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나박 물김치
엄마는 둘째 며느리이다. 둘째이지만
시내, 읍내 살며 아버지가 사업께나
하는 것으로 생각한 친인척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항상 일에 묻혀 사신것 같다. 어린 내눈에도
엄마는 항상 바빴다.
그 많은 식구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었다.
밑반찬과 김치는 언제나 뒷간에 그득하게 채워졌고.
손님이라도 오는 날이면 금방 지지고 무치는 알싸한
찬거리도 상 위에 올라왔다. 특히
뒷간에 묵혀둔 김치와는 다르게
쌀뜨물로 새콤달콤하게 올라 온 국물김치는
새롭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린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먹으면
안되는 금지된 행동으로 밥상머리교육을 철저히 받아야했다.
손님이 물린 밥상이 부엌으로 나오면
입에 문 숟가락을 집어넣어 한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오지만
반은 흘리고 입에 담은 맛은 간절함이었다.
반찬그릇이 뒤집어지도록 입에 부어보던 그 시절,
엄마는 왜 딱 한 그릇 만 만들어 손님 상에만 올렸던 것일까?
나박김치...배추와 무를 주재료로 담근 국물김치.
엄마의 나박 물김치
'딱 한 그릇'
성인 장애인과 나박김치를 만들기로 했다.
아직 춥지만 봄이 가까이 왔음을
느낄 수 있는 요리활동이 뭐가 있을 까 고민하다가
지난간 추억을 펼쳐 다가올 봄을 양념처럼 버무리기로 했다.
알배추와 무를 새우젓국으로 절이고
쪽파와 오이로 초록초록하게 색을 내고
새콤달콤하게 오렌지주스와 유자청으로
국물을 만들어
푸짐하게 한 그릇씩 맛보게 하리라.
내가 만든 나박 물김치
'딱 한 그릇'