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이라는 가면 뒤에 감춘 사실
사람들과 교류하다보면 어쩐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은 날이 있다.
상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말이다.
그날이 딱 그런 날이었다.
괜스레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내 자존심이 바닥까지 상하게 되던 날.
여느 때처럼 새벽시간대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날이었다.
늘 친구와 방문해 내가 먼저 인사하면
"네~."하고 인사를 받기만 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나이도 어린데, 조금은 예의없다 느끼던 고객이었다.
그날도 친구랑 방문해 여느때처럼 정수기로 향하는 듯 했다.
그러려니 보고있던 나에게 대뜸 다가와 따지듯 이렇게 물었다.
"저기요. 문화누리카드로 결제하면 10% 할인되는데
할인 안 된 것 같거든요? 왜 안 된거에요?"
'문화누리카드? 그게 뭐지?'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고객이 할인받아야 할 것을 못 받았다고 하니
해당 부분은 오후에 출근하는 점장에게 보고하고
안내받게 할 생각이었다.
"아, 할인이 안 되셨나요? 그럼 확인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고객에게 전달하자,
고객은 알겠다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돌아갔다.
그 후 점장에게 보고할 용도로 메모를 해두었는데,
5분도 채 안되어 다시 카운터 쪽으러 고객이 찾아와
다시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
"저기요, 아직 확인 안 됐어요?"
새벽시간에 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 확인해야 할 만큼
급한사항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에,
퇴근하면서 보고하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고객에게 전하고자 했던 바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았고,
당장 확인해달라며 앞에서서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아, 네. 아직 연락이 안 돼서…."
내가 난처해하며 말을 흐렸다.
"할 줄 아는게 뭐야..."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
그 말은 분명 내가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그 한마디가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일을 한지 이 주도 채 안된 상황이었고,
그 부분을 고객이 몰랐을리 없었다.
애초에 내가 그 카드로 결제를 해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황당하기 짝이없었다.
평소 빈번하게 문의가 오는 사항도 아니어서
인수인계 받은 것도 없는데, 할 줄 아는게 뭐냐니.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이 들면서
순간 불쾌한 기분이 마음 속에 솟구쳤다.
그래도 꾹 참고 최대한 표정관리하며,
자고있는 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에서 막 깬 목소리에 미안해하며
상황을 설명했더니 이렇게 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그거 할인 된거 맞아요.
원래 현금 아니고 카드하면 부과세 10%가 붙는데
카드 부과세 10% 빠져서 할인 된거 맞아요."
점장에게 미안해하며 전화를 끊고,
고객에게 전달받은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자 별 대꾸 없이 "아, 네."하고
자신을 기다리는 친구의 곁으로 가버렸다.
그 손님이 그렇게 돌아가고 한참을 언짢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했던걸까?
스스로 자책하고 괜히 자존심에 상처받은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계속 되었다.
일을 시작하고 한번도 그 고객과 따로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개인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었던 적은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궁금증이 생겨
'문화누리카드'에 대해 검색해보게 되었는데,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한테 문화누리카드를 쓴다는 사실을 밝혀야했던게
겉으로 티내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어딘가 부끄럽고
자존감이 떨어졌던게 아닐까?
그래서 자기방어기제로서 공격적인 태도로
나를 대했던게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생각하는게 어쩐지 자기합리화 하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조금은 불편했던 감정이 누그러뜨려졌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짜증 내는 말투 뒤에는, 종종 말하지 못한 상처와
불안이 숨어 있다는 것을.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깎아내리는 행동처럼 느껴질 때,
그 이면에는 누군가로부터 무시당한 기억, 부끄러운 현실,
낮은 자존감이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SNS에선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고충을 쉽게 볼 수 있다.
친절한 응대가 기본이지만,
때로는 도 넘은 태도에도 웃으며 응대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상대의 말투 너머에
숨은 감정을 바라보려는 시선과
나의 감정이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해지는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늘 이야기한다.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들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가끔 잊어버리는 듯할 때가 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누군가의 동료이자 가족이고,
나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서로를 향한 작은 배려와 존중이
서로를 지키는 가장 큰 리더십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