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 고객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은?

by 커뮤니케이터

서비스업계에서 고객을 대면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을 꼽는다면?


아마 서비스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컴플레인 고객'을 만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를 보면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고성에 가까운 큰 목소리,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불만의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충동은,

고객을 직접 응대해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될 것이다.


이런 불만고객을 두고 '클레임(claim)'과

'컴플레인(complain)'을 혼동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는데,

유사한 뜻을 가지고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거나

구별 없이 쓰일 때가 많다.


'클레임'의 경우에는 영어 원문의 뜻처럼,

'요구하다, 주장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정당한 나의 권리나 사실을 요구하거나 주장할 때,

누가 봐도 객관적인 문제제의라면

클레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보자.

전자기기를 샀는데 부품이 빠져 있다든가,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매했는데 충전이 되지 않는다든가,

음료수를 주문했는데 유통기한이 이미 지나 있었다면,

이 모든 상황은 정당한 요구이며, ‘클레임’에 해당한다.

럼 '컴플레인'은 뭘까?


'컴플레인'은 영어로 '불평하다.'의 의미를 가진다.

보통은 클레임상황에 감정이 더해진 경우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기요! 이거 고장 나서 저 지금 일도 못하고

엄청 고생했거든요?"와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렇게 같은 문제 상황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클레임인지 컴플레인인지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에 따라 응대 방법도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주문했는데

배송이 사전 안내된 것보다 이틀 정도 지연된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만약 고객이

“27일 배송 예정이라 들었는데, 오늘이 29일인데도

아직 출발 전이네요.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사실에 기반한 정중한 문제 제기, 즉 클레임이다.


반면,

“27일에 배송 시작된다면서요?

아직도 출발 안 하면 얼마나 더 기다리라는 건데요?

저 이거 당장 써야 하거든요. 늦게 올 거였으면 다른 거 샀죠.

이게 무슨 장사예요, 진짜?”

이런 식의 표현은 감정이 실린 피드백,

즉 컴플레인이다.


같은 ‘배송 지연’이라는 문제를 두고도,
표현 방식에 따라 전달되는 온도와 강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이 두 상황에서 필요한 응대 방식도 다르다.


클레임은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 된다.
객관적인 오류나 실수에 대해 빠르게 조치하고,

상황을 정확히 안내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컴플레인은 다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이 느낀 불편함, 억울함, 분노 같은 감정까지

함께 케어해 줘야 비로소 불만이 가라앉는다.


가장 좋은 것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신경 써서 관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겼다면

고객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지속해서 고객으로 남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불만고객응대가 아주 중요하다.


불만고객응대에서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꼭 해야 할 말’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구분하는 것이다.


먼저, 꼭 해야 할 말은 바로 진정성 있는 사과다.


고객의 문제제기가 합당하다고 느껴질 때

내 잘못이 아닐지라도 마음을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사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클레임에 당황한 나머지

사과 없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잘못해 놓고 사과한마디 없다.'며

고객의 클레임이 컴플레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잊지 않고

사과의 말은 꼭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중 1위는 단연코 '진정하세요.'라는 말이다.




예전에 업무상, 고객상담실에서

같은 부서 직원을 대신해

클레임을 접수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


고객상담실의 문이 열리고 들어온

한 여성고객이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화를 내러 왔는데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자리를 안내하고 상황을 듣기 시작했다.


정확한 불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 그대로 ‘화내러 왔다’ 던 고객은

초반에는 조용히 말하다가

상황을 되짚으며 점점 언성을 높였고,

결국엔 나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너무 갑작스럽고 격한 반응에
당황한 나는 무심결에 이렇게 말했다.


“네, 고객님. 일단 진정하시고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객은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내가 화내러 왔다고 했잖아!”


그리고 그 순간부터,

불만의 화살은 온전히 나에게 쏟아졌다.

해당 문제를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진정하세요’라는 단 한 마디가

모든 감정의 타깃이 되게 만들었다.


결국 해당 매장을 담당하는 직원을 불러

고객 응대를 넘겼는데,

고객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처음의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와 마지막까지

조용히 이야기하고 상담을 마무리했다.




사례에서 고객은 애초에

'내가 겪은 불만족의 감정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겠다.',

'이 불쾌한 감정은 너희가 책임져줘.'라는 마음을

고객 상담실에 방문했다.


그리고 이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에,

직원은 고객이 쏟아내는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감내해야만 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고객 응대 환경이 나아졌고,

이처럼 이런 극단적인 감정 전가도

이제는 보기 드문 일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도

'그때 그 말을 삼켰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민이 깊어졌다.


나는 그저, 나에게 화를 내는 그 상황이 너무 불편했을 뿐이다.

차분하게 대화하며 문제를 풀어나가고 싶었을 뿐인데,

왜 고객은 그토록 격하게, 소리를 지르며 반응했을까?


대부분의 고객은 불만을 제기할 때,

자신이 느낀 불편함과 불만족이

충분히 정당하다고 여긴다.


따라서 감정 표현조차도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고객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부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


'진정하세요.'라는 말속에는

'당신은 지금 진정해야 할 상황이다.'라는 전제가 담겨있다.


이는 곧 ‘당신은 이성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쉽고,
결국 고객은 ‘내가 느낀 불만족 자체가 부정당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더 쉽게 분노하는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로 나는 결코

불만을 느낀 고객에게 '진정하세요.'라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실수가 실제 현장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코엑스에 아주 좋아하던 가방 매장을 구경하던 중,

직원에게 컴플레인을 강하게 제기하는

고객을 보게 되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직원을 향해 쏟아지던 그 순간,

'진정하세요.'라는 말이 직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직감했다.

'큰일이 나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좀 전까지 불만을 얘기하던 고객은

얼굴빛이 확 바뀌며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자, 응대하던 직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사색이 되었고,

다른 직원이 서둘러 고객을 조용한 공간으로 안내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예전에 겪었던 내 일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었다.


불만을 표현하는 고객에게
“진정하세요.”라는 말은,
불을 끄는 말이 아니라, 불 위에 기름을 붓는 말이라는 것을.


만약 이 사례처럼,
다른 고객들도 함께 있는 공개된 매장 안에서
고객이 감정을 격하게 쏟아내고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고객을 보다 조용하고

폐쇄된 공간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고객의 감정 흐름에 '잠깐의 브레이크'를 줄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전환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직원도 함께 자리를 옮겨가면서

고객의 불만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시간을 벌 수도 있고,

불편했던 감정을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리고 고객의 불만을 빠르게 해소시켜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불만고객을 충성고객으로

전환시키는 키포인트가 될 수 있다.


고객의 분노 이면엔

언제나 기대가 있다.

그 기대를 잃지 않게 붙잡아주는 일.
그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응대’라는 이름의 진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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