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다 저랬다 어쩌라는 거지요?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의 정립, 기준을 갖추는게 먼저입니다.

by 커뮤니케이터

일을 잘한다, 못한다는 기준은 어디서 생겨나는 걸까?


평소 하지 않을 법한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 질문을

깊게 고민하게 된 적이 있었다.


내가 지원한 업무는 지정된 장소를 촬영하는 일이었는데,

사진만 찍어 올리면 되는 단순한 업무라

처음에는 진짜 괜찮은거 맞나,

돈 받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지정된 곳 한 곳당 금액이 지급되었는데,

지급되는 금액 안에는 주차비와 유류비같은 부분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동선을 잘 짜야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였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담당자와 기준을 맞춰가며

금방 적응했고 나름 재밌게 일했다.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맡은 구역을 끝냈고,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 다른 지역까지 맡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담당자가 바뀌자, 똑같은 일을 두고도

전혀 다른 요구가 쏟아진 것이다.


첫 담당자는 “소통은 본인과 하고,

새 담당자는 사진만 취합한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처럼 촬영해 전송하고,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서 촬영하는 중에 연락이 왔다.


“이 사진 이렇게 찍으시면 안 돼요.

좀 더 가까이서 다시 촬영 부탁드립니다.”


이미 10분 넘게 차를 몰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상황.

기존엔 문제없던 부분을 다시 찍으라니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처음 장소로 되돌아갔다.


사진을 찍어 보내고 바로 이동할까 하다,

또 수정사항이 있을까봐 기다렸다.

그런데 10분이 넘도록 답없이 주차요금만 올라가는 상황에서

재촉 끝에 받은 답은 “조금만 더 가까이요.”

다시 찍어 보내면 또 “네~ 좋습니다. 근데 조금만 더.”

그렇게 불명확한 피드백이 여섯번이나 반복되는 통에,

결국 주차비까지 내야했다.


“사진만 전달하면 된다.”던 기존 담당자의 말과 달리,

새 담당자는 마치 모든 과정을 직접 통제하려는 듯

완전히 새로운 기준을 들이밀었다.


취합만 담당하는 사람인줄 알았던 사람이,

통제하려 드는 상황이 너무도 불편하고 언짢았다.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고생은 고생대로하고 수당을 받지 못할 것 같아

그저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곳을 배정받고 일을시작한지 하루 동안

수도없이 찍고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다시 찍기를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체될 수록

답답함과 불편한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괜찮을 거 같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데

다시 해달라고 요청을 받는 일이 반복되자,

결국 최종 컨펌이 나기 전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일과가 마무리될 때쯤

'기준을 제대로 정립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사진이 폭탄으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이렇게까지 기준이 다를거라면

애초에 담당자가 바뀌었을 때 알려줬어야 했다.


뒤늦게 기준을 알려주는 바람에

몇 번이고 다시 사진을 찍어야했고,

되돌아가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또, 피드백을 할 때마다 시헤적이거나

가르치는듯한 톤으로 말하는게

되레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가뜩이나 업무적인 연락만으로도 불편한 상황에,

"식사하고 하셔야죠."와 같은

사적인 멘트까지 더해지자,

불편함이 극에 달해 의도적으로

더 건조하고 단호한 톤으로 대답했다.


내가 불편함을 드러내자 새로운 담당자는

잠시 서운해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다음 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같은 방식으로 대했다.




그러던 중, 기존 담당자 요청으로

최초 촬영 지점을 재촬영하게 됐다.


새 담당자가 말한 기준에 맞춰 사진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기존 담당자가 난색을 표했다.


똑같은 일임에도 두 사람의 기준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그때 확신했다.


기존 담당자가 더 직급이 높은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겪고 있는 불편한 상황들에 대해 얘기하고

조언을 받아볼까?'도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런일로 왈가왈부하며 시간을 끄느니,

'빠르게 일하고 연락하는 일을 빠르게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기존 담당자의 기준에서

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었지만,

새로운 담당자의 기준에서 나는

내 맘대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던 것은

그저 그들이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었지만

서로 모르는 듯 했다.


이렇게 같은 회사에서 내려온

심지어 똑같은 직무를 하는 중임에도

기준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은

그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결국 불편했던 두 번째 담당자와의 업무를 끝낸 순간,

나는 엄청나게 해방감을 느끼며

"00구역 업무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내 문자에.

"네, 00씨. 고생하셨습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답이왔다.


분명 본인이 몇 번이고 다시 찍어가며 컨펌 완료했기 때문에

더 이상 연락 할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연락하겠다는 문자가 굉장히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미안하지만 나는 그의 번호를 차단해버렸다.


급여가 입금된 뒤 첫번째 담당자로부터 새로운 곳을

한 번더 진행해줄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왔지만,

더 이상 그 회사와 같이 일을 진행하는 일은 없었다.




같은 회사, 같은 직무인데도

담당자에 따라 기준이 바뀌어버리는 것.


어쩌면 그들 각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옳다 생각한 기준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리체계가 부족해보이는 업무지시로 인해

해당 회사에 대해서는 크게 부정적인 인식만 남게 되었다.


그들이 내가 찍은 사진을 내부에서 쓰는지,

외부 고객사에 전달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담당자마다 다른 기준으로 찍힌 사진을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기준을 정하는 일은 내 몫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를 떠올리게 됐다.


하나의 문화 안에서 유기적으로 일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하는 방법을 통일하는 일.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놓치기 쉬운 그 기본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일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업무를 지시하면서,

일관되지 않은 기준을 가지고

지시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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