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가을의 문장 6.
" 낙엽, 그리고 시간의 흐름 "
겨울 삼동 삭풍에 시달리며 오들오들 떨던 나무들은
봄이 오면 가지마다 파릇파릇 새잎을 틔우고
여린 이파리를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새 삶을 시작한다.
한여름, 가마솥 불볕더위 속에서도
나뭇잎들은 눈부시게 푸르름을 뽐내며
우리에게 풋풋한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가을이 오면,
나뭇잎들은 새색시처럼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산들산들 바람에 춤을 춘다.
그러다 입동이 지나면,
천수를 누린 나뭇잎들은 모두 떨어져
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밑에서
찢기고, 할퀴어져, 흉물스럽게 쓰레기로 변한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정처 없이 떠나는
낙엽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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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어린 시절,
낙엽을 긁어다가 땔감으로 쓰던 기억을 떠올린다.
봄바람에 설레던 여린 잎도,
여름볕에 반짝이던 푸르름도,
가을바람에 춤추던 단풍도,
겨울바람에 떠나는 낙엽도.
모든 순간이 귀하고,
모든 흐름이 아프고도 따뜻했다.
아버지 글을 읽다 보니,
나도 나의 한때 한때를 미워하지 않고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언젠가
바람 따라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만신창이가 된 낙엽처럼
세상을 한 번 품고 떠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