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과 간헐적 폭식 그 사이 어딘가
단식 전날인 화요일은 강도 높은 근력 운동날이다.
“오늘은 어디 운동하세요?”
라는 PT 선생님의 질문에
”하체요! “
라며 호기롭게 대답한다.
심박수 그래프와 참담하게 매칭되는 오늘의 루틴이다.
버티컬 니업
어덕션
바벨 스쿼트
스플릿 스쿼트
레그 익스텐션
가볍게 코어와 골반을 활성화해 주고 그 뒤론 정말 하체로 빡세게 몰아붙였다. 아무리 하체라고 했지만, 정말 50분 내내 하체 돌리실 줄이야.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럽더니, 집에 와서는 결국 운동하기 2시간 전에 먹었던 단백질 쉐이크를 한 모금 토해냈다.
토할 때까지 운동한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싶다.
이제 곧 단식
그리고 단식을 앞둔 마지막 저녁 식사.
나보다 하루 먼저 단식을 마친 남편의 요청으로 샤브샤브집에 갔다. 요즘 유행하는 샤브샤브 무한리필집으로 갔는데, 고기와 야채 말고도 월남쌈이나 가락국수사리, 만두 같은 다른 곁다리 음식도 많았다. 다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우리는 채소와 고기 딱 두 종류로만 팠다.
둘이서 소고기 500g과 달걀 4알, 채소 수 접시를 해치웠다. 원칙을 벗어나지 않고 맛있고 배부른 식사로 단식 전 마무리 식사를 마쳤다.
단식이긴 한데
저녁 늦은 시간, 입이 궁금할 시간이 됐다.
저녁을 배불리 먹어서인지 크게 간식이 당기진 않는다. 다만 ‘먹으면 안 된다’는 인식 자체가 괴로울 뿐이다.
다음날 아침, 원래는 단백질 쉐이크를 마실 시간이지만, 건너뛴다. 어차피 큰 포만감을 주는 식사는 아니었다 보니 가볍게 건너뛰어진다.
문제는 하루 식단 중 유일한 탄수화물을 포함한 식사인 점심이다. 이 점심을 건너 뜀으로서 ‘무탄수의 하루’가 완성된다. 그런데, 전날 저녁을 너무 과식했어서 그런가 점심을 걸렀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다.
평소 단백질 쉐이크를 마시던 오후 3시. 아직도 배가 고프지 않다. 이쯤 되면 대체 샤브샤브를 얼마나 먹은 건가 싶어진다.
단식 종료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드디어 허기라는 게 조금 지기 시작했다. 설레며 남편과 저녁 메뉴를 상의했고, 보쌈을 시켜 삶은 양배추와 먹기로 했다.
삶은 양배추와 돼지고기 자체는 스위치온 식단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돼지고기가 지방이 좀 많은 삼겹살 부위라는 게 걸리지만, 1차 스위치온의 경험 상 주식처럼 자주 먹는 게 아닌 이상은 큰 영향은 없었기에 보식으로 한 끼 먹어주기로 했다.
보쌈은 1인/소/중/대 옵션이 있었는데 둘이 먹으면서도 ‘중’ 자를 골랐다. 물론 당연히 남기진 않았다. 포만감이 어마어마하다.
간헐적 폭식 아닐까
이쯤 되면 내가 한 게 간헐적 단식이 아니라, 간헐적 폭식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양에는 큰 제한을 두지 말고 든든하고 배불리 먹으라는 박사님의 말씀을 가슴에 다시 한번 새기며 의구심을 가라앉히기로 한다.
단식의 효과 일까
단식의 효과일까, 월요일 저녁, 화요일 저녁의 과식에도 아침 공복 체중은 감소했다.
월요일 58.5kg
화요일 59.0kg
수요일 58.3kg
(atflee T8)
한 끼 한 끼 거하게 먹긴 했어도, 하루 중 칼로리로 보면 기초대사량 대비 적자가 있었긴 하다. 또 공복을 길게 두면서 혈당이 안정되고 지방 대사가 잘 활성화 됐다면 이 감량은 체지방 감량일 것이다. 단순 체중 감량으로는 수분 감소인지 체지방 감량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오늘의 운세처럼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