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1화를 보다가 별로 끌리지가 않아서 그만뒀었던 드라마다.
왜 다시 보게 되었느냐면 <눈물의 여왕> 김지원 배우 때문이었다.
예쁜 건 당연하고, 통통 튀는 연기와 발음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재미있게 봤었는데 잊고 있었던 <쌈, 마이웨이>의 애라가 김지원이었구나.
맞아, 연기를 잘했었어.
솔직히 말하면 1화는 조금 힘들었다. 답답하다고 해야 하나?
대사들이 난무하는 드라마라는 세계에서 이렇게까지 침묵이 긴 작품은 너무 오랜만이라.
심지어 구씨 역을 맡은 손석구는 몇 화 정도 아예 말이 없다.
그런데도 어마어마한 존재감.
알코올중독에 말도 없고, 목 늘어진 티셔츠에 맨날 인상만 쓰고 있는 이 남자, 뭐지?
왜 멋있어? 내 취향도 아닌데?
<눈물의 여왕>은 재미있게 보다가 갈수록 힘들어졌다.
‘재벌가의 이야기는 원래 말이 안 되니까.’
‘로맨틱 코미디가 원래 이런 거지.’
‘대사와 캐릭터 빨로 보는 거니까.’
라며 보다가 갈수록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 제발 이것만은 하지 마라!’
’이런 전개까지는 제발…‘
진짜 안 했으면 좋겠는 전개를 마지막으로 갈수록 다 집어넣어서 꾸역꾸역 보았다.
뒤로 갈수록 무너지는 드라마를 보다가, <나의 해방일지>는 뒤로 갈수록 채워지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
너무 착해서 편의점 점주의 말도 안 되는 전화도, 싫어하는 선배의 계속되는 수다도 다 받아주는 창희.
좋아하는 순간 서서히가 없이 100이 되어버리는 기정.
한 번도 채워져 본 적이 없어 구씨에게 계산하지 않고 채워 보겠다는 미정.
주식, 부동산 등 투자로 돈 버는 세상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이 시대에서, 묵묵하고 답답한 이 세 남매를 응원하며 드라마를 보았다.
“ 추앙, 어떻게 하는 건데?”
“응원하는 거예요.”
이런 말을 현실에서 쓰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그 단어가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자기 자리에서 묵묵하게 바보처럼 살아가고 있을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추앙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