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가 아니라 리더잖아요?

권위는 멀어지고, 신뢰는 함께 간다.

by 커뮤니케이터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20150520_169%2Farmada3_1432089602822KdIKe_JPEG%2F%25B8%25AE%25B4%25F5%25BF%25CD_%25BA%25B8%25BD%25BA%25C0%25C7_%25C2%25F7%25C0%25CC1.jpg&type=sc960_832 출처 : 네이버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한장의 이미지.


사업을 잘 굴리기 위해 보스는 지시하고 리더가 이끄는,

리더십의 차이를 한 컷으로 설명하던 이미지였다.

너무도 보스와 리더의 관계를 극명하게

한 장의 이미지로 설명해 주는 것 같아,

뇌리에 콕 박혀 오랫동안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여러 직장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수많은 리더들과 보스를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다.

보스의 말과 방식으로 일하는 리더들과 마주할 때마다

아쉬움만이 가득하다 느꼈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들에게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은 잘 갖춰진 조직의 시스템으로 보완되어

팀을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을, 조직을 떠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후로 규칙적으로 생활하던 습관은 무뎌지고

밤늦게까지 일을 하게 되는 상황들의 반복이었다.

새벽 늦은시간까지 일하다보니 자연스레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지게 되었고,

그러한 습관을 고치고 싶어 루틴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습관을 의지로 고치기란 쉽지 않았고,

업무에 지장가지 않는 선에서 강제로라도

습관을 고쳐보려 오전 아르바이트를 찾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도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지 않았던 터라,

오랜만에 보는 아르바이트 면접은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가장 놀랐던 건 점장이 먼저 자신의 나이를 밝혔을 때였다.

나보다 꽤 어리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직장에서는 나이보다 직급과 경력이 우선이니까.


그는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에게서

겪었던 불만부터, 지금 근무 중인 직원에 대한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순간, 기업에서 면접관으로 일했던 지난날이 스쳐 지나갔다.

'면접 자리에서 이렇게 대놓고 나이를 이야기하는 건

좋지 못한 버릇인데…'라는 우려와 함께,

'저렇게 불만을 털어놓는 건 오히려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아, 이대로 떨어지는 건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런데 '사실 지금 채용하고 싶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라는

말에 내심 안도했다.

'나의 간절함이 닿은 걸까?'생각하며 면접 자리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일자까지 조율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어서려던 그 때, 면접 말미에 그가 이 말을 덧붙였다.


"일단 대표님께 제가 보고드려야하긴 하는데,

근데 보통 저한테 이런건 다 일임하시니까,

그냥 합격하신거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말씀해주셨던 그 날부터 일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하고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때, 문자가왔다.

대표한테 보고했는데, 좀 더 지원자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아쉽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말미에 그가 말했던 내용이 떠오르며,

'그래, 리더와 보스는 다르니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면접 도중 그가 불편하게 만들었던 말들이 떠올랐지만,

애써 '어쩔수 없다.'생각하고 말았다.


그렇게 그 곳과의 인연은 그렇게 마무리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일하기로 했던 바로 그날,

생각지도 못하게 점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입사하시기로 하신 분이 갑자기 잠수를 타셨네요.

혹시 괜찮으시면 내일부터 와주실 수 있을까요?"


순간,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애초에 채용이 무산되었던 것도 모자라,

이제 와서 갑자기 잠수 탄 사람의 빈자리를 메꿔달라니.

내가 보험처럼 느껴져 괴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거절하려던 마음을 억누른 건,

지금 내게는 감정보다 규칙적인 생활 루틴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이 복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온전히 근무시간은 나 혼자 근무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인수인계가 필요하다 생각한건지, 불안했던건지,

점장은 면접 때 약속했던 것처럼 기존 직원에게

인수인계를 부탁했다.


인수인계 날, 그만두는 직원과 얘기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면접 때 불필요한 점들을 이야기들을 들었던 건 나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받지 못했던 인수인계를 내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아쉬운 듯한 뉘앙스로 털어놓았다.

내 의도는 아니였지만 배려받은 입장에서 고맙게 느꼈다.


그렇게 나의 아르바이트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혼자 있어 편할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서비스업은 변수가 많은 직종이었다.


점잖게 보였던 손님이 갑자기 따져 묻기도 하고,

한참 어린 고객에게 인격적으로 무시당하기도 일쑤였다.

인수인계 때 배운 기본적인 사항 외에 발생하는 변수들은

오직 점장에게만 물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벽에 자는 사람을 계속 깨워가며 묻는 것도 큰 고역이었다.

배우지 못했으니 물어보고 정확히 일하는 게 맞았다.

그래도 물어볼 때마다 들려오는 잠 섞인 목소리는

의도치않게 나를 무능력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점장에게 연락하기를 망설이며,

매번 스스로를 자책해야 했다.




그래도 기왕하기로 한 거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열심히 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불편한 상황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날 문득 저녁 8시가 넘어 불쑥 전화가 왔다.

