수익이었을 때, 끄적여 본 나의 희망시나리오를 꺼내 본다.
빚을 다 갚고 1억 시드가 되면 와이프를 퇴사시킨다. 그리고 셋째를 낳는다. 술은 주 1회, 와이프 퇴사 후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진료보기, 매일 산에 오르기, 최대한 건강한 몸으로 임신 준비하기.
셋째가 태어나면, 와이프가 일하느라 느끼지 못했던 자식사랑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모유를 오랫동안 듬뿍 먹인다. 이유식은 정기배송하고 가끔 내가 요리해서 먹인다.
저녁시간에 내가 바쁠 때는 첫째나 둘째가 셋째를 돌봐준다. 어린이집 갈 나이가 되면, 가까운 아파트 어린이집에 다닌다. 집안에 위험한 것들을 다 치우고 셋째가 좋아하는 걸로 안전하게 세팅한다.
와이프는 셋째의 등하굣길에 함께 데이트한다. 셋째는 15살, 12살 많은 오빠들이 있어서 든든하다. 셋째는 어딜 가든 누구를 만나든 사랑을 듬뿍 받는다.
특히, 처갓집에서 최고의 사랑둥이로 등극한다. 늦둥이이지만, 남을 해치는 그리고 나를 해치는 말과 행동은 엄격하게 훈육한다. 셋째는 와이프를 닮아 아주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내가 돈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셋째를 낳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피해자의 마음에는 공통적으로 헛된 욕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만족과 감사함보다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불만이 훨씬 더 컸다.
금융사기를 당하고 나서야 현재의 삶에 대한 소중함과 귀중함 그리고 감사함을 깨닫게 되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오래 그리고 자세히 보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물질의 충분함을 느끼게 되었고, 풍요로움으로 만족스럽다. 돈은 단지, 현재의 행복을 위한 도구가 되었다. 현재의 행복을 위한 돈은 그다지 많이 필요치 않음을 새삼 느낀다. 내가 추구했던 돈의 크기는 헛된 욕심이었다.
생텍쥐베리는 완벽함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의 삶이 그렇다. 먹고, 마시고, 읽고, 쓰고, 자고의 삶을 살고 있다. 헛된 욕심에 사로잡혀 쓸데없이 바쁜 삶을 살았던 것이 후회스럽다. 후회는 지금의 충만한 삶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만 하려고 한다.
금융사기로 잃은 것은 돈이고, 얻은 것은 가족의 소중함과 지금의 행복을 위해 돈은 그저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들에게 살아가면서 노력 없는 한방은 없다는 진실을, 살아있는 경험으로 알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 대한 와이프의 믿음과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에 충만해야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인생을 쥐의 시선이 아닌, 독수리의 시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가진 것이 참 많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결과이기에 후회보다는 교훈을 더 많이 얻어가려 한다. 진정한 학습은 이론이 아닌, 직접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 번 무언가를 겪고 나면, 사람이란 다시는 그 일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생텍쥐베리의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