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값으로 낸 고작 푼돈 몇 푼 가지고 트집을 잡더니 이젠 과일과 샌드위치냐?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이와 같은 대구법을 활용한 문장은 구조가 유사하게 반복됩니다. 대구법이 적절히 표현된 문장을 예로 들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거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그것에 해당합니다. 풀이하면 전자의 문장은 작물인 ‘콩’과 ‘팥’을 대비하고 ‘심다’와 ‘난다’와 같은 동사를 반복합니다. 후자는 ‘말’이라는 명사와 ‘곱다’라는 형용사를 병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대구법에서 사용하는 비교 대상은 아주 유사하거나 동일합니다. 극적 대비를 통해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입니다. 돌아가서 음식값으로 낸 고작 푼돈 몇 푼 가지고 트집을 잡더니 이젠 과일과 샌드위치냐?라는 말은 어떤가요?
대구법에서 주로 사용하는, 같거나 유사한 비교 대상과는 사뭇 거리가 멉니다. 언뜻 보면 앞 문장에서 고작 몇 푼의 돈을 언급했으니 뒷문장의 과일과 샌드위치 가격도 마찬가지로 몇 푼이 안 되나 보다 싶습니다. 과일과 샌드위치가 비싸 봐야 얼마나 한다고 사람을 들들 볶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런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문장이 어느 때보다 명확해야 할 것입니다. 앞서 어떤 대상의 금액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으면 뒤에서도 언급하려는 대상의 금액을 적시하는 게 아귀가 맞습니다. 대구법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있어 소개합니다. “비슷한 문장 구조를 가진 구절을 나란히 짝지어 표현하는 방법을 ‘대구법’이라고 합니다. 형식이나 구조가 비슷한 구절이 서로 대칭을 이루도록 해 의미를 강조하는 표현법입니다. 대구법을 사용하면 문장의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고 비슷한 구조가 반복되기에 운율을 만들어내는 효과도 있습니다.” 출처가 초등생 신문 ‘어린이동화’네요. 덧붙이면 어린이도 알만한 수사법이라는 거군요. 과연 화자가 이런 기초적인 문장 구조조차 몰랐을까요? 화자는 대학을 나와 지역의 의사를 대변하는 자리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런 분이 사실을 뒤섞어 아주 모호하게 또는 사실 오인이 용이하게 언어를 구사했다는 건 대단히 석연찮은 일입니다.
멀쩡하게 생긴 양반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주로 그렇습니다. 말이 피치 못할 사정이지 목적의식 하나는 분명합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더러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짓말의 원인이 된 배경 사실이 해소되면 선의의 거짓말을 거두는 게 보편적입니다. 오로지 자기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면 그 사실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고 하겠지요. 과거 화자는 어떤 이에 대해 도를 넘는 언동으로 빈축을 산 적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낯 뜨거운 별칭이 붙었음에도 화자는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간 언론에 포착된 화자의 언행과 당시 여러분들도 잘 아는 일에 화자가 연루된 뒤 실각한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화자에게는 그 직전이 꿈같이 남았으리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부해서라도 본래 위치를 찾고 싶은 욕구와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는 이번 위딩을 통해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욕구 혹은 열망 없이 화자가 자신조차 낯을 들고 대하기 부끄러운 말을 언론에 대고 할 리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화자가 문제가 된 과일과 샌드위치 가격을 빼고 단순히 과일과 샌드위치만 언급한 이유는 간단해 보입니다.
교묘한 문장으로 과일과 샌드위치를 고작 점심값 몇 푼에 빗댄 언어의 마술사: 알고 보니 과일과 샌드위치 값이 물경 1억 원
과일과 샌드위치는 별스러운 것 없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구체적인 가격 없이 단순히 과일과 샌드위치라면 그런 흔한 과일이나 음식으로 상대방을 매도하는 건 온당치 못한 처사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과일과 샌드위치를 먹은 사람이 아니라 과일과 샌드위치를 먹은 사람을 비아냥거린 다른 사람들이 욕을 먹는 구도로 바뀌게 됩니다. 바로 그 점을 노리고 교묘하게 문장을 구성한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 과일과 샌드위치의 가격이 1억 원아라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라면 화자의 말이 얼마나 공교로운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화자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 하는 말이 아님을 아시리라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화자가 중요한 사실을 슬쩍 숨긴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그렇습니다. 사실상 공당의 입장을 좌우하는 극렬 지지자들을 향해 한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이 조금 다르면 어떠냐, 우리가 그렇게 받아들이면 그만이지. 혹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주장에 동조하면 땡큐고..... 내가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그들이 공유하는 입장을 지지한다(지지 받는 자가 지지자를 지지하는 야릇한 장면을 연출)는 본말전도의 시그널(을 보내 화자가 얻을 이득은 전례를 보면 뚜렷합니다. 그간 그들 편에선 다수가 속칭 요직을 거머쥐었습니다.
1억 원을 푼돈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면 화자의 문장은 이렇게 바꿔야 옳습니다. 음식값으로 낸 고작 푼돈 몇 푼 가지고 트집을 잡더니 이젠 과일과 샌드위치값 1억 원이냐? 누가 봐도 욕먹기 좋은 말입니다. 더욱이 과일과 샌드위치를 먹은 사람이 과일과 샌드위치를 산 금액으로 지출한 1억 원이 제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아니라는 설명(현재는 혐의에 불과하지만 입증이 어렵지 않은 듯)에 이르면 기가 찰 일입니다. 얼마나 해 처먹을 작정이었으면 과일과 샌드위치값에 남의 돈 1억 원을 쓴 거냐고 닦달하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세상 사람들 다수가 들어서 아는 사실을 슬쩍 바꿔치기할 만큼 뻔뻔한 화자의 태도에 치가 떨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입니다. 비정상적인 말과 상식 밖 행동이 다시는 설자리가 없게 만드는 것, 미래 세대를 위해 현세대가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