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일기]마이마이, 강릉

한국 입맛을 가미한 대만식 우육면

by 김고로

내가 어느 음식이나 음식점에 대해서 글을 쓸 때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는데 음식에 대한 나의 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취향을 담고 있다는 것이기에 내가 느끼기에 맛이 있는 곳과 음식만을 글소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그 말은, 내가 느꼈을 때 맛이 없는 곳은 글이나 사진을 피드로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몇달전에 집 앞에 새로 개업한, 우육면을 주메뉴로 하는 대만음식점을 이쁜 여자와 함께 방문했었는데, 이유야 어찌되었든....내가 글을 쓸만한 곳은 아니었으며 주변에 아는 몇 요식업 사장님들께는 그곳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혹평을 남기기도 했었다, 글이 아닌 그저 말로서만 내뱉고 공기 중에 사라지게 만든 것은 그 혹평을 공식적으로 오래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곳이 메뉴들을 쇄신하는 행보를 보였다 하여 지금이면 가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여 점심시간에 혼자 방문했었다. 나는 내 돈으로 먹는 것이 아니면 굳이 머릿속으로 떠올린 음식에 대한 감상을 입밖으로 내놓지 않는다, 만약 '맛이 어때?'라고 물어본다면 굳이 대답하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입을 닫고 조용히 먹는다. 그 말은 내 돈을 주고 사먹는 음식이나 음료에는 나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잣대와 평가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음식점이나 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돈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투자해서 얻어내어도 기분 좋은 곳에 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그 업소에 대한 이러한 글을 쓰는 것은, 그렇다, 이제는 음식 맛이 나에게는 괜찮기 때문이다. 음식 맛이 괜찮지 않다면 아무리 집 앞에 있는 곳이라도 가지 않겠지만, 나는 다시 한번, 대만식 우육면에 대한 기대를 갖고 발걸음을 향했다.


익살스럽게 혀를 내민 말머리를 상호이름 대신에 상호로 내걸은 대만음식점 '마이마이'. 안에 있던 의자와 식탁 사이의 거리가 약간 멀기에 자세를 꼿꼿하게 세우고 바른 자세로 먹게 해주는 음식점이다. 우육면을 포함한 음식을 영접할 때에는 목, 어깨, 허리를 곧게 펴고 경건한 마음으로 받으시기를 바란다. 나는 대만식 우육면에 깐양(소의 1,2번째 위), 차돌박이, 푸주(깐또우피라고도 불리는 바싹 마른 두부껍질을 튀긴 것), 고수를 토핑으로, 그리고 면을 더 추가하고 인절미 궈빠로우를 주문했다. 이제 음식들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를 좀 해보자.



대만식우육면: 본토에서 먹는 우육면을 한국의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고 먹을 수 있게 개량한 우육면이다. 본토의 우육면은 그 향부터 아주 진한 중식 쇠고기육수 냄새와 향신료들이 가득 들어간 한약방스럽고 탱탱한 공기방울 같은 소기름들이 둥둥 떠다니는 스타일인데 반해, 국물의 맛이 달큰하고 깔끔하고 어느 정도의 향신료 맛이 섞여 거부감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우육면이다. 육수를 먹을 때 중국에서 느꼈던 중국식 우육면의 그 독특한 풍미와 향신료가 달큰하고 깔끔한 국물의 끝에 여운을 남기듯이 느껴져 속으로 '본토식 우육면이었으면 한국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었을 텐데, 한국과 대만 입맛 그 사이의 합의점을 잘 찾으셨군'이라고 생각했다. 진한 맛과 본토의 향미가 느껴지는 우육면을 먹으니 중국에서 살 시절, 집앞의 우육면집에서 먹던 그 중국식 우육면이 더 그리워졌다, 그 집...아직도 있으려나? 그리고 깐양과 차돌박이는 부드럽고 쫄깃하고 잘 삶아졌으며 잡내가 없는 것이 기뻤다. 한가지 조언을 하자면 푸주는 꼭 추가해서 먹기를 바란다. 처음 먹을 때는 바삭하고 쫄깃하게 몇개 먹고, 이후에는 육수에 푹 담궈서 육수를 잔뜩 먹은 부드럽고 쫄깃한 푸주를 즐기기를 바란다(건두부는 정말 맛있는 식재료다). 고수나 청경채를 좋아한다면 썰어서 추가해 달라고 부탁하면 인심 좋게 가득 썰어 얹어주시니 참고하시라.



인절미 궈빠로우: 바삭하고 쫄깃하고 촉촉한 튀김옷, 그리고 부드럽게 씹히는 돈등심, 고소하다. 인절미 가루와 연유가 균형있게 섞인 소스는 고소함과 달콤함을 함께 주고 있어서 남녀노소와 나이 가릴 것 없이 대중의 입맛에 잘 맞는다. 다만.....내가 이 소스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뿐; 중국에서 먹던 강한 생강맛과 신맛이 가득 넘쳐 먹으려고 입을 열면 기침부터 '콜록콜록 캑캑'하면서 하게되는 본토식 궈빠로우를 더 좋아하기에; 튀긴 고기를 좋아하신다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식, 추천한다.


총평을 하자면 뜨끈하고 진한 쇠고기육수가 담긴 대만식 우육면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집이다. '대만식'이라 이색적인 요리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짬뽕이나 라면 같은 맵고 짜고 얼큰한 면요리보다 조금 더 건강한 느낌의 달큰하고 진하며 깔끔한 육수를 자랑하는 면요리라는 것이 장점. 빠르게 서빙이 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면요리라서 속이 뜨끈해지고 든든한, 영양이 가득한 패스트푸드. 그리고 대만식 음료와 맥주도 있으니 뜨끈한 국물에 맥주도 잘 어울리겠다. 마침 집 앞에 있기도 하니 뜨끈한 쇠고기 국물이 생각날 때, 종종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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