나는 평일 오전에 4시간만 근무하는 조건이었는데,

주말에 근무할 사람이 없으니 대신 출근해서

풀타임으로 근무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시급은 꼭 챙겨주겠다면서.


시급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건데,

마치 특별한 혜택처럼 말하는 그 태도가 못내 거슬렸다.

특히 24시간 운영되는 곳이라 직원이 없이 운영도 가능함에도,

굳이 밤늦은 시간에 전화해 요청하는 상황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고민 끝에 '그날은 출근할 수 없을 것같다. 죄송하다.'는

문자를 남겼다.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어쩐지 거절한 내 입장이 난처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첫 월급을 받고,

급여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당연히 받아야 할 돈임에도 불편한 감정이 앞섰다.

며칠을 끙끙 앓다 고민 끝에 문자를 남겼다.


'확인해볼게요.'라는 답변을 받고

다른 일을 하느라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몇 시간 만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누락된 게 맞으니 주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문자가 있은 후 30분도 안 되어,

대표의 지시사항이라며 퇴근 전 매장 전체 곳곳을

사진 찍어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인수인계 사항에도,

그동안 일하는 동안에도 없던 지시였다.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급여 누락을 이야기한 것에 대한

보복처럼 느껴져 언짢게만 느껴졌다.


특히 점장이 청소하는 구역이 더 지저분해도,

피드백을 받아 수정해야하는 건 나뿐이었다.

내가 그걸 모를거라 생각했던걸까?

그럼에도 나는 그러려니 하며 묵묵히 근무했다.

해달라는 것 이상으로 꼼꼼히 사진찍어 보고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어느 날, 고객이 상담을 받다 리뷰 얘기가 나와서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는데,

상호가 바뀌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장 내에도 간판도 바뀌지 않았던 탓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무슨일이지?'싶었지만,

아무래도 점장이 깜빡했나 보다 하고 넘겼다.

며칠 뒤 간판까지 바뀌어있는 걸 확인하고 실소가 터졌지만,

괜히 이걸 따져 물었다가 그의 실책을 꼬집는 것처럼 보여

더 부당한 대우로 이어질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때 정확히 짚고 넘어갔어야 했음을,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여느 때처럼 출근하는데, 입구에 세워진 낯선 입간판을 보았다.

공유 받은 내용이 없었는데, 이벤트가 진행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 했는데 날짜를 보니,

이미 전날부터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하는 중에 고객이 물어보면

점장의 잠을 깨워야 할 상황임을 알면서도,

자꾸만 업무 관련 내용이 나에게만

누락되고 배제되는 것 같아 불쾌하고 언짢았다.


하지만 '내가 응대할 사항이 아닌가보다.'하고 넘겼는데,

퇴근하기 한시간 전쯤에서야 이런이런 이벤트가 진행되니

안내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명백한 자신의 실수임을 점장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깜빡했다, 미안하다.' 사과한마디 없는 태도가

더 기분나쁘게 느껴졌다.


보스가 아니라 리더가 보스처럼 말하고 행동하면서,

업무 관련 내용이 누락되는 명백한 자신의 잘못마저도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는 자신은 굉장히 일을 잘하고 있다는 양

피드백을 빙자해 지적질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반복될 수록 쌓였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점장은 이렇게 말하며

내가 할 일을 추가로 더 지시했다.

"원래 다른 직원들이 해야 하는 일이긴 한데,

지금 인원이 부족하니까 좀 해주세요."


결국 처음 근무 시작하면서 예정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일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근무를 해야하다보니

새벽 5시 전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해야했고,

일이 끝나 점심에 돌아오면 밀린 잠을 자기 바빴다

루틴을 잡기는 커녕 더 망가지고 있었고,

이어지는 부당한 대우는 마치

내가 빨리 그만두기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나는 근무를 시작한지 몇 달만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와중에 누락됐던 급여는 퇴사하고 난

다음달 급여일이 되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퇴사까지 하고 한 달이나 기다렸는데도

여전히 입금되지 않은 급여에 분노가 치달았다.

노동청에 확 신고해 버릴까 고민했다.


하지만 마지막 아량을 베푼다 생각하며

누락된 사실을 다시 알렸다.

그는 여전히 사과한마디 없이

누락된 금액을 자신의 이름으로 입금하며,

자신이 대표한테 받으면 되니

먼저 선입금해주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표한테 임금이 누락되었단 사실을 보고하지 못하고,

자신의 돈으로 무마시킨 것 같았다.

받을 돈을 받았으니 더 이상 생각지 않기로 하며

그 곳과의 인연을 마무리 지었다.




나는 그저 규칙적인 삶을 살고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리더의 탈을 쓴 보스를 만났고,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느꼈다.


리더로서의 품격은 그가 휘두르는 권위가 아니라,

리더가 갖춘 리더십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임을 깨달았다.

솔선수범하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을 수용하지 못하는 리더에게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음을.


나는 그 경험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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