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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응지음이지영 Aug 18. 2021

008. 우리는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아주 오랜만에 부모님댁을 찾아가

어릴적 쓰던 책상에 앉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 생일을 눌러 쓴 흔적부터

대학시절에 썼던 안경까지

낡은 책상위에 조용히 뒹굴고 있었습니다.


감상에 젖은 듯 둘러보다 책 한 권 펼쳐드니

어머니께서 거실에서부터 소리높여 부르십니다.


어쩜 아이를 못먹여 키웠는지

아이가 비실해 보인다며


제가 듣기에 조금...아니, 조금 많이 억울한

이런저런 잔소리들을 하십니다.


나름대로 면역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어머니 앞에 서기만하면

엄마로서 빵점을 받은 기분입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에도, 취업준비를 할 때에도

과연 나에게 맞는 길이 무얼까 방황하며

밥도 물도 삼키지 못할때도

잘했든 못했든, 늘 다른이들과 비교하며

더 잘하라는 말씀 뿐이셨기에

왠지 오늘도 울컥하고 터질것만 같았습니다.


작은반항이라도 해보면 나아질까

티격태격했더니

이런말을 엄마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

엄마는 원래 이런 말을 해줘야 하는 거다

그래야 너희들이 얻는 것이 있다. 이러십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코로나도 일상을 막아버려

수입이 0원에 가까운 상황인데도

항상 자식들 손에 쥐어 줄 것만 생각하십니다.

돈이 있어야 자존심도 챙기고, 체면이 산다며

씀씀이를 전혀 줄이지 않으십니다.


며칠이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김치와 반찬거리들을 꾸러미에 한가득 담아 주십니다.

아직 온다, 안온다, 소식이 없는 자식들 생각을 하셨는지,

"별 반찬이 없으니 안오나보다." 하십니다.


당분간 반찬 걱정 하지않아도 되겠다며

생각없이 받아온 이 음식들

어떤 때에는 차 안에 냄새가 밸까 꺼리는 바람에

이렇게 작아진 김치통이

지금까지 어머니께 어떤 의미였는지,

너무나 슬퍼서 가늠해 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내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언제가 가장 힘이 들었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내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일겁니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않고,

남들도 나를 반기지 않을거라 미리 눈치보고

아무리 생각해도 절망적인 미래만 떠오른다면

이보다 더 큰 아픔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챙길 때에도

부모님께 효도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도

막상 관계가 삐걱거리는 기분이라면

나의 자존감과 상대방의 자존감을 보듬어 주는 일이

더 시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어떻게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내가 '이 것'을 하고나면 평가를 받게 될까 두려운 일이 있나요? 어떤 일들이 있나요? 나열해서 써봅시다.





     내가 자존감이 낮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것과 관련된 사건은 무엇이었나요?





     나의 자존감을 살려준 말 한마디는 어떤 것이었나요?





     누군가 나처럼 자존감이 낮은 상태라면,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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