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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일기] 알로하케이크, 강릉

푹신하고 단단한 케이크, 장인의 고집은 달콤해

by 김고로

"구커피를 그만두신다고요?"

"네, 운영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집 근처에서 이쁜 여자와 나의 맛있는 드립 커피를 담당해 주시던 단골 카페 '구커피'의 폐업 소식은, 우리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슬픈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위안은 있었다,

"그런데 아시는 케이크집의 사장님께서 같이 일하자고 하셔서, 그쪽으로 옮겨서 커피를 내릴 거예요."

"오오, 그렇군요."

"네, 구커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구'는 커피를 계속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랬다, 유독 춥고 시렸던 우리의 삶을 따뜻하고 향긋하게 위로해 주었던 구커피는 올해 겨울을 마지막으로 우리 동네 골목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 가고, 나도 이직에 대한 결정을 하고, 새로운 봄이 찾아와 새순이 돋아 잎이 푸릇해질 무렵 '구' 바리스타님도 옮긴 직장에서 새롭게 커피를 내릴 준비가 다 마쳐져 있었다. '구' 바리스타님이 옮겨간 새로운 곳은 '알로하케이크', 알로하케이크로 옮겨가셨다고 하기에 내 마음은 일단 안심이었다.

강릉에서 '알로하케이크'라고 하면, 강릉에서 '케이크'로는, 강릉이 고향이 아닌 외지인인 나도, 익히 소문과 자영업 사장님들의 칭찬과 좋은 얘기를 많이 들은 곳이었다. 시폰을 기반으로 한 케이크 외에는 판매하는 것이 없다, 오직 시폰과 크림, 과일 등을 사용한 케이크로만 외길로 강릉에서 10년 이상을 버텨온 곳이다. 하다 못해 커피나 차도 팔겠지?라는 생각은 통하지 않고 오직 케이크만으로만 10년을 넘게 이어온 곳이기 때문에 '케이크' 하나만은 그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맛을 갖춘 곳이 '알로하케이크'. 거기에 알로하케이크의 사장님은 '구커피'를 종종 오셔서 드립 커피를 즐기시기도 하시던 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소문이나 얘기를 들은 것으로만 맛을 얘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나 '알로하케이크'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하는 것은 구 바리스타님이 이곳으로 옮기기 전에도 알로하케이크의 케이크를 먹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2020년 나와 이쁜 여자의 결혼 전시회를 할 시기였다. 나와 이쁜 여자는 강릉의 '봉봉방앗간'의 2층을 빌려 결혼식 대신에 결혼 사진전을 열었는데 '봉봉방앗간'의 사장님께서 친한 가게인 '알로하케이크'의 블랙포레스트 케이크를 선물해 주신 적이 있었다.

나와 이쁜 여자는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지만 알로하케이크의 블랙포레스트 케이크는 우리의 초콜릿 맛에 대한 개념을 바꿔버렸다. 알로하케이크 블랙포레스트의 기반이 되는 초콜릿 시폰케이크는 달지도 않고 약간 쌉쌀하며 진한 초콜릿의 풍미가 가득 뿜어져 나오는 시폰시트 사이로 레몬제스트가 섞인 하얀 크림, 그리고 향긋하고 달콤한 체리조각들이 가득 박혀있는 그 맛. 무겁고 진한 초콜릿 케이크와 그 위로 덥혀지는 레몬과 체리의 가볍고 상큼한 맛,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먹었던 몇 안 되는 기억이기 때문에.

알로하케이크, 블랙포레스트케이크


나는 몇 달 만에 구 바리스타님이 내려주실 맛있는 드립커피 생각에 내 애마인 전기자전거 '벨로'를 끌고 화부산로 언덕을 지나 명주동 외곽에 있는 알로하케이크 건물에 다다랐다.

"오셨습니까."

"그럼요, 구님 커피 마시러 왔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반갑네요."

오랜만에 단골손님의 얼굴을 보자 알로하케이크의 커피를 담당하시는 구 바리스타님은 카운터 앞으로 나오셨다, 나와 구 바리스타님은 반가운 양손을 맞잡으며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그와 나의 눈시울이 잠깐 따뜻해지는 모습이었다.

"항상 마시던 따뜻한 드립 주시겠어요."

"그러시죠, 제가 맛있게 내려드릴게요."

