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하는 사내 문화가 우선입니다.
혹, 우리 회사의 평균근속기간이
2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조직문화를 반드시 살펴봐야할 때이다.
기업이 운영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두 부류의 사람’이다.
하나는 가치를 구매하는 사람, 즉 고객,
다른 하나는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즉 직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과
인재를 채용하고 관리하는 HR은
기업을 움직이는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부서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규 고객 유치와 기존 고객 유지이다.
HR 역시 마찬가지다.
신규 인재 채용과 기존 인재 유지가 핵심이다.
서로 다른 결을 가진 두 부서지만,
그 핵심 공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중요한 진실이 드러난다.
“유지보다 유치가 더 비싸다.”
2014년 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5배 이상 더 든다고 알려져 있다.
기업의 HR부서도 마찬가지다.
한 명의 직원을 뽑고, 교육하고,
팀에 적응시켜 일을 맡길 수 있기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회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MZ세대의 입·퇴사 주기가 짧아지면서,
기업은 인력의 ‘회전율’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조직에서는
높은 이직률을 단지 ‘MZ스러움’
즉, 개인의 성장을 위한 자연스러운 이동이라고 여긴다.
혹은, 단순한 인원의 교체 정도로 가볍게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직률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팀워크, 생산성, 고객 대응력, 조직 이미지까지
모든 영역에 영향을 주는,
조직의 심각한 구조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회사가 갖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도
왜 직원들은 퇴사하는 걸까?
퇴사 사유는 다양하게 존재하겠지만,
거의 모든 조사에서 빠지지 않고 상위권에 오르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
바로 ‘조직문화’다.
2020년, 나는 중앙대학교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에서
인적자원개발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있었다.
실무에서 누구보다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했던 나는,
졸업논문의 주제를 ‘조직문화’와
직원의 조직 잔류 의지에 영향을 주는
‘직무배태성’으로 설정했다.
논문을 준비하며 알게 된 사실은,
이미 이 둘의 관계를 다룬 연구가 오랫동안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조직문화는 기업 운영의 핵심 요소로 주목받아온 주제였다.
사람들은 흔히 높은 연봉이 이직을 막아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만족감은 의외로 오래가지 않는다.
연봉이 조금 낮더라도, 함께 일하는 동료와 상사,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조직문화가
직원에게 숨 쉴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곳에 머물고 싶게 만든다.
그 공기가 따뜻하면, 사람은 오래 숨을 쉴 수 있다.
하지만 차갑고 날이 서 있다면,
아무리 연봉이 높아도 오래 머무르기 어렵다.
‘조직문화’는 단순한 분위기나 복지제도가 아니다.
회사가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방식, 말투, 규범, 가치관,
그리고 일상 속 무언의 메시지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좋은 조직문화는 딱 하나로 정의되긴 어렵다.
다만 업종의 특성과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모두가 안전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들어주는 문화.
그것이 곧 좋은 조직문화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회사에는 보이지 않는 위계가 존재한다.
흔히 직급이 그 기준이 되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고용 형태에 따라서도 묘한 갑을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위계질서 속에서 비정규직이나 파견직 등
‘을’의 위치에 놓인 직원들은
더 차갑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첫 직장을 국내 대기업 백화점에서 시작했지만,
정직원이 아닌 ‘파견사원’으로 입사했었다.
그때 당시에 내가 담당한 직무는
'파견'으로 시작해 2년간 근속년수를 채우고,
본사에서 시행하는 면접에 합격하면
백화점의 소속으로 승급하는 구조였다.
단순히 따져보자면,
나는 조직 내 '갑을관계'의 가장 끝자락에 있는 사람이었다.
정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일해야 할 위치였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매달 진행되는 서비스 모니터링 평가에서
꾸준히 전사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이유로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입사 첫 날,
점장님께서 나를 따로 점장실로 부르셨다.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열고 인사를 드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 점장님께서 얘기해주셨던 이야기가 당시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점포는 포켓상권이기 때문에, CS가 너무 중요해요.
서비스 품질 관리가 고객들의 입소문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거에요.
파견이라고 정규직 직원들이랑 다르게 생각할 거 없어요.
지금 소속된 부서가 점장 직속인 이유도 그 이유 때문이에요.
필요한게 있으면 지원해줄테니 책임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말 한마디에,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이었던 나는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책임감도 생겨
당시엔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고,
살짝 과장되게, 약간 오바하듯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어린 마음에 점장님께서
그저 나를 독려하려고 해주신 말씀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말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한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시작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런 문화가 있었기에,
나는 빠르게 그 조직에 스며들 수 있었다는 것도.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근속했던 기간 내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고,
백화점 소속으로도 계속 근무할 수 있었다.
회사가 가진 조직문화는 때로
오래된 관습처럼 굳어져 있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서마다 전혀 다른 공기를 품고 있다.
그리고 그 공기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결국 ‘리더’다.
확실한 건, 좋은 조직문화는
좋은 사람을 만들고, 좋은 사람을 모이게 하며
결국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HR 담당자나 조직의 리더분들께
조심스럽게 묻고 싶다.
혹시, 우리 회사의 평균 근속 기간이 2년 남짓에 불과하다면?
정말 단순히 ‘요즘 세대의 특성’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문제가 맞을지.
지금이야말로,
우리 조직의 문화를 한 번 더 냉정히 돌아보고
필요하다면 과감히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