구 바리스타님이 내려주시는 드립 커피는 이전에 내가 썼던 글인 '구커피'에 대한 글에 잘 적어놓았다, 그는 원두의 맛을 잘 내려주는 바리스타이고 그래서 나는 그의 커피를 신뢰한다.

당신이 강릉을 방문하면서 맛있는 케이크가 생각난다면, '알로하케이크'를 방문해 보시기를 바란다. 평소에도 홀케이크를 따로 예약해서 사가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케이크'에 있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집이다. 만약 강릉의 알로하케이크를 방문한다면 꼭 케이크 종류를 하나 드셔보시기를 권한다.

나는 이미 이곳의 시폰 케이크들이 워낙 맛이 좋다는 것을 알기에 구 바리스타님이 내려주시는 드립 커피를 하나 주문하고는 케이크를 한 조각 주문한다. 내가 주로 주문하는 케이크는 얼그레이시폰케이크, 딸기 조각케이크 그리고 구 바리스타님이 '구커피' 시절부터 직접 만들어서 손님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바스크치즈케이크이다.

알로하케이크 얼그레이시폰케이크


기본적으로 알로하케이크의 시폰 케이크는 한입 베어 물면 그 내공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고 푹신하다.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푹 눌러도 다시 본모습으로 복원되는 스펀지와도 같은 탄성과 부드러움, 쫄깃함마저 느낄 수 있는 시폰 시트로 만들어진다. 케이크가 말캉말캉하게 씹히면서 그 사이 스펀지 시트의 치밀한 구멍들 사이에서 단맛의 풍미가 뿜어져 나온다.


알로하케이크, 얼그레이시폰케이크


얼그레이시폰케이크는 말캉한 시폰 시트에서 달콤한 얼그레이 홍차 향이 잔뜩, 코까지 밀고 들어오는 맛. 거기에 얼그레이 향으로 만들어진 달콤하고 가벼운 크림이 시폰의 쫄깃함 위에서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부드러운 케이크조각의 맛이 입안에서 고슬 거리기보다는 쫄깃하고 푹신한 식감으로 치아 사이에서 뛰어논다.

딸기조각케이크와 드립커피


딸기조각케이크는 얼그레이시폰케이크보다는 조금 더 달콤한 맛을 갖고 있다. 강릉 구정의 딸기농장에서 재배한 딸기를 공수해서 가능한 형태 그대로 설탕을 묻혀 덩어리가 많이 남아있는 잼처럼 만들어 시폰 시트 3장 사이에 2개의 딸기 층을 쌓아 올린 모습, 그 겉면은 가볍고 유지방 맛이 가득 느껴지는 달달한 생크림으로 덮여있다. 얼그레이시폰케이크보다는 시폰시트가 얇게 사용되기 때문에 좀 더 가볍고 달콤한 시폰 사이로 상큼하고 달달한 딸기과육과 딸기잼이 사각사각, 말캉말캉 씹히는 식감. 그 후에 가볍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고소한 생크림의 맛, 감탄이 나오는 디저트.

알로하케이크 딸기조각케잌


그리고 내가 '구커피' 시절부터 사랑했던 구 바리스타님의 바스크치즈케이크는 쑥과 크럼블, 크림이 더해진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밀가루는 조금도 넣지 않고 오직 크림치즈만을 넣어서 만든 알로하케이크의 쑥바스크치즈케이크는 달콤한 쑥향 사이에서 극도로 고소한 크림치즈의 맛이 살살 녹아서 입안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맛에 바삭한 크럼블, 그리고 고소한 콩가루가 함께 있어 바스크치즈케이크에서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혓바닥 깊게 느끼며 코에서는 기분 좋은 쑥향을 즐기는 맛.


알로하케이크 쑥바스크치즈케잌


나는 어떤 향이나 맛도 가미되지 않은 바스크치즈케이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크림치즈, 콩가루의 고소함과 쑥의 향이 잘 어울리다 보니 다시 만나는 옛 카페의 메뉴가 반갑다.

내가 좋아하는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맛있는 드립커피에 의심할 수 없는 맛의 케이크. 알로하케이크는 이미 나의 단골카페가 된 지 오래다.

"오늘도 커피 잘 마셨습니다."

"네, 또 뵈어요 콤마님."

내가 사는 동네, 가까운 거리에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케이크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것. 인생의 행복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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